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에서 난민 인정 불허 처분을 받은 국내 거주 미얀마 사람들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겨 난민 신분을 인정받게 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월 3일  마웅 마웅 소 씨 등 9명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정부는 이들에 대한 난민 인정 불허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무부에서 항소를 하면 다시 확정되기 전까지는 시일이 더 걸리겠지만, 일단 이번 행정법원의 결정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난민심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재판부 한국에서의 정치적 활동도 인정, 법무부는 본국활동만 기준

즉 이제까지 정부에서는 난민심사의 기준을 본국에서의 활동에 중점을 두고 한국에서의 활동에는 비중을 두지 않았었다. 오히려 법무부에서는 한국에서 활동은 장기체류를 위한 수단으로 난민을 신청한다고 보아서 지난 번 이들의 난민 인정을 불허했던 것이다.

재판부는 '마웅 마웅 소 씨 등이 지난 2000년 국내에 입국해 난민 인정 신청을 한 뒤 미얀마 군사정부의 정치적 탄압을 국제사회에 알려왔고, 미얀마 정부가 이들이 가입한 단체의 회원들을 정치범으로 감금해온 점에 비춰 한국에 머물다가 난민이 됐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재판문은 이들이 가입한 단체의 성격상 본국에 돌아가면 정치범으로 감금해왔던 점을 고려하여 난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  비록 본국에서 큰 활동을 하지 않았어도 현재 체류한 나라에서 귀국하면 감옥에 들어가고 고생을 할 것이 분명하면 난민으로 인정하는 것이 국제협약의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일제 강점기의 경험을 통해서, 또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국내에서 큰 활동을 하기 어려우면 해외에서 더 큰 활동을 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활동을 하다가 귀국하면 분명히 구속되었을 터인데, 이 때 해외에서 이들을 강제 출국시키지 않고 민주화활동을 하도록 도와주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법무부 난민인정제도 재검토되어야

이번 재판을 계기로 법무부가 난민인정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인권단체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일어날 때마다, 정부의 까다로운 난민인정 요건 때문에 피해를 보는 외국인이 늘어날 소지가 있다는 점, 난민 입증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전담인력이 한두 명에 지나지 않아 세심한 검토조차 못하는 실정이라고 밝히면서 난민인정제도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 있다고 지적하였다.

▲불법체류자로 검거되어 외국인 보호소에 수용되어있는 Tin Yin씨. 현재 그는 난민신청에 대한 소명의 기회 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법무부는 까다로운 절차가 아니라 합리적인 절차라고 항변하고 난민심사 업무는 법무부 출국관리과에 2명 및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2명이 전담하고 있고, 기타 전국 출입국관리사무소에 41명의 겸임요원을 지정·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금년 중 신설될 국적난민과의 운영, 매년 난민관련 국제회의 참석, UNHCR·법무부 공동 주관하는 난민 워크샵 개최 등 난민업무의 전문성 제고 및 난민인정제도의 개선을 통해 보다 신속하고 공정한 업무처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하였다.

그렇지만 법무부에서도 난민인정제도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인하고 2005년 2월 2일자로 검사, 변호사,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난민법제(개)정연구위원회를 출범시켜 난민인정심사기구의 재조정, 공직위원과 민간위원의 심사위원 동수 운영, 난민신청자 등의 법적지위 보장, 난민지원시설 설치 등 난민인정제도 개선 및 인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위원회가 발족된 지 1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법 제안을 하였다는 소식이 없다. 동 연구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연구 안이 나왔다면 이에 대한 홍보를 널리 하여 충분히 의견수렴을 하고 더 이상 이런 시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어야 하는데, 전혀 의견수렴의 과정도 없었다. 오히려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에서 보여주듯이 법무부는 난민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연구나 진전이 없었다는 것이 분명하다.

국내 난민 신청자 급증세, 인정체제는 제자리

국내 난민 신청자는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1994∼2002년 9년간 166명이었던 난민 신청자가 2003년 83명, 2004년에 145명으로 늘었고 2005년 3월 말에는 몇 달도 안 돼 1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렇지만 난민인정심사는 매우 더디어 지금까지 난민으로 인정받은 숫자를 연도별로 보면 2001년에 처음으로 1명에게 난민 인정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1명, 2003년 12명, 2004년 18명이었으며 2005. 1∼7월 7명에 대해 난민의 지위를 인정하였다. 2005년 3월말까지 총 신청자 494명 중 허가는 겨우 37명이고 불허 92명 신청철회 및 기타 58명이고 심사 중인 사람이 307명에 달한다. 

난민 인정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 선정 요건도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미얀마 난민 신청자들은 지난 5년간 심사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적절한 통역을 제공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난민 신청자가 외국인 보호소에 있는 경우이다. 버마행동 활동가인 TIN YIN 씨는 2005년 5월 9일 늦은 밤 12시 경 회사 기숙사에서 잠자고 있다가 불법체류 단속반에 검거되어 현재까지 청주 외국인보호소에 구속되어 있다. 그는 한국에서 강제 출국되면 미얀마로 돌아가야 되는데, 해외에서 만들어진 잡지 하나를 갖고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10년의 징역을 받게 된 미얀마에 입국하면 곧바로 구속될 것을 두려워하여 난민신청을 하였다.

물론 법무부측에서는 이것이 체류연장을 위한 수단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수없이 많이 군부를 반대하는 활동을 했던 그가 본국에 돌아가 구속되면 그 비난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묻고 싶다. 오죽하면 9개월이 넘게 보호소에서 자유 없는 영어의 생활을 하면서 난민심사를 받고 있을까.

설령 법무부의 주장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1년 가까이 그를 보호소에 수용하고 있는 난민인정심사의 무성의는 비난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한 고초를 감수하고 있는 Tin Yin 씨에게 충분한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적절한 통역과 시간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당국도 난민들의 본국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난민으로 인정을 해도 그들에게 별다른 혜택을 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정도이고 생활보조나 취업할 수 있는 허가도 따로 해주지 않고 있다.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서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이들에게 난민 자격을 부여해서 이들이 적극적으로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것은 비단 미얀마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네팔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독재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해 그들이 자국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할 때 지원은 못할망정, 오히려 그들을 내쫓아서 우리가 얻을 것은 무엇인가?

난민 심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본국 상황이라고 본다. 귀국하면 곧바로 독재정권에 의해 탄압받고 구속될 이들은 어떠한 명분이라도 강제 출국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정의팔  SMCW@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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