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제 지방선거가 두 달 정도 남았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방정치에 있어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죠?

네, 미국에서는 지방정부의 민주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두 가지의 주요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의원들의 임기를 제한하는 것과 투표소에 가지 않고 우편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러한 개혁입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두 가지 개혁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미국 지방정치 민주주의 강화 위한 두 개의 실험
당선 횟수 제한하는 '의원 임기 제한'과 집에서 투표하는 '우편투표'

먼저, 의원들의 임기를 제한하는 제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공직자를 선출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정치학자들은 그 중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추첨제를 꼽고 있고, 그 다음으로 민주적인 방식으로 선거제를 이야기합니다.

물론, 공직을 세습하는 대단히 귀족적인 방식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어느나라에서나 귀족들은 자식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물려주려 여러 편법을 활용하고 있긴 합니다만, 이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공식적으로는 폐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많이 채택되고 있는 선거의 경우, 임기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따라 민주적인 대표성이 달라집니다. 예컨대, 한번 뽑으면 평생 공직에 있게 되는 ‘종신직’인 경우에는, 공직자들이 국민들 눈치 볼 필요가 전혀 없게 되기 때문에, 거의 귀족에 가깝게 될 것입니다. 반면, 매 달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면, 공직자들은 매일같이 지역구민들의 눈치를 봐야하고 의중을 살펴야만 할 겁니다. 그만큼 민주성은 강화됩니다.

물론, 이런 식의 민주성이라는 것이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공직자가 여론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따라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90년대 이후, 미국의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너무 오랫동안 지방정부 의원을 지내는 엘리트 의원들이 민주적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임기를 제한하기로 결정한 주가 많아졌습니다. 현재, 캘리포니아, 미시간, 아칸소 주를 포함한 12개 주가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조만간 3개 주가 시행하기로 결정해 놓은 상태입니다.이 제도가 시행되면, 아무리 인기가 좋은 사람이라도 정해진 회수 이상 의원에 당선될 수 없습니다.

Q. 이렇게 임기 제한제도를 시행하면, 더 많은 주민들이 의원직을 맡게 되니까, 의회가 좀 더 민주적으로 될 것 같군요. 의도는 좋은 것 같은데,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나요?

네, 일단 많은 사람들이 공직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이상에 좀 더 가까와지는 길인 것만은 틀림이 없습니다.특히, 미국은 게리맨더링이라고 해서, 현직 의원들이 선거구를 자신들이 당선되기 쉽도록 교묘하게 획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현직 의원을 낙선시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그래서, 고육지책으로 이러한 제도를 만들었는데요, 이것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임기 채운 의원들 당분간 다른 공직 후 다시 당선
기대했던 소수인종 하층민 의원 당선 비율은 높아지지 않아

예컨대, 일부 주에서는 의원직을 그만두고 나와 몇 년이 지나고 나면, 임기 계산이 0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한 임기를 다 채울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진 의원들은 당분간 의회가 아닌 다른 공직으로 자리를 옮긴 후, 몇 년뒤 다시 의원에 당선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의원을 뽑아 봐도, 대부분 비슷한 정도의 직업 배경과 소득 수준의 의원들을 뽑더라는 겁니다. 통계를 보더라도, 원래 예상과 달리 소수인종이나 하층민 중에서 의원당선되는 비율이 별로 변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베테랑 의원들을 내보내고 새로운 의원들을 받아들이니까 의회가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주지사를 포함한 주 행정부 권력이 더욱 세지더라고 합니다.

이들 신참 의원들은 아직 의정을 수행하기에 지식이 많이 부족해서, 특히 예산심의처럼 복잡한 문제에 있어서 행정부에 끌려가기 일수고 또 전문지식을 갖춘 이익단체의 로비 앞에서 무기력해 지더라고 합니다.

또한, 다른 의원들과의 단결력도 약해 주 행정부와의 싸움에서 쉽게 항복을 하거나 대오에서 이탈해 버리더라고 합니다.이렇게 임기를 제한하는 제도가 아직까지는 생각만큼 효과를 보이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었습니다.

Q. 그럼, 우편으로 투표하는 것은 어떤 효과를 기대한 것이고, 또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나요?

제가 지난번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2002년에 미국에 있었는데요, 저도 꼭 투표를 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아직까지 해외 거주하는 국민들에게도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도 우편으로라도 투표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투표를 우편으로 하게 되면 투표 참가율이 높아지게 됩니다.

특히, 미국처럼 나라가 크고 투표 참가 절차가 복잡한 나라에서는 우편으로 간편하게 투표할 수 있다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미국에서는 자동차를 가지고 있지 않은 가난한 사람들이 투표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대리투표 막기 어렵고, 투표 집계 기간 오래 걸리는 난점
정권 악용 방지와 비밀투표 보장될 지 의문

등록하러 멀리까지 거동해야 하고, 또 투표 당일에도 거동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미국은 대중교통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귀찮아서 투표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은 거죠. 그런 점에서, 우편을 통한 투표는 확실히 민주적인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점도 적지가 않습니다. 첫번째, 다른 사람들이 본인 대신 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본인임을 확인한 후 비밀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컨대 식구들이 본인 대신 투표해 발송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이런 행위가 발각되어 처벌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적발되지 않은 사례가 더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두번째, 투표를 하고 난 다음에 자신이 투표한 사람이 후보 사퇴를 해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문제라는 겁니다. 또, 우편배달이 늦어져 투표일 당일까지 투표를 담고 있는 우편이 선거관리 당국에 도착하지 않을 수가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서북부에 있는 와싱턴 주는 투표일 당일 소인이 찍혀 있기만 하면 유효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투표집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마지막 투표까지 오는 것을 기다리는데 어쩌면 일 주일 넘게 기다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만일 독재정권이 등장하는 경우, 이런 식의 투표는 악용될 소지가 많을 것 같습니다. 민주적인 선거는 비밀투표를 보장해야 하는데, 비밀이 유지될 지 의문이고, 또 우정당국이 독재정권에 협조하게 되면 중간에 사라지는 표들도 많아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독재정권에 적대적인 지역에서 오는 표들이 사라지는 식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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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athenian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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