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용석 부장판사)는 16일, 박정희 정권이 저지른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사법살인 사건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한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민족일보 관련자에게 편지를 전달한 혐의로 기소되 양아무개 씨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조용수 사장에게 적용된 특수범죄에 관한 특별법은 61년6월 박정희 5.16군사쿠데타 세력의 국가재건최고회의가 제정한 법률로 ‘정당·사회단체 주요간부로 반국가 단체에 고무·찬양·동조하는 자를 사형·무기·징역10년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조 씨가 정당·사회단체 주요간부라 볼 수 있는 증거가 없어 공소사실 자체가 무죄”라며 “일반인이던 조 씨를 조사한 뒤 제정 전 특별법을 소급적용해 처벌한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회단체는 일정 조직체계와 일정 인원이 실질 활동을 하면서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등 일정한 조건이 있다”며 “민족일보는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활동한 만큼 사회단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민족일보는 1961년 2월13일 창간호를 낸 지 3개월 만에(5월19일) 92호를 마지막으로 박정희 5.16쿠데타정권에게 폐간되었으며, 혁명재판소는 조용수 사장을 ‘사회대중당 간부로 민족일보에 논설 등을 실어 북에 고무·동조했다’며 사형을 선고, 같은 해 12월21일 집행했다.

그러나 그가 사회대중당 간부였다는 사실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으며, 논조도 북 체제를 비판하는 태도였다. 민족일보가 주창한 ‘중립화통일론’은 북 체제나 김일성 주석에 반대하는 태도를 기본으로 ‘하나의 한국’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북의 통일방안과는 지향이 달랐다.

조용수 사장에게 공작금을 주었다는 ‘간첩혐의자’ 이영근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이후 대한민국 국민훈장 무궁화장에 추서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은 일본 군인으로 해방을 맞은 박정희가 좌익에 가담했다 배신하고 친미로 돌아선 성향이 의심받자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진실화해위는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진실규명 결정(2006년11월28일)에서 “미국에서 5.16핵심세력의 사상에 의심이 제기되자 대외에 반공의지를 강력히 보여줄 필요가 있어 혁신계주장을 대변하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을 희생시킨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005년12월 출범이후 민족일보 사건을 시작으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 모두 17건에 재심권고를 하였지만, 법원이 재심을 받아들인 것은 민족일보 사건과 이수근 간첩조작의혹사건이며 아람회 사건은 진실규명결정 이전에 이미 재심이 결정된 바 있다.

한편 조용준 민족일보진상규명위원장(조용수 사장 동생)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억울한 사건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진상규명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무배 민족일보 복간추진위원장은 “죄 없는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 명백히 밝혀졌다”며 “죽인사람은 살려낼 수 없다 해도 명예회복과 보상·배상은 물론, 잘못 폐간시킨 민족일보를 원상회복시켜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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