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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안경을 벗어내자!”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이영 신부(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 승인 2024.03.20 03:19
ⓒ이영 신부 제공

1966년 3월 21일은 UN이 ‘인종차별 철폐의 날’로 선포한 날이다. 인종차별 철폐의 날은 196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차별적인 여권법(흑인에게 신분 여권 소지를 의무화시킨 법률)에 반대하며 평화적 시위를 벌이던 69명이 경찰의 발포로 살해당한 사건을 계기로, 1966년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UN이 이날을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로 지정하였다. 한국도 1978년에 인종차별 철폐협약(‘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에 가입하였다. ‘인종차별 철폐의 날’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모든 인간의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함을 선포하며, 생명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함을 실현하고자 다짐하는 날이다.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채택일 1965. 12. 21. / 발효일 1969. 1. 4.  ‖ 대한민국 가입일 1978. 12. 5. / 적용일 1979. 1. 4.

제1조
1. 이 협약에서 "인종차별"이라 함은 인종, 피부색, 가문 또는 민족이나 종족의 기원에 근거를 둔 어떠한 구별, 배척, 제한 또는 우선권을 말하며 이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또는 기타 어떠한 공공생활의 분야에 있어서든 평등하게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인정, 향유 또는 행사를 무효화시키거나 침해하는 목적 또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2. 이 협약은 체약국이 자국의 시민과 비시민을 구별하여 어느 한쪽에의 배척, 제한 또는 우선권을 부여하는 행위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3. 이 협약의 어느 규정도 국적, 시민권 또는 귀화에 관한 체약국의 법규정에 어떠한 영향도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없다. 단, 이러한 규정은 어느 특정 국적에 대하여 차별을 하지 아니한다.
4. 어느 특정 인종 또는 종족의 집단이나 개인의 적절한 진보를 확보하기 위한 유일한 목적으로 취해진 특별한 조치는 그러한 집단이나 개인이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동등한 향유와 행사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보호를 요청할 때에는 인종차별로 간주되지 않는다. 단, 그러한 조치가 결과적으로 상이한 인종집단에게 별개의 권리를 존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서는 아니되며 또한 이러한 조치는 소기의 목적이 달성된 후에는 계속되어서는 아니된다.

‘인종차별 철폐의 날’ 반세기가 지난 한국에서는 단일민족이라는 혈통주의를 탈피하여 ‘다문화사회’를 표방하며 이주민 250만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4.7%를 차지하며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은 이제 결코 낯선 이방인이 아니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 종교, 문화가 어우러져 살아가게 되었다. 이는 한국 사회가 고령화·저출산이 심화하면서 노동력 부족의 해소와 인구 조절 기능으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앞으로도 한국은 이주민과 공생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다문화사회에 대한 우려와 함께 다문화를 반대하고, 이를 넘어 혐오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인종차별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주민 유입 초기만 해도 이주민에 대한 한국 국민의 정서는 동정주의 의식을 가지고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내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하는 존재로 둔갑하였고, 이주민을 잠재적인 범죄자 또는 테러리스트로 부각되고 있다. 그럼 과연 이처럼 변화된 원인은 무엇일까?

ⓒ이영 신부 제공

우선, 이주민에 대한 인식은 동정에서 혐오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계급주의가 작용하였다. 이주민은 필요로 유인된 도구일 뿐 한국 사회의 사회적 구성원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이에 따라 이주민은 한국 사회의 변두리에 이방인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가령 한국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이 되는 길밖에 없다. 결혼이주여성이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이주민은 체류자격에 따라 통제와 규제에 예속된다. 이주노동자에 있어서는 노동권이 종속되어 있고, 인간의 기본적인 직장선택·이동의 자유와 가족 동반이 허용되지 않는 상태에서 노동력 활용의 일환으로 순환되고 있다. 미등록 이주민에 있어서는 더더욱 냉혹하다. 강제 추방 대상으로 배제되어 있다.

다양한 이주민의 유입과 그와 함께 그들이 사회적 구성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할 때 한국 사회는 그들에게 자리를 내 주지 않는다. 한국 사회가 다문화사회를 지향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차별을 포장한 획일적인 동화주의일 뿐이다. 한국 사회가 진정한 다문화 공생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주민을 사회적 구성원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이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는데 한국 사회는 내국인과 이주민을 분리하는 정책으로 치우치며 갈등을 조장하는 듯하다. 얼마 전에도 ‘국민 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공포 2023.08.08.)이 마련되어 정보수집 및 추적권을 부여하고 테러 인물을 감시·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아 시행(2024.02.09.)하면서 이주민에 대한 인권침해와 차별이 가시화되고 있다.

우스갯소리일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이슬람 모자를 쓰고 들어오는 이주민을 보고 센터에 자원봉사를 하러 온 초등학생이 “알 카에다!(Al-Qaeda)”라고 소리를 쳤다. 어쩌면 한 아이처럼 한국 사회도 ‘테러방지법’을 통해 이주민을 테러리스트로 색안경을 쓰고 보지 않을까!

인종차별 철폐의 날에 불현듯 한 아이의 외침이 생각이 나는 것은 이주민에 대한 색안경을 벗어 버려야 한국 사회가 다문화 공생사회로 나가는 첫걸음이 되리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색안경을 벗자!

이영 신부(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eotjde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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