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지역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면 그것이 곧 성스러운 것이고 기도이며 찬미이며 동시에 이웃사랑을 교회 공간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KNCC) 산하 교회와 사회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주관한 “지역사회 주민을 위한 종교시설 이용에 관한 심포지엄”이 12월19(월) 오후2시부터 기독교회관 2층 대강당에서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주관한 "지역 사회 주민을 위한 종교시설 이용에 관한 심포지엄"이 기독교회관 2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정명기 목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의 사회로 김기석 목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기획위원)의 기도와 백도웅 목사(KNCC 총무)의 인사말이 있은 후, 이정구 신부(성공회대학교 교수), 정시춘 소장(정주건축연구소), 최의팔 목사(서울 외국인 노동자 센터 소장)의 순으로 발제가 이어졌다.

백도웅 총무는 인사말에서 “유대인의 회당은 집회와 학습의 공간이었으며, 이를 넘어 교제와 휴식의 공간이었다”고 하면서, “오늘날 교회가 잃어버린 집회의 기능을 회복할 때”라고 강조했다.

“종교시설 이용에 대한 신학적 접근”이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발제에서 이정구 신부는 “교회는 개인 주택과는 달리 그 소속 구성원이 다수이며 다양하기 때문에 그 속성상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세속 사회에 성스러운 공간이 문을 열 때 세상은 연 만큼 정화되는 것이며 세상을 향해 활짝 문을 연 교회만이 비로소 교회가 세상을 섬긴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건축학적 입장에서 본 종교 시설의 이용”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정시춘 소장은 “그동안 교회의 이웃 주민들은 교회로 인하여 여러 가지로 피해를 입은 반면에 교회로부터 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비판하고, “교회당 시설의 개방은 교회의 사회적 섬김의 역할에 중요한 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오늘날 한국의 지역 사회에는 회집할 수 있는 마땅한 공공장소가 없는 반면에 지역마다 수많은 교회 안에 많은 공간들이 있지만 주일과 특정한 날에만 사용될 뿐 평일에는 닫친 채 텅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러한 교회의 유휴시설들을 지역 주민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여 교회당이 지역 사회의 공회당(community center)이 될 수 있다면, 이는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 회복과 주거 환경 개선에도 유익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오른쪽부터 발제를 맡은 이정구 신부, 정시춘 소장, 최의팔 목사.

마지막 발제를 맡은 최의팔 목사는 “종교 시설 이용 사례 연구”에서 교회 시설들을 개방하여 지역 주민들에게 봉사하고 소통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발표했다. 먼저 최 목사는 “교회를 개방한 것은 한국교회 초기부터의 역사이고 전통”이었지만, “교회가 사회와 분리되면서, 지역에서 나름대로 따로 마을회관 등이 건립되면서 서로 역할이 분리되게 되어, 교회는 예배를 드리는 곳으로 한정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교회 개방 유형에 관해 ▲ 교회건물 전체를 개방하는 사례, ▲ 교회 일부를 개방하는 사례, ▲ 지역사회를 위해 건물을 별도로 건축하여 개방하는 사례 등으로 나누어 발표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는 점은 “현재의 교회들이 어떻게 하면 지역 사회에 실질적인 요구에 부응하도록 응답하느냐 하는 고민에서 나온 결과”라고 풀이하며, “교회는 어느 상황에서든지 지역 주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열린 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치면서 이정구 교수는 “세속 사회에서 영적인 공간이 늘어나는 것을 탓할 것이 아니라 이 작고 수많은 영적인 공간들이 화장실 자물쇠를 채우고 있는 것을 탓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회 건물이 지역 사회와 유리되어 폐쇄 수도원이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성과 그 활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지는 이번 심포지엄이 앞으로 어떤 정책을 내 놓게 될 지 주목된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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