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원 목사(부산 새날교회)

현재 한국사회의 최대 현안 중의 하나는 양극화 현상이다. 이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된 주된 원인은 지난 97년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로 급속히 진화되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정부가 급진적 신자유주의를 발전 모델로 삼은 관계로 이는 곧바로 반노동자적인 정책을 기본이념으로 추구하게 되면서 사사건건 노동자들과 갈등관계를 지속해 왔고 지금까지 노정관계는 심각한 갈등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노동을 배제 시키는 정책이 핵심이며 이는 소득의 불균형을 가져오게 되었고 결국 빈부격차, 비정규직 문제 등 이른바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고 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으며 노동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저항이 거세 질 것으로 예상된다.

1.신자유주의 경제체제하의 노동 상황

1) 실업률과 취업률

우리나라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7%까지 치솟았지만 최근에는 3%대에 머무는 안정된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실업률은 OECD 평균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실업률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의 고용사정은 매우 양호하다. 그러나 취업률을 기준으로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2004년 취업률은 59.3%로 외환위기 이전(97년 60.9%)에 미치지 못하고, OECD 국가 중 21위로 OECD 평균에 못 미친다.

취업률이 낮다는 것은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실망실업자수가 그 만큼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2) 비정규직

비정규직은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2004년 8월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비정규직은 816만이고 정규직은 643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특히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 여성노동자 10명중 7명은 비정규직이다.

연령이 높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으며, 특히 지난 1년 동안 비정규직의 증가는 공공부분(정부)이 주도해 왔다. 비정규직에 속하는 노동자라 함은 기간제 노동, 간접고용, 단시간노동, 특수고용노동자 등이 이에 속한다.

3) 임금

우리나라 노동자의 명목임금은 1970년대부터 1998년까지는 거의 변함이 없었는데 1999년부터 그 격차가 빠른 속도로 확대 되고 있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 격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2004년 8월 현재 정규직의 임금총액은 월 211만원이지만 비정규직은 110만원이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51.9%이다. 상위 10%와 하위 10% 사이의 임금 격차는 2000년 4.4배에서 2004년 5.1배로 증가했다. 한국의 임금소득 불평등은 OECD국가 중 임금소득 불평등이 가장 높은 미국보다도 크게 높다.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1,458만 명중 절반에 근접하는 699만 명(47.9%)이 저임금 계층으로, 정규직이 131만 명(20.4%) 비정규직이 568만 명(69.7%)이다. 정규직은 5명중 1명, 비정규직은 10명중 7명꼴로 저임금 계층이다. 

4) 노동시간

1980년대를 정점으로 연간 노동시간은 단축되고 있다. 그러나 2004년 취업자 기준 2,538시간, 노동자 기준 2,380시간으로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OECD국가들 중에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을 넘는 나라가 한국 밖에 없다는 사실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5) 노동시장 유연성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알려진 것 보다 훨씬 높으며 고용조정 속도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OECD 국가중 1위를 자랑하는 미국보다 크게 높다.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60개 국가중 9위이며 OECD국가에서는 1위이다.

6) 노동조합 조직률

2004년 노동조합 조직률은 11%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70년대 이래 가장 낮은 수치이며 OECD 30개국 중 29위이다. 1980년대 말 18.6%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온 노조조직률은 쇠락해 가는 노동운동의 위상을 집약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7) 파업현황

1987년 이후 2~3년간 폭발적인 파업이 있은 이후 90년대 들어서 뚜렷이 파업이 감소되다가 외환위기 이후 파업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최근 파업의 주요 동기는 임금보다는 고용문제로 인해 발생하고 있으며,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노동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노사관계가 악화된 데에 기인하고 있다.

2. 노동문제 전망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노동현황은 과거에 비해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욱 악화되었고 전반적으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은 현저히 쇠퇴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고용의 질과 노동소득 분배구조가 악화된 것은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과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인건비 절감에 기초한 단기수익 극대화’ 전략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 정책과 기업전략은 이제 한계 상황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기업은 노동시장이 유연화 되면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서 고용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 하면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핵심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유연화를 실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경쟁력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비정규직만 확대 시킨 꼴이 되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가져옴으로 양극화를 초래했다.

현 정부는 과거 권위주의정부 보다도 더 성장 중심적이고 시장근본주의에 잡혀있으며 재벌 중심적이며 노동 배제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 갈등을 빚고 있는 비정규노동자 보호 법안이나 노사관계 로드맵 등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정부의 노동 배제적 기저를 깔고 있다.

정부의 급진적 신자유주의 정책은 필연적으로 정부와 노동자, 자본과 노동의 대립을 가져 올 수밖에 없기에 앞으로 노동문제는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노동자 현실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점점 심화될 것이다.

반면에 자본과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적해야할 노조 조직률은 10%대에 머물 정도로 낮은 조직률과 10%대에 머무는 단체협약 적용률, 그것도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조로서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전략에 맞서기에는 힘에 부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행 노사관계 체제에서 전체 노동자의 80~90%가 노조 가입조차 배제된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될 전망이다.

3. 노동문제에 대한 선교적 대응

한국사회는 90년대 말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노동문제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앞에서 말씀 드린 대로 오늘의 이 노동현실은 경제위기 이후 불어 닥친 신자유주의 물결에 의해 노동문제는 초토화 됐고 왜곡되기 시작하면서 노동보다 시장이 우선시 되면서 빈곤의 사회화가 진행되어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한마디로 오늘의 노동자들은 삶이 더욱 궁핍해 졌고 노동으로부터 더욱 소외되고 있으며 스스로를 조직할 수 있는 여건과 능력은 약화되어 급속도로 질곡으로 빠져들어 가는 최대의 위기 가운데 처해 있다. 물론 이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주범은 정부의 정책이고 기업의 전략 때문이다. 소위 민주정부들은 정책에 있어서 신자유주의적 시장지상주의 이념과 가치를 절대적 가치로 받아들이면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급진적인 형태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경제는 노동유연화 정책을 핵심으로 추진하는데 그 본질은 노동배제이다. 노동문제에 대한 정부의 목표는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 정책’을 완결 짓고 뿌리내리게 하는 것에 있다.

이와 같이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전략이 지속되는 한 한국의 노동시장은 유연화 전략으로 인해 임금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며 비정규직의 급속한 증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 조직률의 저하, 노동운동의 사회적 고립 등 모든 상황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수 년 동안 노동문제에 있어서 일정부문 성과도 있었지만 오늘의 현실과 앞으로 전개될 노동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고용의 질과 소득분배 구조는 갈수록 악화되고, 노동자 대중의 삶은 피폐 해 지고 있다. 지금은 ‘노동의 위기’이다.

이제 교회는 산업선교를 다시 시작해야한다. 제2의 산업선교 운동을 전개해야한다. 과거 70,80년대 산업선교가 최소한의 노동자의 생존과 노동인권 문제였듯이 다시금 노동자 생존과 노동인권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투쟁의 무기를 다시 들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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