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대구·경북이라는 척박한 토양 위에 ‘정의’와 ‘평화’라는 씨앗이 뿌려졌다. 그 씨앗은 군사독재의 어둠 속에서도, 지역사회의 수구적 저항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키워왔다. 그리고 40년이 흐른 지금, 그 오랜 사역의 결실이 책 한 권으로 집대성되었다. 『대경목정평 40년사: 정의와 평화』, 그 한 권의 책에는 시대와 싸운 목회자들의 고백과 고난, 그리고 희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지난 6월 27일(금) 오후 5시, 대구 달서구의 포레스트홀에서는 ‘대구경북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상임대표 장수연 목사, 이하 대경목정평)의 40주년을 기념하는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행사장은 이른 시간부터 따뜻한 인사와 포옹이 오가며, 마치 오랜 순례자들의 재회 같은 분위기로 가득 찼다. 이날은 ‘대경목정평인의 날’을 겸해 열렸으며, 오랜 세월 이 운동에 헌신한 원로 목회자들과 전국 각지의 연대 단체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책, 40년의 사역을 기억하다
이번에 발간된 『대경목정평 40년사: 정의와 평화』는 창립 이래 12년 동안의 자료 수집과 정리, 편집 과정을 거쳐 완성된 대작이다. 교회 갱신, 지역 화해 운동, 사회적 정의 실현 등 대경목정평이 한국교회와 지역사회 속에서 감당해온 사역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편찬위원장 현순호 목사는 이 책의 발간 취지에 대해 “수구적 편향이 강한 대구·경북 지역에서 정의와 평화를 외친다는 것은, 일종의 독립운동과 같은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명의식 하나로 시작한 소수의 목회자들이 있었기에 이 책이 가능했다”며,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출판비를 충당할 수 있었던 데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이 기록이 “다음 세대 목회자들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행사의 순간들: 헌신, 연대, 기억
행사는 황명열 목사(총무)의 사회로 시작됐다. 고경수 목사(대구평화교회)의 기도로 문을 연 자리에서, 상임대표 장수연 목사는 ‘큰 나무’에 비유해 40년의 여정을 풀어냈다.
“수없이 불확실한 시대를 견딘 우리의 뿌리가 이제 새로운 10년을 위한 희망과 용기의 토양이 된다.”
영상으로 전해진 축사도 행사에 깊이를 더했다. 김종생 총무(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박승렬 이사장(한국교회인권센터), 김영주 이사장(기독교민주화운동사업회) 등이 연대의 마음을 전했고, 은퇴한 원유술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는 “정의와 평화는 종교를 넘어선 사명”이라며 공동행동의 의미를 강조했다.
‘서민기 & 타카’가 들려준 핸드팬과 생황의 연주는 이 자리에 한국적 영성과 공동체적 온기를 더해주었다. 고요한 악기 소리에 맞춰 눈을 감은 참석자들의 표정은 마치 한 편의 기도 같았다.
북토크: 기록 너머의 이야기들
2부에서는 편찬에 참여한 목회자들이 무대에 올라 북토크 형식으로 책의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현순호, 이상점, 정금교, 이진익 목사는 40년의 역사 속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과 편찬 과정에서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나누었다.
현장에서는 대경목정평 활동의 의미와 책임, 때로는 외로웠던 싸움의 현실에 대한 증언들이 이어졌고, 참석자들은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과거의 갈등과 연대의 기억이 하나둘 언급되며, 그 시간들이 단순한 회고가 아닌 오늘을 위한 자산임이 확인되었다.
참석자들은 대경목정평이 걸어온 지난 40년에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다가올 50주년—희년을 향한 방향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갔다. 마지막에는 공동선언문 낭독과 이정일 목사의 축도로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정의와 평화의 다음 걸음을 위하여
장수연 상임대표는 폐회 직전 다음과 같은 당부를 남겼다.
“목정평 40년을 지난 이후의 걸음은 모든 교회가 스스로 자기반성과 교단을 넘어선 연대에 집중해 예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대경목정평은 앞으로 『대경목정평 40년사』의 주요 내용을 <에큐메니안> 인터넷 지면에 연재할 예정이다. 이는 다음 세대 목회자들과 더 많은 독자에게 대경목정평의 신앙과 실천의 유산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책자 구입은 총무 황명열 목사(010-7253-7575)를 통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