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순 목사는 스승이라고 여기는 조지 오글 목사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다. 오글 목사를 회상하는 조 목사는 즐거웠지만, 때때로 눈가에 물기를 담으며 고난을 함께 나누었던 스승이자 동지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 현재 조화순 목사가 살고 있는 평창군 산골의 주택. 후배가 손수 지은 통나무집에서 산골의 공동체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오글 목사의 도시락 반찬은 언제나 김치 깍두기

조화순 목사는 조지 오글 목사가 "한번 입은 양복은 10여년간을 계속 입어야 하는 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글 목사는 새 옷을 사면 그 옷을 걸어놓고 며칠을 보고 익힌 후에 입었다고 한다. 오글 목사의 옷은 항상 속감이 헤어져 있었고, 양말도 구멍이 나 있었다.

결혼 후 오글 목사의 부인이 출근하는 남편에게 이 옷 저 옷을 입기를 권하고 헤지고 구멍난 옷들을 치워두려고 하자 오글 목사는 "당신이 옷 걱정을 계속 한다면 이혼하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는 결국 "부인으로부터 해방되었다"고 좋아했다고 조 목사는 웃으며 이야기 한다.

오글 목사는 아이들도 한국학교에 보낼 만큼 한국을 사랑하였다. 때때로 조화순 목사가 오글 목사의 딸 '캐티'를 영화초등학교까지 손을 잡고 바래다 주곤 했는데, 이제 장성한 캐티가 몇해 전 아버지에게 "고향에 가고 싶다"고 해서 한국에 온 적이 있다고 한다.

오글 목사는 또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는데 반찬은 매일 김치와 깍두기였다는 것이다. 한번은 버스에서 가방을 놓고 내려서 종점의 사무실까지 직접 찾아갔다고 한다. 오글 목사가 "혹시 주인이 잃어버린 가방이 없느냐?"고 하자, 사무실 직원들은 벽안의 외국인에게 단호하게 "없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자 오글 목사는 "내 가방은 너무 낡아서 누가 가져가지도 않을텐데요"라고 말했고, 직원들은 그제야 "혹시 가방에 도시락도 있느냐?"고 묻더라는 것이다. "김치와 깍두기"라는 대답을 듣고서 직원들은 "외국인이 이런 도시락이 든 가방을 가지고 다닐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느냐"며 가방을 내어놓았다고 한다.

산업선교정신과 가장 일치하는 건물 '초가집'

'인천시 동구 화수동 183번지'가 오글 목사가 구입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회관이다. 아직도 빈민지역으로 분류되는 화수동은 1960년대 초반에는 초가집들이 밀집해있던 빈민지역이었다. 방을 쪼개서 두 가정이 사는 집이 허다했고, 집과 집 사이를 지붕만 이어 방을 만들어 사는 사람도 있었다. 조화순 목사가 방문했던 어느 가정은 주인집 안방을 거쳐서 들어가는 다락방에도 세들어 사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 조지오글 선교사가 구입했던 초창기 인천산업선교회 건물. 가운데가 조화순, 조승혁 목사. 좌우로 당시 실무자였던 최영희(현 청소년위원회위원장) 전용환(현 감리교 목사) 유흥식 유재민 등도 보인다.

오글 목사는 그 지역을 돌아보고서 이런 곳이야말로 산업선교의 터전이라고 생각하고,  지금의 일꾼교회 자리의 초가집 한채를 점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집을 사기 위해서 오글 목사는 며칠간 그 집 주위를 돌았고 결국 구입하게 되었다고...

조 목사에 따르면 이 초가집 선교회관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였는데,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다시 지어야 되겠다"고 말했던 반면, 외국인 방문자들은 한결같이 깜짝 놀라면서 "산업선교회의 정신과 건물이 너무나 일치한다"고 칭찬하며 "보존해야한다"고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조화순 목사는 "조지 오글 목사가 산업선교와 민주화에 지대한 공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감리교에서 그에게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 것이 섭섭하다"며 현재 암 투병 중인 오글 목사를 위해 "늦기 전에 조그마한 기념사업이라도 해야할 것"이라는 충고도 덧붙였다.

제일 기억나는 실무자는 김근태

조화순 목사는 산업선교회를 거쳐간 많은 실무자들과 후배들 중에 특별히 김근태 현 복지부장관을 각별하게 여기고 있는 듯 했다.

▲ 대화 중 후배 이창식 씨(현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장)와 통화를 하며 과거 추억으로 즐거워하는 조 목사. 이창식 원장은 동일방직노동조합 사건으로 가장 힘든 시기 산업선교회에서 함께 일했다.

조화순 목사가 기억하는 김 장관은 특히 출근시간과 약속을 잘 지켰던 사람이었다. 조 목사의 산업선교회 총무 시절을 거의 같이 보냈던 김근태 장관은 '70년대 산업선교회를 자리매김한 중요한 인물 중의 하나'라고 조 목사는 평가하였다. 김 장관이 민주화청년운동연합회 활동을 위하여 1984년 산업선교회를 떠나고자 했을 때, 조 목사는 "산업선교회 입장에서는 무척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한국 사회를 위한 보다 큰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떠나는 김 장관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조화순 목사는 김근태 장관의 초청으로 복지부장관실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이 자리에서 장관의자에 앉아 사진 찍기를 머뭇거리는 조 목사에게 김 장관은 "오늘의 저를 있게 해주신 분"이라며 또한 선배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였다고 한다.(계속)

김혁  omyste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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