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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좋은 날도 오지 않것시유"맞춤 액자 하나로 삶을 이어가는 유병선 씨가 살아가는 방법
송상호 기자 | 승인 2008.11.29 01:57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자고 나면 해가 뜨지 않더냐.~~~”

 

우리나라의 그룹사운드 ‘들국화’의 가수 전인권이 불렀던 노래 <사노라면>을 연상케 하는 사나이가 안성에 살고 있다. 유병선(52)씨의 직업은 ‘액자 제작자’다. 안성에서 97년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12년째다. 원래 만드는 걸 좋아하고 사진을 좋아하다보니 직장 때려치우고 이 일에 나섰다는 것.

 

그런데 그가 운영하는 ‘안성액자전문점(경기도 안성시 인지동)’ 가게에 들어서려고 문을 열면 모두 다 놀라게 된다. 그의 가게엔 발 디딜 틈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 저기 빼곡히 걸려 있고 쌓여 있는 액자와 공구들, 그리고 액자 재료들이 즐비하다. 이런 모습을 보며 오는 사람마다 이렇게 꼭 한 마디씩 던지곤 한다고.

 

  
▲ 유병선 맞춤 액자 전문가 유병선 씨의 현재 가게는 그의 가게이자 공장이며 숙소이기도 하다. 그는 여기서 혼자 자신의 삶을 꾸려가며 '희망'이라는 이름의 액자를 만들어 가고 있다.
ⓒ 송상호
유병선

 

 

“좀 치우고 사시지. 이게 뭡니까?”

 

그러면 그는 “수시로 치우는 데도 이렇게 되네요”라고 멋쩍게 대답하지만, 실은 그럴 만한 이유가 따로 있다.

 

6평 남짓한 가게는 가게뿐만 아니라 그의 액자 공장이며, 또한 액자 창고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액자를 만들기도 하고, 전시해두는 샘플용 액자와 손님이 찾아가지 않은 액자들과 자재들까지 진열을 해놓기에 그럴 만도 한 것이다. 손님 중에서는 액자를 주문해서 작품을 갖다 놓고는 몇 년째 완성된 액자를 찾아가지 않는 사람이 있으며, 그런 횟수가 많게는 한 달에 3~4회가 된다고 한다.

 

사실 이런 것보다 더 놀라운 사연이 있다. 지금의 이 가게가 바로 유병선 대표의 숙소이기도 하다는 것. 그러니까 지금의 가게는 액자 가게, 액자 공장, 액자 전시장, 액자 창고 그리고 액자 만드는 사람의 숙소까지 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 유 대표는 여기가 자신의 집인 것이다. 여기서 그는 식사도 자신이 직접 요리해서 해결하고, 잠도 소파나 의자에 쓰러져서 잔다. 샤워는 일주일에 한 번 찜질방에 가서 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의 삶이 6평 남짓한 이 공간에서 다 이루어지는 셈이다.

 

사연은 이렇다. 97년도 맞춤 액자를 제조하는 일에 뛰어들었지만, 곧 바로 IMF 외환위기가 터지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 여파로 가정이 산산조각 나고 아내와 자녀마저도 떨어져 살게 된 것이라고. 그 후 그는 계속 경제적 어려움을 안고 이 일에 매진해온 데다가 맞춤 액자를 제작해주고 비용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돈을 떼이는 바람에 이런 상황은 더욱 가중된 것이란다. 한마디로 그에겐 아직도 ‘IMF'가 끝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젠 어떤 그림이나 사진을 보아도 척 보면 어떤 종류의 액자를 해야 작품이 살지를 바로 감이 온다는 유병선 대표. 그는 이제 10년 노하우를 가진 액자 제작 전문가가 되어 있다. 그래서 그를 ‘액자 전문가’란 뜻의 ‘액자장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어떤 액자를 쓰느냐 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죠. 액자에 따라 작품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하니까요”라고 자신 있게 말해 줄 만큼의 수준이 되었다.

 

이 일도 성수기와 비수기는 있다. 성수기는 봄과 가을. 학교 등에서 각종 작품 전시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비수기는 역시 여름이 단연 으뜸. 그 때야 사람들이 휴가가고 노느라 작품 활동을 하지 않고, 각종 전시회도 뜸하기 때문인 것.

 

기성 액자는 그림을 액자에 끼워 맞추는 것이지만, 맞춤 액자는 액자를 그림에 맞춰 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그림의 특성과 크기에 따라 작품을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이 일이란다. 한마디로 작품을 값어치 있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작품을 살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고  할 수 있다.

 

“일은 재미 있시유. 원래 좋아 하던 일이니께. 내가 생각했던 대로 액자가 완성되어 작품을 살리고 나면, 그리고 손님이 마음에 든다고 하면 기분이 참 좋죠. 사실 경제적으로만 좀 나아진다면 더 바랄 게 없는데 말여유.”

 

  
▲ 액자 "어떤 액자를 하느냐에 따라 작품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는 것을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유병선 씨는 이제 액자 전문가다. 지금은 6평 남짓한 그의 액자 공장(가게, 숙소)에서 액자를 제작하고 있는 중이다.
ⓒ 송상호
유병선

 

 

오늘도 그는 조그만 가게 안에서 액자를 만지작거린다. 배운 게 그것이고, 딱히 다른 것도 할 수 없어서라지만, 일만큼은 즐겁게 한다. 상대할 가족하나 없어도 가게에 찾아온 손님을 가족이려니 하며 ‘희망’이라는 이름의 액자를 만드는 그의 모습은 요즘더러 가뜩이나 살기 힘들다는 서민들에게 힘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그가 액자를 만들면서 들려준 말처럼 말이다.

 

“오르락내리락 굴곡 있는 게 인생인디.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오것지유. 허허허허.”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27일 안성액자 전문점(안성시 인지동, 031-672-3296)에서 이루어졌다.

 

 

송상호 기자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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