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을 헤치고 우편 배달부는 달려간다. 매일매일 그가 배달했던 사랑의 편지는 이제 보기 드문 경우가 되었고, 요즘은 각종 고지서나 종이 신문, 잡지 배달이 고작이란다. 사랑하는 이가 연필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받아본 사람은 과연 최근에 몇이나 될까.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인생의 진정한 승리자일 것이다.  지금 연인의 편지를 받아 읽는 사람은, 누구라도 구원을 입은 사람일 것이다. 정초에 신약성서의 서신서를 꼼꼼히 읽었다. 예수의 제자요 친구인 우리는 우편 배달부가 아닌가. 예수의 복음을 이웃들에 전달하는...  

글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 간혹 편지를 대독하기도 하는데,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편지를 쓴 그 분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고스란히 전하는 게 임무렷다. 오로지 그 일을 위해 우리는 사명감을 가지고 눈보라에 맞서 달리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우편배달부와 시인 파블로 네루다 이야기를 담은 영화 <일 포스티노>의 사운드 트랙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나절 이 산골까지 우편배달부가 찾아오면 커피라도 내드려야지.

임의진 목사  shodan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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