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미래만 생각하겠습니다.」

이것은 사상 처음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직선제 선거 운동 기간 동안 거리에 내내 내걸린 공정택 교육감 후보의 펼침막 구호이다. 이 구호를 보면서 온갖 착잡한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 동안 공교육감이 펼쳤던 교육 정책은 아이들의 꿈을 철저하게 외면해왔던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미래만 생각하겠다」면 이제까지 잘못된 교육 정책을 과감하게 버리고, 아이들의 꿈을 실현하는 그야말로 교육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겠다는 공약이라고 봐야 상식에 맞는 해석이다.

그런데 당선 소감을 들어보면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앞으로 경쟁은 더욱 강화할 것이다. 초등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경쟁에서 떨어지는 학교는 교문을 닫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힘 주어 공언한 것을 듣고 우리 교육의 미래가 깜깜하다 못해 절망감을 느꼈다.

입만 열면 “경쟁”, “실력”을 말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공교육감은 경쟁제일주의와 실력 제일주의에 빠져 있다. 그 누구도 경쟁과 실력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쟁과 실력의 참뜻을 모르고 하는 교육 정책은 오히려 참된 경쟁력과 실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보충 수업, 야간 자율학습, 심야 학습, 0교시 수업, 우열반 편성, 방과 후 학교, 학원 공부 등은 우리 아이들을 바보로 만드는 바보 경쟁, 바보 실력을 강조하는 우직한 정책들일 뿐이다.

교육은 다다익선이 아니다. 모든 교육 정책은 창의성과 적성 계발과 자아 발견에 초점을 맞춰 수립해야 한다. 여기에서 벗어나면 겉으로는 엄청나게 열심히 하는 것 같아도 그 결과는 속빈 강정에 지나지 않는다.

보통 교육의 성패를 일류대학 합격률로만 본다면 우리 사회의 먼 미래를 내다보는 교육이 아니다. 더구나 초등학교부터 과도한 경쟁을 시키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싹부터 말려 죽이는 아동학대에 속한다.

중등 학교도 지금 지나친 점수 따기 경쟁 때문에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린 초등학교 아이들까지 살벌한 경쟁의 틀 속에 집어넣는다는 것은 공교육의 정상화를 포기하겠다는 말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미국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의 선봉대는 연약한 우리 청소년들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왜 촛불을 들었는가를 한번 곰곰이 따져 보기를 권고한다. 억눌릴 대로 억눌린 점수 따기 무한 경쟁을 참다 못해 가슴속에서 터져나오는 교육 정책에 대한 울분이 미쇠고기 수입반대와 결합되어 두 달 동안 서울의 밤을 밝힌 소녀들의 아우성에 귀 기울이기를 권고한다.

이번 직선의 결과만 봐도 승리의 기쁨에만 빠져 있을 일이 아니다. 득표 내용을 보면 주경복 후보는 졌으면서도 이겼고, 공정택 후보는 이겼으면서도 진 씁쓰름한 당선이다.

15% 정도의 저조한 투표율에 공후보를 지지한 표는 거의가 6% 정도의 사교육 종사자들과 돈 있는 동네 사람들의 표라고 분석이 되는데 이것은 90% 이상의 유권자들은 공교육감 교육 정책에 모두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기 때문에 올바른 교육을 열망했던 우리 아이들 앞에 우리 어른들은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미안하고 부끄럽다.

차제에 우리 어른들의 새로운 결심을 촉구한다. 무한 경쟁 교육으로만 치닫는 공교육감의 반역사적, 반시대적 교육 정책을 우리 어른들이 막아내는 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서 나오듯, 우리 교육의 권력은 아이들과 교사들와 학부모들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정신만 잊지 않는다면 이번 선거로 끊난 게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공교육감은 바보 경쟁의 허구와 바보 실력의 헛된 꿈에서 깨어나 당신이 주장한 선거 구호대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만 생각하는 교육감으로 거븝나기를 기원하다.

* 김귀식 전 전교조위원장은 서울시교육위 의장을 역임한 후 지금은 교육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cafe.daum.net/sansoree)

김귀식 기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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