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만일 중국에서 대 혼란이 발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에게도 크게 영향을 미치겠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중국에 대해 20페이지짜리 특별 기사를 실었다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 대해 20페이지나 되는 긴 특별 기사를 실었습니다. 주제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계속해서 자본주의화하고 있고 있는데, 정치적으로는 공산당의 일당지배하에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냐는 겁니다.

특히, 내후년인 2008년 여름에는 전 세계 이목이 베이징에 집중되게 되는데요, 바로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 당국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혹시나 89년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중국을 최초로 방문해 수많은 외신기자들이 베이징에 운집한 상태에서 터진 천안문 사태처럼 2008년에도 수많은 외신기자들이 모여있는 기회를 이용해 반정부 인사들이 대규모 민주화 시위를 벌이지나 않을까 하는 겁니다.

사실 멕시코 올림픽이나 서울 올림픽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올림픽을 앞두고 대규모 민주화시위가 벌어진 경우가 있었는데요, 멕시코의 경우에는 유혈사태로까지 비화했다고 합니다.

중국은 벌써 일인당 국민소득이 1500달러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중산층이 두꺼워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여기에 더해 중국은 발전한 도시 내에서의 빈부격차 문제, 그리고 도시와 농촌간의 빈부격차 문제와 같은 수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빈부격차는 현재 중국이 러시아보다도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요, 더욱 문제는 중국은 공식적으로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주의를 기치로 하면서 인민들에게 평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인민들의 체감 불만은 (자본주의에서보다)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Q. 현재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 중 가장 큰 것이 토지문제라죠?

중국은 원래 마오쩌둥이 농민들을 집산화한 이후로 모든 토지는 국가소유입니다.하지만, 등소평이 정권을 잡은 이후 개혁이 진행되어, 현재는 농지를 개인들에게 30년까지 임대해줍니다. 물론, 소유권은 국가가 가지고 있구요.

그리고, 개인들은 (농지)임대권을 자유롭게 사고팔수가 없습니다. 반면, 도시에서는 임대권을 사고팔수 있고, 또 건물의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소유권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근 중국에서 거부가 된 사람들 중 다수는 부동산 투기로 돈을 모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농촌에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아직 농촌은 소유권이 사회주의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입니다.최근에 농촌에서 유혈사태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요, 대부분이 이 토지 소유권과 관련된 문제입니다.예전에 영국에서는 지주들이 양을 키우기 위해 농민들을 토지로부터 내쫓았던 인클로저라는 것과 비슷한 것이 발생하고 있는셈입니다.

중국에서는 국영기업들이나 민간개발업자들이 국가로부터 토지를 임차해서 이 곳에서 경작을 하고 있던 농민들을 내쫓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경제가 발전하다보니까, 도시 주변에 새롭게 공장이나 발전소 같은 것이 생기는데, 이곳의 농민들이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고 있어 충돌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농민들이 토지소유권을 제대로 인정받고 있다면, 협상을 해서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만, 중국에서는 농민들에게 그런 권한이 없거든요. 그래서, 겨우 국가에서는(토지의 시가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남은 임대기간 동안 경작을 해서 벌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보상(이른바 농업적 가치에 대한 보상으로서 평균 시가의 1/10정도)을 해 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당국이 빨리 농민들에게 토지소유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고 하면서, 한국의 예를 들었습니다.

현재 중국 당국은 중국 농촌이 도시보다 낙후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흉내낸 ‘사회주의 신농촌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산업화과정에서 농촌문제가 그렇게까지 심각해지지 않은 것은 ‘새마을운동’ 때문이 아니라 1949년의 토지개혁 때문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토지를 대지주로부터 소농들에게 나눠준 토지개혁이 없이 ‘새마을 운동’ 같은 미봉책만으로는 한국의 농촌문제가 혁명적 상황에까지 이르렀을 거라는 거죠.

따라서, 중국도 ‘사회주의 신농촌 운동’을 통해서 시골에 도로 만들고 다리 만드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농민들에게 토지를 나눠주는 근본적 해결책이 더 중요하다고 충고했습니다. 이렇게 토지가 농민들에게 나눠지면, 이 토지를 담보로 융자를 받아 농업도 좀 더 자본집약적으로 해 나갈 수 있어 더 적은 인원의 사람들로도 생산성이 높은 농업을 실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발전이 계속됨에 따라 일손이 더 필요하게 될 도시쪽으로 사람들이 이동시킬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겁니다.

그리고, 산업화를 통해 생긴 개발이익을 사실상의 소유권이 인정되는 도시사람들은 가질 수 있는데 반해, 농촌사람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도농간의 빈부격차가 더 심해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농민들에게도 토지에 대한 실질적 소유권을 줌으로써 도농간의 빈부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Q. 베이징 지방선거가 1년 앞당겨 실시될 예정이라는데, 이것도 중국의 정치적 문제를 반영한 것이라죠?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중국 당국은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에서처럼 대규모 민주화시위가 발생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년 말로 예정된 베이징 지방선거를 1년 앞당겨 올해 말에 실시한다고 합니다. 올림픽이 가까와질 때에는 정치적으로 조용해 지길 바라기 때문이죠.

현재, 중국 인민들은 중앙정부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중앙정부는 중앙은 문제가 없지만 하위기관이나 지방당국 수준에서 중국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이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앙정부나 공산당의 중앙당은 계속해서 하위기관들이나 지방정부를 질책하고 사상무장이나 공직윤리의 강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중앙 당국이 아래 기관들을 채근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중국 인민들이 당국에 대해 불만을 많이 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입니다.

특히, 이미 중국 사람들 대다수는 공산주의 이념을 버렸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의 일당 지배에 대해 그 정치적 정당성을 의심하고 있지만, 다만 경제성장을 성공적으로 주도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일단' 지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중국 인민들의 다수는 중국 공산당이 고도 경제성장을 제대로 실현시키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공산당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중국공산당이 이념적 정당성이 있다면 경제적 성과가 없더라도 어떻게든 인정하겠지만, 그러한 정당성이 없기 때문에 경제적 성과가 없는 경우엔 그대로 용도폐기될 것이라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입니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지는, 지금처럼 경제가 좋을 때 정치적인 개혁을 조금씩 시작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해야할 개혁인데, 자꾸 미루다 나중에 경제가 갑자기 나빠질 때 개혁에 대한 요구가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터져나오게 되면, 그로부터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겁니다.

중국에서 대혼란이 발생하게 되면, 그것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전세계는 걱정스럽게 중국을 지켜보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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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athenian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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