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목), 한국 개신교의 극우화와 권력 유착을 참회하고 회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보수 개신교의 중심지로 불리는 대구 중구 성내동 교남YMCA에서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정교유착 반대 성명 운동’의 마지막 자리로, 광주(6일), 서울(11일)에 이어 마지막 자리였다.
이번 기자회견은 대구·경북 기독인연대가 주관하고,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대구경북기독교생명연대, 대구경북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대구경북 건강한 교회를 위한 목회자협의회, 성서대구, 대구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인권실천시민행동, 평신도신앙실천운동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권력 유착과 이권 추구에 대한 강력한 규탄
대경기독인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12.3 내란 사태가 하나님의 은총으로 수습된 것은 다행이나, 그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교회의 민낯은 깊은 우려를 낳았다”며, 교회가 권력과 이권의 장으로 변질된 현실을 비판했다. 성명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를 지목해 “계엄과 내란을 옹호하고 윤석열 당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며 강단을 정치 선동의 무대로 삼았다”며 “교회를 정치 폭력의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규탄했다. 전 목사는 서울서부지방법원 난동 사건의 배후로 경찰에 의해 지목됐고, 가담자 다수가 특수건조물침입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성명은 또한 “특검 수사를 통해 드러난 교회의 이권 추구와 권력 로비의 민낯은 충격적”이라며, ▲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와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의 채상병 사건 구명 로비 연루 의혹, ▲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청운교회 원로장로)의 김건희 씨 금품 제공 및 인사 청탁 자백 등을 열거하며, “종교적 자리가 권력 로비와 이권 추구의 통로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교회 내 자정 노력과 개혁 요구
기자회견에서는 종교인과 평신도들이 한국 교회의 자성과 개혁을 촉구했다. 정금교 목사(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 대표회장)는 “교단들이 정치 사건에 쉽게 휘말리고 결탁하는 세태는 심각한 문제”라며 “다가오는 9월 교단 총회에서 회개와 반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철 목사(성서대구 대표)는 “손현보 목사와 이를 감싼 고신 교단의 태도는 부끄럽다”며 “평신도들이 직접 나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교단이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민 목사(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총무)는 “예수 시대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교회처럼, 권력과 자본에 눈멀어 불의에 침묵하는 것은 교회를 타락시킨다”며 “침묵이 아닌 고백과 선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현철 교수(영남대·평신도신앙실천운동 실행위원)는 “정치 권력과 결탁해 복음의 본질을 잃어가는 교회의 변화는 개개인 신앙인의 변화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의 미래에 대한 경고
대경기독인연대는 성명에서 ▲ 교회 지도자들의 과오 고백과 회개, ▲ 정교유착 거부, ▲ 교단 총회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개혁, ▲ 손현보 목사에 대한 철저한 징계 등을 촉구했다. 특히 “교회가 불의를 저지르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며 자신들을 정당화하거나 피해자인 양 행세하고 있다”며, 이러한 태도가 “한국교회를 사이비 집단과 다를 바 없다는 조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한국교회가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탈종교화 시대 속에서 생명력을 잃고 역사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며 교회의 쇠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한국 교회가 영적 부패를 참회하고 본질적 갱신을 이루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