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고시 관보 게재 유보발표에 따라 ‘재협상’요구가 더욱 높아진 가운데, 정부는 ‘재협상’이 아닌 ‘미국에 부탁’하는 방법을 택했다.

미국에 ‘30개월 소 수출중단’을 요청하고 ‘답변’에 따라 관보 게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6.4 재 보궐선거를 위한 시간끌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3일 오전 과천청사에서 있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우려하는 30개월 이상 미 쇠고기 수출을 중단해 주도록 미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답신이 올 때까지 고시를 유보하고, 미국산 쇠고기 검역은 중단하며 검역대기 중인 물량도 검역을 중단한다고 여론 무마책을 내놨다.

이에 앞서 당·정·청은 이날 아침 삼청동 총리공관 긴급회동 결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버시바우 주미대사에게 국내 상황을 전하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쭙잖은 꼼수, 더 큰 저항 부를 것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당연히 ‘전면 재협상’을 요구해 온 야당과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여전히 정부는 국민의 뜻보다 미국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며 “이것을 재협상이라 주장한다면 국민 자존심을 또 다시 짓밟는 일”이라 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미국이 답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미국 입만 바라보고 있겠다는 것이냐”며 “정부는 당당히 주권국가로서 외교력을 행사하라”고 밝혔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정부가 진정 재협상 의지가 있다면 관보게재가 유예된 장관고시를 완전 철회하고 재협상을 선언해야 한다”며 “어쭙잖은 꼼수로 국민의 분노를 무마하려 한다면 더 큰 저항을 자초할 뿐”이라 경고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비열한 국민기만책”이라며 비판 강도를 높이며, 6월10일 100만 촛불대행진을 예정대로 강행할 방침이다.

대책회의는 ‘정운천 장관 발표’를 ‘국민저항운동의 승리 징표’라 평가하면서도 “한미 쇠고기 협상으로 잃은 검역주권과 국민건강권을 회복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대책회의는 “광우병 위험 미 쇠고기가 쏟아져 들어오는 시기만 잠시 뒤로 미룬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며 “진정 국민건강을 지키려면 ‘30개월 이상 미 쇠고기 전면 영구 수입중단’을 명백한 정부 방침으로 확인하고 이를 미국에 요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책회의는 이날 25일부터 벌어진 경찰의 폭력 강경진압에 대해 어청수 경찰청장, 한진희 서울경찰청장 등을 고소(고발)했다.

고소(고발)인은 오종렬·정광훈·한상렬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한도숙 전농 의장, 김흥현 전국빈민연합 대표, 남윤인순 여성단체연합 대표, 이학영 YMCA 총장,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 22명이다.

피고소(고발)인은 어청수 경찰청장, 한진희 서울경찰청장, 신두호 서울기동단장, 성명불상 경찰기동대 지위책임자, 범행에 가담한 성명불상의 경찰기동중대 중대장과 전투(의무) 경찰대원이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