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평택 대추리 주민.(사진 평통사)

하느님, 기도를 해야 하는데 말이 생각나질 않아요.
뭔가 멋진, 심금을 울리는 기도를 하고 싶은데
도무지 말이 생각나질 않아요.

평택 미군기지의 역사적 상황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그리하여 듣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그리하여 감동받은 이가 투쟁으로 일어선다면 더욱 좋은
그런 폼나는 기도문을 쓰고 싶은데

그런 기도문을
하느님께 써 올리고 싶은데
그런 기도문을
하느님께 낭송하고 싶은데
하느님 어쩌지요?
도무지 말이 생각나질 않아요.

차라리 내가 대추리에 가보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멋진 기도문을 썼을지도 몰라요.
내가 대추리에 관한 언론의 글과 사진만 대했더라면
더 그럴듯하게 썼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말이에요 하느님,
막상 가보니까 그게 아니에요.
그냥 가슴이 턱 막히더란 말이지요.
그냥 답답한 것이 드릴 말씀이 없어요.

텅 비고 부서진
마을 사람들 보다 먼저 떠난 교회와 목사님과 교인들
마을 곳곳에 휘날리는 깃발
빈집들
그리고 코앞 미군기지 철조망

이걸 묘사할 순 있지만
어떻게 그 느낌을 전하지요?
난 못해요.
그래서 예수님은 “와 보라” 하셨나요?

하느님 여전히 저는 할 기도가
쓸 기도문이 생각나질 않아요.

이런 상황이면
언어의 한계성을 절감하곤 하는데
하느님 정말 저는 
도무지 말이 생각나질 않아요.

누가 저더러 대추리 평택 미군기지에 관한
기도문이나 글을 쓰라면

와보라는 말 밖에는
다른 말이 생각나질 않아요.

전성표  156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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