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에큐메니칼소식 사회
[조화순④] 소모임 조직론의 효시'페다고지' 의식화교육론 최초 실천가
김혁 | 승인 2005.11.06 00:00

 의식화교육론의 최초 실천가

조화순 목사는 노동자들과 함께 하면서 파울로 프레이리의 '페다고지'의 의식화 교육 방법을 실천했다고 한다.

조 목사가 나름대로의 교육방식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보아 조 목사는 '페다고지'라는 책을 읽고 배웠다기 보다는 그 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은 후 몸소 실천한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조 목사는 파울로 프레이리는 희미하게 기억하지만 '페다고지'라는 책 이름은 알고 있지 못했다.

   
▲ 조화순 목사 칠순잔치에 참석한 옛 동일방직 노동자들과 산업선교회 실무자들.
조화순 목사가 말하는 초기 산업선교회 의식화 교육은 이렇다.
"나는 노동자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기보다는 토론을 많이 시켰어. 노동자들과 만나면 먼저 '노동이 뭐냐?'는 질문을 슬쩍하지. 그러면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 '가치를 만드는 귀중한 것'이라는 등 원론적인 이야기가 막 나와.
그런 다음에 다시 물어. '너희들에게 노동은 어떤 것이냐?'고. 그러면 자기들 이야기를 하기 시작해. '노동은 너무 힘들다' '노동자는 사람 대접도 못받는다' '월급이 너무 적다'는 등 말이야. 그러다가 '정말 노동은 하기 싫다'는 이야기까지 나오지.
그러면 다시 물어.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결국 '노동자가 단결해야 한다'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그들 입에서 나오는거야.
처음에는 이렇게 나와 함께 이야기하다가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자기들끼리 토론을 하게해. 그러면 정말 깜짝 놀랄 이야기들이 그 토론 속에서 나오는거야."

대학생 출신이 몇명이나 되죠?!

이렇게 토론을 통해 각성한 노동자들은 이후 실제로 동일방직 노동조합의 핵심운동가들이 되었다. 이들 노동자들이 해고자가 되어 있을 무렵,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산업선교회를 찾았다. 조화순 목사는 서울대학생들과 동일방직 노동자들을 함께 토론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대학생들 위주로 진행되던 토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노동자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토론이 진행되었다.

이 무렵, 대학생 한명이 조 목사를 조용히 불러 밖으로 나갔다. 그 대학생은 대뜸 조 목사에게 "저기 여자들 중에 대학 출신이 몇명이나 있느냐?"고 물었고, "한 명도 없다"는 말에 "거짓말하지 말라"며 계속 추궁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저기 노동자들은 대부분 국민학교 졸업이고, 일부만 중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다. 대학생은 한명도 없다"는 조 목사의 설명을 듣고 그 대학생은 "이제까지 내가 서울대학을 다닌다는 이유로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오늘 나는 무척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분명히 대학 출신일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박정희는 안돼!"

조화순 목사는 노동자들과 관련된 일화를 하나 더 말한다.
동일방직 사건으로 산업선교회가 심각하게 박해를 받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이미 산업선교회 총무로 활동 중이던 조화순 목사는 밤마다 동원된 불량배들이 찾아와 선교회관의 유리창을 깨뜨리고 욕을 해대며 위협하던 시기에 실무자들도 대부분 그런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떠나버렸다고 한다.

조 목사가 '가장 무섭고 외로웠을 때'라고 말하는 바로 그 즈음, 동일방직 노동자 3명이 산업선교회 내에 있던 조 목사의 방으로 찾아왔다. 그 중 한명이 대뜸 "목사님도 우리를 무시하고 있다"며 조 목사를 힐난하고 "같이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고 나가버린 것이다.

   
▲ 후배들이 열어준 칠순잔치에서 흥겨운 노래로 답례하는 조화순 목사.
그들이 돌아간 후에 조화순 목사는 평생동안 가장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토록 애정을 쏟았던 노동자에게 막상 그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동안의 무서움과 외로움이 더해져 서럽게 울었다. 한동안 울다가 조 목사는 갑자기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고 한다.
"나는 박정희는 안돼!"

지식인은 스스로 내려와서 대등해져야

"울며 생각하는 동안 불현듯이 '박정희와 내가 똑같다'는 생각이 드는거야. 박정희가 국민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처럼 나도 노동자 보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가르치고 지시하려고만 했고, 제대로 하는지 못하는지 판단만 하려고 했었던 거야. 그때 나는 박정희를 제일 미워했거든. 그러니까 꽥 고함을 지른거야 '나는 박정희는 안돼!~'하고 말이야."

조화순 목사는 그 때 "내려오는 운동을 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인간으로 내려왔던 것처럼 스스로 내려와서 대등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 목사는 특히 "지식인들의 태도에 따라서 세상이 변화한다"고 말한다. "지식인들이 반성하고 스스로 내려와서 노동자들과 대등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내려오는 운동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조화순 목사는 강조한다.

70년대 말부터 20여년간 구로지역에서 노동운동에 헌신하였던 인태영 씨는 "조화순 목사의 노동자 조직방법은 이후 80년대 노동운동의 방식이었던 '소모임 조직'의 효시"라고 평한다. 취재에 동행하였던 인씨는 "실제로 '소모임 조직론'을 인천도시산업선교회에서 선배운동가들의 보고서를 통해서 습득하게 되었다"는 경험을 소개하면서, 조 목사 등의 "초기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운동방식을 발굴하고 재평가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김혁  omystep@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혁의 다른기사 보기
icon관련기사 icon내가 먼저 변해야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19 한국기독교회관 503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4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