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부터 1945년까지 기독교계의 ‘변질, 개편 및 부일협력’은 일제의 외압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어떤 이유와 명분으로든 기독교계 내부의 ‘협력자’가 없었더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협력자’들은 모두가 자타가 공인하는 기독교계의 ‘지도자’들이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상임의장 권오성 목사, 이하 목정평)가 10월부터 개최해온 '한국교회와 과거사극복을 위한 죄책고백 심포지엄'이 “일제 강점기의 한국교회”를 주제로 세번째 모임을 가졌다.

▲한국교회의 죄책고백 세번째 심포지엄은 일제 강점기의 배교와 반민족 행위에 대한 회개를 촉구하였다. 왼쪽부터 연규홍 교수, 정명기 목사, 김승태 목사, 이치만 목사.

12월 6일(화) 저녁 7시부터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개최된 심포지엄은 김승태 목사(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가 “일제의 기독교에 대한 정책과 한국교회의 변질, 개편 및 부일협력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했고, 연규홍 교수(한신대 한국교회사)와 이치만 목사(일본 동지사대학 박사과정)가 논평을 맡았다.

김 목사는 발제를 통해 일제 시대 한국교회의 죄책고백에 포함시킬 요소들 중, 특히 해방 직전 일본이 한반도 병참기지화 정책 하에서 이루어진 기독교 억압정책과 이에 대한 한국교회의 순응, 변절, 개편, 부일협력과 그에 따른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배교적 친일행위에 대해 강조하였다.

김 목사가 제시한 죄책고백의 요소들은 ▲ 우상 숭배적 신사참배와 신도의식을 공인하고 실행한 죄, ▲ 거룩한 예배 의식에 세속국가의 이른바 ‘국민의례’를 도입, 실시한 죄, ▲ 찬송가를 삭제하거나 가사를 개사하여 하나님의 통치권을 부인한 죄, ▲ 구, 신약 성서를 축소, 배제하고 잘못 해석, 선포한 죄, ▲ 교회의 규범을 개악하고, 조직을 개편하여 교회의 전통을 문란시키고, 일제의 강제 통폐합에 응한 죄, ▲ 교회를 통폐합하거나 교회의 재산을 처분하고, 교인들에게 ‘헌금’을 강요하여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한 죄, ▲ 강연, 언론, 좌담회 등을 통하여 일제의 그릇된 ‘교화운동’에 참여한 죄 등이다.

발제를 마무리하며 김 목사는 “과거 청산 작업은 과거사의 진상 규명과 정리부터 이루어져야 하며, 그래야만 평가와 반성과 성찰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해방된 지 60주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그 실상의 정리 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이제라도 이에 대한 정리와 한국교회 전체의 반성과 죄책고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발제에 대해 연규홍 교수는 “일제 강점기 한국교회는 교회의 거룩성을 잃고, 세속권력과 타협하고 굴복하였고, 성서의 진리와 반대되는 침략전쟁을 지지하는 반민족적이며 반역사적인 집단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것은 "앞으로 한국교회가 민족의 분단극복과 평화통일의 실현을 위해서도 반드시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 교수는 “역사를 보복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회개를 받아들이기 위한 용서의 공간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연 교수는 한국교회의 과거사 청산을 위한 역사 사실의 규명과 성찰을 위해 ▲ 일제 강점기말의 기독교 탄압과 회유정책에 한국교회가 그토록 무력하게 타협 굴복할 수 밖에 없었던 내적 신앙구조와 외적 정치구조, ▲ 오늘까지 한국교회가 친일배교와 반민족적 행위를 규명하지 못하고, 논외로 배재해온 역사 인식의 오류, ▲ 친일과 반일,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역사 인식과 시대마다 정치권력에 의한 역사 평가를 넘어 회개와 용서, 그리고 화해를 이끌어나갈 바람직한 과거사 청산 등에 대한 논의를 요청하였다.

논평자 이치만 목사는 “일제 말기 한국교회의 변질, 개편과 부일협력의 경험은 일제의 외압이라는 개관적 상황에 의한 일시적인 잘못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체질을 바꿔 놓았으며, 이러한 변질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한국교회의 본질을 왜곡시키며 오늘에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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