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간의 폭력적 공격에 대한 이야기가 성서에 나와 있습니다. 마가복음 12장 1-12절과 그 병행구들(마태 21:33-46; 누가 20:9-19)입니다.

이 이야기는 예루살렘 성전 뜰에서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과 장로들이 예수님의 권위를 문제 삼으면서 시작된 논쟁적 상황에서 행해진 예수님의 비유입니다. 이 이야기는 도마복음서에도 나옵니다(말씀 65).

그 이야기의 대략은 이렇습니다. “어떤 사람이 포도원을 농부들에게 소작을 주고 떠났다가, 그 세를 받으려고 종들을 보냈습니다. 농부들은 종들을 때리거나 죽였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자기의 아들을 보내서 세를 받아 오도록 시키고, 농부들은 상속자인 그 아들을 죽여 버립니다. 그 사람은 와서 농부들을 죽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소작을 주었습니다.”

전통적 해석은 당시 부재지주의 반민중적 착취를 간과

전통적으로 이 비유는 알레고리적으로 해석되었는데, <포도원=이스라엘 / 농부들=유대 지배자들 / 주인=하느님 / 종들=예언자들 / 아들=그리스도 / 농부들을 죽임=이스라엘의 심판 / 다른 이들=이교도들>로 대비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을 선택하여 유대 지도자들에게 경작을 맡겼는데, 그들은 예언자들을 통한 하느님의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하느님은 아들인 예수님을 보내어 그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그들은 그 아들마저도 죽여 버렸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해석은 지주와 아들의 입장에서 본 것이며, 그 아들을 예수님과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만일 예수님이 이 이야기를 위의 해석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 했다면, 당시의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당시 유대의 대부분의 토지가 부유한 부재지주들의 소유였고, 그들은 대개의 경우 로마의 점령 세력과 결탁한 상류층 사람들이어서 유대 농민들은 그들에게 부과되는 극심한 조세(최소 60%가 세금)와 가뭄 등으로 인한 어려움에 견디다 못하여 가진 자들에게 항거하는 반란에 가담하곤 하였습니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자기의 터전에서 퇴출되어 떠돌이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수님이 부재지주를 하느님으로, 그 아들을 예수님 자신으로 비유할 수 있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당시의 사회-정치-경제-종교적 상황의 불합리성을 날카롭게 비판하던 예수님이 스스로를 부재지주의 아들로 비유했다면, 당시 예수님을 따르던 무리들을 욕되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부재지주가 저항하는 소작인들을 모두 죽이고 다른 사람에게 다시 소작을 주는 것을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결과가 됩니다.

이 비유의 전통적인 해석은 하느님의 섭리가 이스라엘 혹은 유대인에게서 이방인(유대인들의 관점에서)에게로 넘어 갔다는 역사적 사실을 확증하고 뒷받침하는 증거로 사용되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유대교가 아니라 기독교에 하느님의 소명이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미드라쉬 해석-소작인에게 땅 빼앗아 아들에게 주었는데 그 아들이 이스라엘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미드라쉬(Sifre Deut. 312)와 랍비 요세(Jose Hagalili)의 비유에도 있습니다.

“어떤 왕에게 땅이 있었는데, 그는 그것을 소작인들에게 빌려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왕의 것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왕이 그들에게서 빼앗아 그 자녀들에게 맡겼다. 그러나 그들은 그 아비들보다 더 악하게 행하였다. 그래서 왕은 다시 그 땅을 빼앗아 그들의 자녀들에게 맡겼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그들의 할아버지들보다 더 악한 것이 드러났다. 그런데 이 왕에게 아들이 하나 생겼다. 그러자 왕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 내 땅에서 나가라. 내 것을 다 돌려주라, 그렇게 하여 나는 그것이 나의 것이라고 하는 사실을 다 알 수 있도록 하겠다.”<미드라쉬(Sifre Deut. 312)>

“어떤 왕이 바다 건너 먼 곳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는 여행을 떠나면서 사악한 사람에게 아들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하려고 했다. 그러자 그의 친구들과 종들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왕은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아들을 사악한 자의 손에 맡겼다. 왕이 여행을 떠나자 이 사악한 보호자는 그의 도시를 다 부수어버리고, 왕의 집을 불질렀다. 그리고 왕의 아들을 칼로 상해했다. 왕이 한참 후에 돌아와서 이것을 보고는 자기 머리털과 수염을 뽑으면서 탄식을 했다. 그는 그 사악한 자에게 아들을 맡긴 것을 후회하며 한탄을 했다.” <요세(Jose Hagalili)>

여기에서 소작인들에게 땅을 빼앗아서 아들에게 주었는데 그 아들이 바로 이스라엘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들은 이스라엘이 당하는 고난과 예루살렘 멸망에 관하여 하느님의 통치(섭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석은 왕[부재지주]의 입장에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비유도 이와 비슷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결론 부분에서 그 해석은 역전될 수 있습니다. “집을 짓는 사람이 버린 돌이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 이것은 주께서 하신 일이요, 우리 눈에는 놀랍게 보인다.”(10-11절)

위의 전통적인 해석대로라면 “집 짓는 사람”은 유대 지도자들이고, “버린 돌”은 십자가에서 죽임 당한 예수님이고, “머릿돌”은 부활하여 승리한 예수님을 의미합니다.

버려진 돌(민중,소작인)이 머릿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비유 자체를 당시의 시대적 정황을 반영하여 유대 지배자들의 만행에 항거하는 민중들의 삶으로 본다면, 유대 지도자들은 집 짓는 사람들이고, 죽임을 당한 소작인들이 버림받은 돌이고, 새로운 세상에서는 그렇게 버림받은 사람들이 주춧돌이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습니다. 소작인들의 폭력과 살인 행위를 정당화 하게 되는 것 아닙니까? 결코 아닙니다. 토지나 재화의 사적 소유가 가장 합리적이며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 소유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거나 애써 그러한 이해를 외면할 것입니다.

식민지 상황이나 제국적 상황 속에서 계속되는 “폭력의 궤도(spiral)” <불의 - 저항과 항의 - 억압 - 반란>에서 저항과 항의는 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한 적극적인 표현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은 그와 논쟁하고 있는 유대 지배자들을 향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너희들에게 저항하고 있는 소작인들을 죽이는 일은 더 큰 폭력을 불러올 것이다. 소작인들의 저항을 보고 너희들의 폭력을 먼저 끊어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이 죽인 소작인들은 버려진 돌이지만 오히려 너희들 보다 그들이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될 것이다. 큰 틀에서 하느님의 하시는 일을 보아라. 놀랍지 않느냐?"

여기에서 머릿돌(κεφαλή γωνίας)은 건물의 기둥을 받치는 초석을 말합니다. 그런데 그 돌은 크고 반듯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버려질 수 없습니다. 버려진 돌은 머릿돌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아이러니 속에서도 버려진 돌이 머릿돌이 되었다고 하는 것은 역설입니다.

우리 눈에는 놀라운 일이지만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결국 그들은 예수님의 비유가 자기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예수님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이병일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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