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휘청거리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서 터져 나오는 구호는 이제 ‘독재정권 타도’와 ‘이명박은 물러가라’로 바뀌고 있다. 통치불능 수준으로 여겨지는 20%대의 지지율마저도 힘없이 무너져 내려버렸다. 심각한 이명박 정부의 위기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한나라당은 이제야 사태파악이 되었는지 뒤늦게 민심을 수습한다고 허둥지둥 대고 있다. 작금의 사태까지 오도록 옆에서 결정적인 악역을 했던 조선-중앙-동아일보마저 패닉상태에 빠져 모든 책임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떠넘기고 자신들은 민심의 화살을 피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지난 100일 동안 이명박 정부가 벌인 실정에 대해 켜켜이 쌓여온 국민들의 불만이 광우병 쇠고기 수입문제라는 기폭제를 만나 한꺼번에 폭발했다는 것이 정확한 분석이다. 하지만 아직도 사태를 제대로 파악 못하는 조갑제 씨와 같은 극우세력들은 엉뚱하게도 ‘체제전복을 꾀하는 빨갱이들의 준동’ 때문이라면서 수구세력의 총결집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극좌세력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본주의 체제를 적으로 규정하고 사회주의 체제를 실현하려는데 있다. 하지만 그들은 비단 이명박 정부가 아니더라도 늘 그런 혁명을 꿈꾼다. 지금의 상황은 그러한 극좌세력들이 아닌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염증을 느끼고 대통령이 물러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 바로 이러한 상황이 작금의 사태의 본질이다.

문제 해결 핵심은 양극화 해소에서 찾아야

성난 촛불민심에 놀란 기득권세력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통쾌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피플 파워(people power)’로 진화한 촛불들을 바라보며 이제는 세상이 뭔가 바뀌지 않을까 하고 내심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만은 않다.

사실 지금까지 벌이진 모든 문제들의 핵심에는 양극화라는 원죄가 똬리를 틀고 있다. 양극화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설령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잘 해결한다고 해도 남은 임기 내내 계속 통치불능의 상태를 맞을 것이다. 국민들도 양극화는 여전한 채 사회혼란 속에서 더욱 팍팍해진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국민 모두 고통 속에서 남은 5년을 지옥처럼 살아야만 한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이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그가 비록 도덕적으로 많은 결함이 있지만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대통령으로서 인정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 말은 뒤집어서 얘기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지 못한다면 국민들에게는 존재 의의가 없는 대통령이라는 무서운 뜻이기도 하다. 지금 국민들은 정부 출범 후 겨우 100일 만에 도덕성과 능력 면에서 바닥을 드러낸 이명박 대통령을 바라보며 분노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인 조급함과 밀어붙이기식의 서툰 국정운영의 잡음들도 바로 여기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한반도대운하 추진도 그렇고 한미FTA를 체결하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졸속으로 추진해서 벌어진 이번 광우병 사태도 그렇다.

지난 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예뻐서 뽑아준 게 아니다. 만일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성난 민심을 보듬어 달래주고 양극화를 해소하여 민초들의 경제적인 고통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한 레임덕과 통치불능의 상태를 맞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양극화 해소 못하면 더한 통치불능 상태 맞을 것

그러나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경제정책들을 보면 양극화를 해소하면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오히려 양극화를 더 악화시키고 부동산을 폭등시키며 물가를 올리는 정책들 밖에는 없었다. 이러니 국민들이 어찌 이명박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필자가 촛불집회에 참석했을 때 지나가던 어느 할머니가 길을 막고 서있는 전경들에게 항의하며 내뱉은 한마디 말에서 현재의 민심을 그대로 읽을 수 있었다. 노발대발하시던 그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모가지를 옭아매서 확 끌어내려야 혀. 우리 같은 서민들은 어떻게 살라고...”

이것이 바로 지금의 민심이다.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사회경제적인 불평등을 과감하게 개혁하고 악화되어가는 빈부의 양극화를 해소해야만 한다. 이명박 정부가 빨리 망하려면 신자유주의를 지금보다 더욱 심화시켜서 빈부의 양극화를 더 악화시키면 된다.

반대로 이명박 정부가 살 수 있는 길은 당연히 빈부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미FTA나 한반도대운하와 같은 꼼수로는 결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한미FTA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앞으로 우리나라가 먹고 살 방법을 만들어내라는 지시에 따라 영혼 없는 관료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불행히도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렵게 만든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좋은 정책은 없애려고 하고 양극화를 해소할 수도 없는 한미FTA는 득달같이 추진하고 있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 도입으로 양극화 해소하라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사회양극화를 살펴보면 부동산의 양극화가 80%를 차지했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든지 토지소유가 불평등해질수록 빈부의 양극화와 사회갈등은 악화된다. 이것은 변할 수 없는 만고의 진리다. 그렇기 때문에 성서에서도 50년마다 돌아오는 희년(禧年)이라는 제도를 통해 토지소유의 평등을 보장하려고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FTA 체결을 위해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과 같은 무모한 행동을 중단하고 진정으로 빈부의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회경제적 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개혁은 토지불로소득은 사회공동체가 환수하여 사회공동체를 위해 쓰고 노동소득에 대해서는 감세나 면세를 해주는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경제는 자연스럽게 살아나고 양극화도 급속히 해소될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지가(地價)가 아닌 지대(地代)를 과표로 한 토지보유세를 점진적으로 올려서 토지불로소득은 환수하고 대신 노동소득에 대해서는 감세를 해주면 된다. 감세는 한나라당의 당론이다. 그리고 토지공공임대제의 일환인 ‘토지임대-건물분양’방식을 도입하여 부동산을 안정시키면 된다.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식도 이미 한나라당의 당론이다.

이렇게 한다면 이명박 정부가 ‘땅 부자 정권’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들의 편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민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했던 재산헌납 약속을 서둘러 지키고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부동산 백지신탁제도 도입하길 바란다.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경제를 살리고 자신도 더불어 살 길은 오직 이 길뿐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면서 정도(正道)로 가라.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FTA와 한반도대운하건설이 자신의 무덤을 파는 사망의 음침한 길임을 결코 잊지 말고 근본적으로 우리사회의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 도입을 서둘러라. 더 이상 늦기 전에.

고영근 기자  youngkun@kg21.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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