▲ John Bridges, 「Healing Peter's mother-in-law」 (19th century) ⓒWikipedia

이 시간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은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한 주간 평안하셨나요?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은 평안을 줄 수 없습니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이 되었건 그 어떤 소유도 평안을 주지 못합니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심을 알고, 하나님이 내 삶을 인도하고 계심을 아는’ 성도만이 진정한 평안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 평안은 내가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나의 바깥 어딘가로부터 와서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안에 이미 주어진 평안이 우리 안에서 충만하게 됩니다. 매일의 일상에서 이 평안을 누리게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지난주 마가복음 1:1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은 이러하다.”라는 구절이 짧은 한 구절에 불과하지만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로마 황제가 신이고, 법이고, 모든 것이었던 시대에 예수님이야말로 이 세상의 진정한 주인이심을 밝히는 ‘혁명적’인 선언이었습니다. 또한, 유대인들의 기대와 목적에 부합하는 메시아가 아닌 전혀 다른 모습으로서 이 땅에 오신 ‘그리스도’임을 밝히는 ‘혁명적’인 선언이기도 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짧은 이 한 구절은 성도에게 큰 의미를 줍니다. 이 세상 속에서 누구의 말씀에 순종해야 하는지 그리고 나의 기대와 목적에 맞는 메시아를 기다리거나 만들어내지 않고 예수님을 통해 메시아를 다시 바라보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사순절은 가만히 앉아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부활을 기다리는 절기가 아닙니다. 사순절의 40일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보낸 40년,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 광야에서 보내신 40일과 통합니다. 그래서 사순절의 40일은 성도가 치열하게 하나님 백성이 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닮기 위해 수련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성도의 믿음이 더욱 성숙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말씀을 통해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21 그들은 가버나움으로 들어갔다. 예수께서 안식일에 곧바로 회당에 들어가서 가르치셨는데, 22 사람들은 그의 가르침에 놀랐다. 예수께서 율법학자들과는 달리 권위 있게 가르치셨기 때문이다. 23 그 때에 회당에 악한 귀신 들린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가 큰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24 ‘나사렛 사람 예수님, 왜 우리를 간섭하려 하십니까? 우리를 없애려고 오셨습니까?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압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거룩한 분입니다.’”

당시 유대교에서 회당은 무너진 예루살렘 성전을 대신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이 모여 있는 도시에는 어디에나 회당이 존재했습니다. 이 회당에서는 예배의식이 진행되고, 말씀이 선포되고, 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즉, 유대인들에게 회당은 아주 중요한 장소이자 거룩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버나움의 회당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한 가지 문제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사람들이 놀랐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는, 악한 귀신 들린 사람이 버젓이 자발적으로 회당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을 가르쳤던 율법학자들과 다르게 말씀에 권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과 율법학자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었기에 예수님의 말씀에 사람들이 권위를 느꼈겠습니까?

오히려 우리가 알고 있는 ‘권위’라고 한다면 예수님에게는 없고, 율법학자들에게는 있었습니다. 율법학자들은 정규교육을 받았고, 인증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예수님에게서는 말씀에 대한 권위를 느꼈고, 율법학자들에게서는 권위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어떤 차이겠습니까? 언행일치言行一致의 차이입니다.

로마서에서 사도 바울은 스스로를 유대인중에 유대인이라 자청하며, 율법의 가르침을 받아서 하나님의 뜻을 알고, 가장 선한 일을 분간할 줄 안다고 자청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남은 가르치면서도, 왜 자기 자신은 가르치지 않습니까? 도둑질을 하지 말라고 설교하면서도, 왜 도둑질을 합니까? 간음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왜 간음을 합니까? 우상을 미워하면서도, 왜 신전의 물건을 훔칩니까? 율법을 자랑하면서도, 왜 율법을 어겨서 하나님을 욕되게 합니까? 성경에 기록한 바 ‘너희 때문에 하나님의 이름이 이방 사람들 가운데서 모독을 받는다’ 한 것과 같습니다.”(로마서 2:21-24)

예수님도, “나더러 ‘주님, 주님’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 그 날에 많은 사람이 나에게 말하기를 ‘주님, 주님, 우리가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고, 또 주님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행하지 않았습니까?’ 할 것이다. 그 때에 내가 그들에게 분명히 말할 것이다.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물러가라.’”(마태복음 7:21-23)고 말씀하셨습니다.

말씀을 실천해야 하지만, 실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법이 행해집니다. 그렇기에 율법학자들의 말에서 생명력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권위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회당은 상징적으로는 예배와 말씀이 이루어지는 거룩한 공간, 생명의 공간이었지만 사실은 죽어있는 공간에 지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두 번째 문제가 되는 악한 귀신이 자발적으로 회당이라는 공간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생명력이 없는 공간, 거룩함이 사라져 버린 더러운 공간이기에 악한 귀신이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악한 귀신은 거룩한 곳에 자발적으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멀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예수님을 만나자 악한 귀신은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왜 우리를 간섭하려 하십니까!” 

예수님이 거라사인의 지방에서 더러운 귀신을 만났을 때도 더러운 귀신은 예수님을 보자마자 달려와서는 이렇게 항변했습니다. “그가 멀리서 예수를 보고 달려와 절하며 큰 소리로 부르짖어 이르되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 나와 당신이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원하건대 하나님 앞에 맹세하고 나를 괴롭히지 마옵소서 하니”(마가복음 5:6-7)

자신들에게서 떠나달라는 간청입니다. 악한 귀신, 더러운 귀신이 예수님을 멀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자신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에서 쫓아낼 수 있는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악한 귀신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25 예수께서 그를 꾸짖어 말씀하셨다. ‘입을 다물고 이 사람에게서 나가라.’ 26 그러자 악한 귀신은 그에게 경련을 일으켜 놓고서 큰 소리를 지르며 떠나갔다.”

