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이른바 '삼성비자금 사태' 이후 <한겨레> 등 비판적인 보도를 해 온 언론에 '광고'를 단 한건도 수주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조선일보> 등 삼성에 우호적 보도를 해 온 언론사엔 '광고'를 집중적으로 실어 '삼성광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소위 삼성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CJ, 신세계 그룹 등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에 대해 언론단체는 "이는 자신들의 잘못을 바로 잡기는커녕, 잘못을 지적한 신문을 상대로 감정적인 보복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지난12월1~1월7일까지 5개 주요 일간지 '삼성 관련 광고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삼성 관련 광고를 단 한건도 수주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비자금 사태 이후 <한겨레>, <경향> 삼성광고 자취 감춰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조선일보>는 23건, <동아일보> 15건, <중앙일보>12건으로 각각 삼성 광고를 실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미있는 점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있기 전 삼성은 <한겨레>와 <경향>에  조․중․동 못지않은 광고를 집행해 왔다는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1차 기자회견 1주일 전인 지난해 10월22~29일까지 <한겨레>엔 모두 7건의 삼성 광고가 게재됐다. 같은 기간 <조선>은 5건의 삼성 광고를 싣는데 그쳤다.

광고 게재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문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기간 동안 삼성 관련 광고를 가장 많이 실었던 <조선>은 규격화된 광고 외에 이른바 '돌출광고' 형식으로 삼성전자 '애니콜' 휴대폰에 주가지수 등 경제지표 내용을 담아 기종을 바꿔가며 경제섹션 왼쪽 상단에 22회나 게재했다.

<중앙>도 삼성전자 '하우젠 세탁기'에 날씨 정보를 담은 '서프라이즈 하우젠 날씨정보' 광고를 생활 문화면에 17회 게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그룹들도 '신문차별' 대열에 끼였다. 삼성 이건희 회장 여동생인 이명희씨가 회장으로 있는 신세계백화점은 조․중․동에 3-4회 가량 전면광고를 실은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각각 1회에 그쳤다.

민언련 "삼성의 비판언론 탄압, 비판 수용치 않겠다는 의지 표출한 것"

또, 이건희 회장 형인 고 이맹희씨가 회장이던 CJ는 <조선>에 'CJ 투자증권' 1회, 'CJ 탈모치료제' 1회를 실었으며, <중앙>에도 탈모치료제 광고를 2회 게재했다. 탈모치료제의 경우 <한겨레>와 <경향>에도 1회씩 광고가 집행됐지만 전면광고가 아닌 변형광고에 그쳤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삼성 이건희 일가 등 경영진은 비판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광고를 무기 삼은 '비판언론 탄압'으로 표출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또, "삼성은 지금과 같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초우량 기업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광고탄압을 중단하라"고 덧붙였다.

민언련은 아울러 "세계 초일류기업을 지향하고 틈만 나면 '또 하나의 가족'을 들먹이는 삼성이 비판언론에 가하고 있는 유치한 언론 통제를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없다"며 "<한겨레>와 <경향>이 자본 권력으로부터 독립될 수 있도록 시민의 힘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지훈 기자  punkyhid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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