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5일 오후 1시 59분,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을 상징하는 시간에 맞춰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4대 종교(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공동 추모예식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가 주관하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공동 준비했으며, 행정안전부와 서울시가 협력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 비극으로 159명(국내인 133명, 14개국 외국인 26명)이 목숨을 잃은 지 3년 만에 열린 이번 행사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진실 규명과 사회적 변화를 촉구하는 자리로 주목받았다.
슬픔과 기억의 자리, 하늘의 별로 영원히
추모예식은 기도, 설교, 축도로 구성되어 희생자들의 생명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3년 전 그 밤의 아픔을 공유하며, “차가운 밤에 우리 곁을 떠난 가족과 친구들이 하늘의 별이 되었다”고 표현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이번 10월을 ‘기억과 애도의 달’로 선포하며, “잊지 않음이 곧 행동”임을 강조했다. 행사 주제인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는 희생자들의 빛이 사회를 비추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으며, 참가자들은 별 모양 피켓과 보라색 스톨을 착용해 연대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진상 규명과 책임 소재에 대한 강한 요구
행사의 핵심은 국가의 무책임과 시스템 붕괴를 지적하며 투명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데 있었다. 참석자들은 “수많은 위험 신호가 무시되고 구조 요청이 묵살된 이유를 묻는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해 “성역 없는 구조적 원인과 모든 책임 소재를 밝히라”고 호소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책임자 처벌이 미진한 현실 속에서, 유가족들은 거리에서 여전히 진실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고 전해졌다. 기도문에서는 “이 비극이 천재지변이 아니라 무관심과 방치가 빚어낸 사회적 재난”임을 강조하며, 재난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의 근본 개혁을 간절히 빌었다. 이러한 요구는 단순한 애도에 머무르지 않고, “눈물 너머를 바라보며 믿음과 양심으로 행동하라”는 실천적 다짐으로 이어졌다.
4대 종교와 시민사회의 연대, 희망의 증언
4대 종단은 생명, 정의, 연대라는 공통 가치를 중심으로 모여, “고통의 자리를 생명과 정의의 자리로 바꾸는 희망의 증언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참사 직후부터 유가족과 함께 기도회, 오체투지, 추모행진을 이어왔으며,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개신교, 원불교 공동체도 매년 추모기도와 거리예배를 통해 희생자들을 기억해왔다.
이번 행사는 이러한 연대의 정점으로, 교회·성당·사찰·교당이 손을 맞잡고 “안전이 이 땅의 가장 큰 가치가 되는 날까지 끈끈한 연대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도문은 유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위로하시고, 지울 수 없는 상처 위에 따스한 손길을 더하시라”고 간구하며, “슬픔과 고통에 신음할 때 우리를 붙드시는 손길이 필요할 때, 모두를 이끄시소서”라는 메시지로 마무리되었다.
추모예식 직후 참가자들은 서울광장까지 행진을 이어갔으며, 오후 6시 34분부터 ‘3주기 시민추모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부 인사, 정당·종교단체 대표, 시민단체, 일반시민 등 4,000여 명이 모여 주제를 되새기며 추모와 연대를 다졌다. 이어 10월 29일 오전 10시 29분 광화문 북광장에서 ‘기억식’이 열릴 예정이다.
반복되지 않을 미래를 향해
이번 행사는 “기억하자는 말에서 멈추지 않고 책임을 묻자는 말로 나아가자”는 결의로 마무리되었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함께 울자는 위로가 함께 싸우자는 연대로 확장되길”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는 참석자들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는 이번 추모예식을 통해 ‘기억의 연대’를 재확인하며, “진실이 정의로 이어지는 사회”를 향한 목소리를 모았다. 이태원 참사 3주기 행사는 애도와 투쟁의 시작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지속적인 여정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