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 꽃밭

이수호

나는 꽃을 좋아한다
이른 봄 산에 들에 뾰족뾰족 땅껍질을 뚫고 올라오는 작은 꽃들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는 꽃이 예뻐서 좋고 조용해서 좋다
수없이 많은 종류대로 다른 모양으로 다른 빛깔로 다른 향기로 피지만 서로 비교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그냥 말없이 제 자리에서 살아갈 뿐이다
나는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을 본다
용산에서였다
살기 위해 지붕 위로 올랐던 사람들 불꽃으로 꽃잎 지듯 지고
어느 새벽 졸지에 남편을 잃은 여인들이었다
그 슬픔과 아픔을 함께하려는 신부들 이름 모르는 사람들
불 탄 자리에 꽃으로 다시 피고 있었다
꽃처럼 그냥 거기에 있었다
많은 분들이 꽃을 가져와 꽃과 같이 있었다
꽃과 더불어 꽃이었다
그래 여름 쌍차 공장에도 수백의 꽃이 갇혀서 피고 있었다
결국은 쫓겨서 다시 지붕위로 오르고 꽃잎 갈가리 찢기고
고개 숙인 꽃들 긴 그림자 드리웠다
그리고 몇 년 쌍차 죽음은 이어지고
대한문 앞에 다시 꽃이 피었다
꽃의 희망을 지키기 위해
지킴이들도 한 송이 한 송이 피어났다
그래서 대한문 앞은 꽃밭이 되었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꽃밭이었다
대한문 안 개나리 진달래 목력 피고 벚꽃 망우리 터지는 4월 어느 이른 아침
대한문 밖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 꽃밭 짓밟히고
꽃들의 발버둥 닭장차에 실려 철창으로 갔다
남은 시멘트 바닥 그늘 위에
준비된 탄압의 가짜 꽃밭 급조되고 독재의 흙이 채워지고
아무데나 잘 자란다는 서양나비꽃 심겨졌다
진실과 정의는 뽑혀 나가고 거짓과 불의가 칼춤 춘다
이 땅 곳곳 사람의 꽃밭들 목이 조여온다
까치집처럼 하늘로 올라간 꽃밭
초대형 크레인의 컨테이너 속
대테러 특공대의 눈이 번쩍인다
박그네 정권 들어서고 한 달 겨우 지난 일이다.

슬픈나라

이 적

불바다 였다
폭력의 세상이었다
해고자 2607명
우리는 이나라 백성이 아니었다
가라면가지 죽으라면 죽어줘야지

옥쇄파업 77일만에 무장특공대집압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
어디서 죽으란 말인가
죽고싶어도 죽을 곳이 없어
하늘로 오르는 나라
그래서 새가 되는 나라

그래서 그래서 몽둥이로 때려잡고
총칼로 진압 하나
슬픈 휘파람새의
울음소리가
휘리릭 -
밤뻐꾸기 울음소리가 서러웁게

뻐꾹 -

고공 철탑을 맴돈다
아니다 먼저간 24명의 원혼의 눈물이
비가 되고 새들의 피울움으로
고공 농성장 철탑에 매달려 오고
나는 오늘도
새가 되어 산다
날아갈곳 없고
내려 갈곳도 없고
서있을곳도 없어 새가된 나라
우리는 그 나라에 산다
비 내리는 고공철탑
그곳을 집으로 삼는
슬픈 나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