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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아모의집 연탄보일러는 3탄 6구. 자그마치 18개의 연탄이 들어간다. | ||
“아이 아빠는 또. 알았어요. 아빠.”
내가 외출해서 딸에게 연탄 갈아달라고 부탁하는 통화내용이다. 올해 6학년이 되는 딸이 이제 제법 연탄을 잘 간다. 우리 가족의 연탄 갈기 단수로 말하자면 아들(7세) 무단, 딸(13세) 1단, 아내 2단, 나 3단으로 내가 제일 고수인 셈이다. 내가 고수인 것은 무슨 특별한 기술이 있어서가 아니라 집에 있는 시간이 제일 많은 탓에 연탄 갈기를 거의 내가 하기 때문이다. 딸이나 아내는 스페어 기술자들이다. 아들은 어리니 무경험자이고.
우리가 사는 ‘더아모의집’이 약 50평 된다. 기름으로 난방을 하면 기름값을 감당하기에 엄두가 안 날 것 같아 연탄보일러를 사용한다. 한 구멍에 3개씩 모두 6구멍이다. 그러니까 연탄이 모두 18장이 들어가면 꽉 차는 연탄보일러다. 그러다보니 하루에 연탄불을 보는 시간이 만만찮다. 아침에 일어나서 1번, 저녁 무렵 1번, 자기 전 1번은 기본이고 사이사이 1번 씩 더 봐줄 때를 감안하면 하루 3~5회 정도를 보게 된다.
연탄이 꺼지거나 불이 시원찮으면 번개탄을 넣어서 피워야 한다. 갈고 나면 번개탄 숯불 냄새가 옷에 배어 냄새가 진동하기에 작업 후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것은 의례행사이다. 하루에 연탄재가 12-16개 정도가 나오니 연탄재를 처리하는 것도 만만찮다. 아직까지는 더아모의 마당이 깔끔하게 정리가 안 되어 있어서 연탄재를 채워 나가고 있지만 다음해부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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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득 쌓여 있는 연탄을 보고있으면 배가 부르다. | ||
정말 돈이 없어서 어쩔 수없이 연탄을 때며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더 나아가 사람이 기본적으로 누려야할 경제적 환경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과 나라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러고 보니 연탄 하나 갈면서 그 잘난 도(?)를 닦는 도인이 된 듯 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요즘 생활이 얼마나 편리한가. 버튼 하나 누르면 기름이 자동적으로 조절되어 방을 데워주질 않는가. 하지만 연탄을 들여 놓아야 하고 관리도 해야 하고 일일이 갈아야 하고 꺼지면 또 피워야 하고 연탄재를 처리해야 하는, 그런 사랑의 수고를 하는 기쁨은 맛 볼 수 없을 게다.
간단하게 작동하게 되면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과연 보일러의 고마움을 알기가 쉬울까 말이다. 아니 그 보일러를 돌리기 위해 수고하는 가족들의 고마움을 알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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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상호 혼자서 직접 지은 연탄보일러 창고. 허술하지만 행복이 가득 쌓여 있는 곳이다. | ||
사실 우리는 ‘편리’라는 괴물에게 우리의 행복을 모두 주어버리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편리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편리를 얻기 위해 치러야할 희생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 내가 편리하면 그 만큼 나의 편리를 위해 지구의 (아니면 우리나라의) 한 쪽에 있는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이제는 상식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역으로 말하면 내가 조그만 수고하면 다른 이가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당장 우리 집의 ‘연탄 갈기’를 봐도 그렇지 않은가. 더불어서 내가 자가 차량을 한 번 덜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 느끼는 기쁨과 간혹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걸으면서 사색에 빠지는 그런 기쁨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이제 이 정도로 글을 쓰고 연탄 갈러 나가봐야겠다.
송상호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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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으로부터 창조는 성경이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