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올 9월에 일본의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예정되어 있죠? 벌써부터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권력투쟁이 진행되고 있는데, 가장 유력한 후보인 아베 신조 관방장관의 입지가 최근 많이 약화되었다죠?

네, 올 9월에는 앞으로 일본의 진로를 결정하게 될 자민당 총재 선거가 있습니다. 반 세기 동안 몇 개월을 제외하고는 정권을 내 놓은 적이 없는 자민당이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 당선은 곧 일본 총리 당선과 같은 겁니다. 따라서 이번 9월의 자민당 총재 경선은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대통령 선거와 같은 것입니다.

▲아베 신조 관방장관.

현재로서는, 기시 전 총리의 외손자이자 아베 신타로 전 외상의 아들인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아시아 외교를 강조하면서 고이즈미와 대립하고 있는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의 지지도가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요시다 총리의 외손자인 아소 다로 외상도 강력한 경쟁자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작년의 갑작스럽게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다수로 승리하게 된 이후, 고이즈미 총리가 강력히 밀고 있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의 총재 선출은 거의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는데요, 현재 아베의 집권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 ‘맨션아파트 내진 설계 위조 사건’이 터졌는데요, 지진에 대비하는 내진 설계 기준을 어기게 되면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거의 살인행위나 마찬가지가 되는 정도로 중대한 범죄행위입니다. 이 사건은 최근 터진 라이브도어의 분식회계 사건과 함께 고이즈미의 자민당의 지지도를 급격히 떨어뜨렸는데요, 현재 불량 맨션 판매회사가 아베 장관에게 로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본 의회의 청문회에서 이 회사의 사장이 아베 장관에게 로비한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습니다. 그 여파로 아베 장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5% 떨어졌습니다.

또, 얼마 전에 아베가 속해 있는 자민당 최대계파인 모리계의 수장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가 아베 장관에 대해 ‘아주 순진해서 아직 총리감이 아니’라면서 차기 총리보다는 차차기 총리를 노리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후쿠다 전 관방장관을 ‘좋은 지도자가 될 소양을 갖추었다’면서 총리감으로 추켜세웠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모리 총리는 자신의 자민당 최대파벌의 회장대행직에 아베 장관이 아닌 후쿠다 전 관방장관을 천거했습니다. 후쿠다씨는 사양을 하긴 했지만, 모리 전 총리의 이러한 제스처는 ‘자신이 아베 보다는 후쿠다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내비친 것으로 일본 언론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여하튼, ‘맨션 내진설계 위조 사건’이나 ‘모리 총리의 아베 폄하발언’과 같은 직접적 타격 뿐만 아니라 호리에의 라이브 도어 분식회계 스캔들 같은 간접적 타격이 나타나면서, 아베 신조의 총리의 꿈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뉴욕타임즈 주말판에 의하면, 이러한 고이즈미와 아베 신조 흔들기의 배후에는 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 신문 회장이 있다고 합니다.

Q.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에서 대표적인 보수신문인데, 왜 와타나베 회장이 고이즈미와 아베를 흔들려고 하는거죠?

▲요미우리신문 와타나베 회장

네, 이번에 나온 뉴욕타임즈의 심층 인터뷰 기사는 일본 정치의 이면을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요, 역시 세계 최대 신문이라고 할 수 있는 요미우리 신문의 힘은 큰 것 같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보수계열 신문으로서 매일 1,400만부나 됩니다.

그런데 이 막강한 힘을 가진 신문의 회장이 고이즈미의 국수주의적 외교노선에 대해 못 마땅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 아베의 집권 가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겁니다.

원래 일본 평화헌법 개정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공론화한 것이 80년대 초 요미우리의 당시 편집장이었던 와타나베씨였습니다. 이런 와타나베씨였는데, 나중에 고이즈미나 아베 같은 국수주의자들이 주변국과의 관계를 무시하면서 계속해서 대립하는 것을 보고나서는 이들과 선을 그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원래 일반에게 모습을 드러내기 싫어하던 ‘그림자 쇼군’으로 불리는 와타나베 회장이었지만, 이제 80을 바라보게 되자, 일본을 위해 뭔가 중요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일본이 제대로된 나라가 되려면 무엇보다 주변국을 침략했던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반성하고 넘어가야만 한다는 생각을 갖게되었다고 하는데요, 현재 요미우리 신문사는 이 과거사 반성 작업을 추진중에 있고, 금년 8월에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와타나베 회장은 히틀러와 다를 바가 없는 전범인 토조 히데키의 위폐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고이즈미 총리에 대해 과거사에 대해 너무 무지하면서도 전혀 공부도 안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일부에서 카미가제 자살 공격을 미화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자기가 직접 본 것은 마치 도살장에 끌려온 것 같이 떨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었다면서 전쟁을 미화하는 움직임에 대해 비난했습니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요미우리 신문은 아베 신조 관방장관을 지지하는 조건으로 주변국들과의 관계개선을 내걸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와타나베 회장은 좀 더 성숙된 일본을 만들기 위해 일본 전체를 바꿔놓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김동규  athenian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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