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운동 내의 기독교 언론 운동의 역할

작년에 개봉된 소위 대박을 터트렸던 영화 <라디오 스타>로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가 보도록 하자.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명곡 <비와 당신으로> 88년 가수왕을 차지했던 ‘최 곤’은 그 후 대마초 사건, 폭행사건 등에 연루돼 이제는 불륜커플을 상대로 미사리 카페 촌에서 기타를 튕기고 있는 신세지만, 아직도 자신이 스타라고 굳게 믿고 있다. 조용하나 싶더니 카페 손님과 시비가 붙은 최 곤은 급기야 유치장 신세까지 지게 되는데. 일편단심 매니저 ‘박민수’는 합의금을 찾아다니던 중 지인인 방송국 국장을 만나고, 최 곤이 영월에서 DJ를 하면 합의금을 내준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프로그램 명 '최 곤의 오후의 희망곡'. 하지만 DJ자리를 우습게 여기는 ‘최 곤’은 선곡 무시는 기본, 막무가내 방송도 모자라 부스 안으로 커피까지 배달시킨다. 피디와 지국장마저 두 손 두발 다 들게 만드는 방송이 계속되던 어느 날, 최 곤은 커피 배달 온 청록 다방 김양을 즉석 게스트로 등장시키고 그녀의 사연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며 방송은 점차 주민들의 호응을 얻는다. 거기에 집을 나간 아버지를 애타게 찾는 한 소년, 고스톱을 치다가 대판 싸운 할머니들의 이야기 등이 여과 없이 방송되며 더욱 인기는 급상승하게 된다.

▲영화 <라디오스타>. 출처 <라디오스타> 홈페이지(http://www.radiostar2006.com/)

기독교 운동이 무엇일까 이론도 많고 말도 많겠지만, 라디오 스타를 통해 필자는 기독교 운동의 모습과 한계를 동시에 보았다. 민중신학은 민중의 경험을 신학 용어로 풀어낸 것으로 아주 거칠게 정의할 수 있다. 즉, 자기를 초월하는 민중사건을 증언하는 것이다. 민중사건 속에 현존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증언해 내는 것이다. 강자의 폭력과 폭압 속에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민중의 아픔, 아픔을 통해 한으로 맺힌 응어리들을 딛고 자기 초월해 가는 과정을 신학의 용어로 풀어간다는 것이다.

<라디오 스타>는 최 곤이라는 비록 몰락한 상류층이지만 민중들의 아픔들을 자신이 가진 지위를 통해 증언하도록 그들의 언어를 회복시켜준다. 그래서 그들이 자신의 언어로 아픔과 한을 증언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들의 언어는 고급스럽지 않고 아주 거칠고 때로는 보는 이나 듣는 이로 하여금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들의 언어는 진실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동을 주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것이다.

기독교 대안 언론은 무엇인가?

▲이정훈 기자(자료사진) ⓒ 박지훈/에큐메니안

첫째로, 민중들의 언어를 회복시켜주는 것이다. 그들의 말을 담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자신들의 아픔과 한을 말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사회에서 소외받고 주변부로 밀려나는 그들을 찾아가 그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들에게 마이크를 주어 그들이 말하도록 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메이저 언론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다.

둘째는, 기독교의 정체성을 가지고 각 부분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의 소식을 묶어내고 그들의 활동을 알려냄으로써 연대의 기초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87년 이후 어느 정도의 제도적 민주주의를 이루어낸 한국 사회에서 급속하게 다변화되고 전문화된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이 파편화되어 연대의 필요성이 절실한 현실을 기독교 대안 언론은 담아내야 하는 것이다. 각 부분 운동이 각 부분에서 해내고 있는 운동 가운데 구체적으로 연대할 수 있고 연대해야 하는 부분들을 고민하도록 기독교 대안 언론은 제시해야 한다.

셋째로, ‘기독교 대안 언론’이라는 것은 기존 기독교 언론이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사명이 그 명칭 안에 내재되어 있다. 즉 그동안 주류 기독교 ‘페이퍼’ 언론들이 각 교단의 이해관계나 사건들을 폭로하는 수준에 그쳤던 것에 비해 사회와의 소통을 이루면서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개혁해 갈 것인가를 드러내는 언론이 되어야 한다.

기독교 대안 언론의 한계와 그 극복 방안

현재 인터넷 대안 언론에서도 똑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양극화 문제는 여전히 기독교 대안 언론에도 존재한다. 일반 인터넷 대안 언론이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을 제외하고는 그 영세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근무 조건과 취재 환경 등이 그 내용의 참신성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기독교 대안 언론에서도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각 교단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기독교 운동을 대표하는 단체에서도 그 이해가 상충하여 실질적인 대안 언론으로의 역할을 감당하기 어렵도록 하고 있다.

먼저, 기독교 운동 내부의 언론의 역할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독교 대안 언론으로 하여금 그 역할을 다하도록 격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다만 운동 진영의 문제만이 아니라 일반 기독교 대중들의 몫이기도 하다.

둘째는 젊은 층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실질적인 여론 참여를 통해 사회의 문제점들을 확인하고 기독교적인 대안을 만들어가는 데 힘을 써야 하는 것이다. 점점 더 교회 안으로의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청년들을 깨우는데 대안 언론이 있음을 알리고 참여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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