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상임대표는 4일 정동 배제학술지원센터에서 열린 토론회<강제성이란 무엇인가>에서 아베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여성들 스스로 자원했다’는 그동안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성노예제도의 범죄성과 일본정부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위한 것이라 주장했다.

피해자 증언, 역사 진실 입증하는 중요 자료

윤미향 대표는 특히 “아베의 ‘강제성 없다’는 발언 이후 ‘강제동원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 확보 등이 중요시되어, 피해자 구술·증언이 자료로서 가치가 훼손되는 분위기”라며 “문서 입증만큼 피해자 증언도 역사 진실을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라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피해자 증언은 이미 자료로서 인정받고 있다.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 판결문(1948년)은 ‘사건 증언과 동일한 유형의 만행에 대한 구술·선서진술로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며 ‘만행은 일본정부·정부 내 인사·군 지도자가 은밀히 명령했거나 계획적으로 허락되었다’고 지적했다.

이 판결문을 기록하고 있는 1994년 국제법률가협회 보고서는 ‘군·정부 고위관리들은 여자들이 강압 동원 과정을 알았고, 동원이 군경이 동원과정에 중요 역할을 수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본정부와 정치권은 북 납치문제에서는 증인들의 증언을 납치증거로 확신하면서도 일본군‘위안부’생존자들의 증언에는 ‘신빙성이 없다’며 증언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의무(강제성을 입증하는 문서)를 피해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현실이다.

윤 대표는 아베가 주장하는 ‘협의의 강제동원’ 근거조차 1994년 네덜란드 정부 보고서와 도쿄재판 증거 서류와 판결, 일본법정에서 판결 등 공식문서에서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있음을 거론, 오직 일본정부만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일본군‘위안부’제도로서 위안소 설치·동원·운영·전후 처리과정 등에 군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입되었고, 성노예 제도로 국제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라며 “고노담화에서도 부족하지만 일부 강제성을 인정했는데 역사가 자꾸 거꾸로 가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폭력연행·사기·유괴...국가 권력·압력 직간접 개입

윤 대표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은 일본이 ‘위안부’문제에 군 개입을 부인할 때 그 태도를 변화시킨 중요한 계기였다고 강조했다.

정대협이 192명 생존자(현재 110명)를 조사한 일본군‘위안부’증언통계 자료집을 살펴보면 일본군‘위안부’ 모집 시 강제동원 형태를 크게 ‘물리적 폭력을 쓴 연행’과 ‘인신매매·유괴·취업사기’ 등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피해자 192명 중 취업사기가 98명(51%)으로 가장 많았고, 유괴와 납치 65명, 군관 압력 48명, 인신매매 6명 순이다. 일본군‘위안부’ 동원은 넓은 의미에서 ‘물리적 폭력’으로 연행되었거나 취업사기 등으로 연행되었거나 모두 강제동원인 것이다.

유괴·납치 사례에서는 나물 캐는 소녀를 트럭에 싣고 가거나 기차 안에서 그냥 끌려간 경우, 서울 길거리에서 끌려간 사례도 발견할 수 있다. 속임수·유괴의 경우는 카라멜·쌀밥을 준다고 하며 끌고 간 경우 등이며 이런 때에도 순사·군속의 압력·무력이 배경이었다.

그밖에 대다수 여성들은 일본에 있는 공장에서 일한다거나 부상병을 간호하는 간호부로 일한다는 ‘사기’로 위안부에 동원되었다. 윤미향 대표는 이와 관련, 표면상 동원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거의 모든 동원에 국가 권력과 압력이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인권위 여성폭력문제 특별보고관인 라디카 쿠마라스와미와 게이멕두겔은 보고서에서 이를 밝히고 있다. 쿠마라스와미는 일본군‘위안부’문제보고서(1996년)에서 ‘위안부’ 모집에서 세 가지 징집방법(자발적인 모집·속임수 모집·대규모강제폭력 여성납치)을 확인하고 있다.

게이 멕두겔 보고서(1998년) 또한 위안부 징집이 많은 경우 민간에서 이루어졌으며, 민간모집 기구 역시 군 당국의 부탁을 받은 위안소 운영자들의 요청으로 움직였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한 위안부의 필요성이 높아지자 이들 모집책들은 회유와 협박을 일삼았고, 정부·군 관계자가 직접 관여했으며, 위안부 이송은 군함과 군차량으로 이루어졌다고 기록했다.

피해국·일본정부 문서와 연합군 관련문서 공개해야

윤미향 대표는 이어 문서를 발굴·조사해 일본군‘위안부’제도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문제를 조사하는 것이 연구자들의 과제이며, 정부와 공기관이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독일 나치범죄 관련 모든 문서가 일반에게 공개되었음을 거론, 피해국과 일본정부 군문서와 관련문서는 물론 연합군이던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문서를 공개하도록 하는 운동을 국제 활동 속에서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정부에 ‘협의의 강제성’이라는 허구논리로 일본정부의 범죄성을 축소·은폐하려는 의도를 중단해야하며, 일본군 성노예 범죄에 대한 전모를 공개하고 진상규명에 나서고 신속히 법적 배상고 사죄를 이행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한국정신대연구소·민족문제연구소·민족정기를세우는국회의원모임 공동주최로 열렸으며, 이에 앞서 요시미 요시아키 일본주오대학 교수, 하종문 한신대 교수, 가와다 후미코 일본전쟁자료 센터 공동대표의 한일 학술세미나가 진행됐다.

이철우  cybered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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