생명력과 거룩함이 사라진 회당에는 귀신 들린 사람을 알아보는 자도, 귀신을 쫓아낼 수 있는 자도 없었습니다. 말씀에 대한 순종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는 믿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마가복음 9장의 본문을 보면 제자들이 예수님께 이런 질문을 합니다. “28 예수께서 집 안으로 들어가시니, 제자들이 따로 그에게 물어보았다. ‘왜 우리는 귀신을 쫓아내지 못했습니까?’”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29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이런 부류는 기도로 쫓아내지 않고는, 어떤 수로도 쫓아낼 수 없다.’”

그렇다면 회당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말씀을 가르치는 이들은 기도하지 않았다는 말입니까?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그들에게는 믿음이 없었습니다. 말씀에 순종하지 않는, 행함이 없는 그들에게 믿음이 있을 리 없습니다.

사람들이 예수님의 말씀에 놀랐을 때, 율법학자가 모르는 것을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다. ‘언행일치言行一致’의 차이입니다. 언행일치의 차이는 곧 믿음의 차이입니다. 믿음 없이는 행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귀신을 내쫓으시는 예수님을 보고 사람들은 놀랍니다. 권위 있는 새로운 가르침이라고 칭송합니다. “27 사람들이 모두 놀라서 ‘이게 어찌된 일이냐? 권위 있는 새로운 가르침이다! 그가 악한 귀신들에게 명하시니, 그들도 복종하는구나!’ 하면서 서로 물었다. 28 그리하여 예수의 소문이 곧 갈릴리 주위의 온 지역에 두루 퍼졌다.”

그리곤 예수님은 회당에서 나오십니다. 이미 거룩함과 생명력이 존재하지 않는 회당은 마땅히 나와야 할 장소입니다. ‘회당’이라고 이름 붙여진 공간, 또는 과거의 어떤 역사가 ‘회당’을 회당답게 하지 못합니다. 바로 오늘 회당에서 말씀이 실천되고, 거룩함이 존재할 때 회당은 회당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장소가 달라졌습니다. 예수님은 회당을 나오셔서 곧바로 시몬과 안드레의 집으로 향하십니다. 특별하지 않은 일반 가정집입니다. “29 그들은 회당에서 나와서, 곧바로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시몬과 안드레의 집으로 갔다.”

이 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습니까? 먼저는 열병으로 누워있는 시몬의 장모를 예수님이 치유하십니다. “30 마침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있었는데, 사람들은 그 사정을 예수께 말씀드렸다. 31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다가가셔서 그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병이 떠나고, 그 여자는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본래 ‘회당’이라고 이름 붙여진 공간은 이제 더는 회당의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한 평범한 가정집이 ‘회당’의 기능을 대신 담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회당이라고 부를 수 없는 공간이지만, 사람들이 몰려들어 치유와 은혜의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평범한 가정집이 생명력과 거룩함이 살아 있는 진정한 ‘회당’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그 평범한 가정집에 계셨기 때문입니까? 예수님 때문만은 아닙니다. 평범한 가정집이 생명력과 거룩함의 공간이 된 이유는 베드로의 장모 때문입니다. 오늘 말씀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그 여자는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예수님이 사역하실 수 있도록, 예수님과 제자들의 의식주를 책임지며 섬긴 베드로의 장모가 있었기에 그 집은 단순한 집이 아닌 회당이 될 수 있었습니다.

“32 해가 져서 날이 저물 때에, 사람들이 모든 병자와 귀신 들린 사람을 예수께로 데리고 왔다. 33 그리고 온 동네 사람이 문 앞에 모여들었다. 34 그는 온갖 병에 걸린 사람들을 고쳐 주시고, 많은 귀신을 내쫓으셨다. 예수께서는 귀신들이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들이 예수가 누구인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거하실 수 있는 공간을 여성이 만들어냈습니다. 예수님의 치유와 거룩함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한 여성의 믿음과 헌신 때문에 바로 그 곳에서 은혜의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회당이라고 이름 붙여진 공간, 교회라고 이름 붙여진 공간이 거룩한 곳이 아닙니다. 평범한 집도 얼마든지 생명이 넘치는 거룩한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믿음 가운데 헌신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있는 곳이 바로 하나님이 거하실 공간이자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날 곳이기 때문입니다.

목사는 말할 것도 없고 성도라는 이름을 다시 갖게 된 우리가 회복해야 모습은 무엇입니까? 언행일치의 신앙입니다. 이 언행일치의 신앙이 바로 베드로의 장모와 같은 ‘섬김’의 모습입니다. 헌신과 사랑의 모습입니다.

야고보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 어리석은 사람이여, 그대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고 싶습니까?”(야고보서 2:20)”, “여러분이 아는 대로, 사람은 행함으로 의롭게 되는 것이지, 믿음으로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창녀 라합도 정탐꾼들을 접대하여 다른 길로 내보내서, 행함으로 의롭게 된 것이 아닙니까? 영혼이 없는 몸이 죽은 것과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야고보서 2:24-26)

우리의 지식이 믿음이 아닙니다. 우리의 직분이 우리가 믿음 있음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우리의 실천, 말씀에 대한 순종의 삶이 곧 믿음입니다. 우리가 삶을 통해 말씀을 살아낼 때, 우리의 삶 속에서 하나님이 거하시며 치유와 회복, 생명이 회복되는 은혜의 역사가 일어나게 될 줄 믿습니다. 말씀을 살아내는 삶이 회복되기를 소망합니다.

이상중 목사(초도제일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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