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가 인간의 지능을 넘고 있는 오늘날 인간 존엄성의 신학적 근거를 ‘성육신 사건’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학과 신학의 대화(아래 과신대)가 3일(월)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창천교회 백주년기념관 맑은내홀에서 ‘AI와 기독교 신학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제9회 과학과 신학의 대화 포럼을 개최한 것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박민서 서울여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와 김경래 장로회신학대 조직신학과 교수가 발표자로 나섰으며, 정대경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의 진행으로 대담이 이어졌다.
‘AI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제한 박 교수는 “AI는 인간의 뇌 구조인 뉴런에서 영감을 받은 뉴럴 네트워크에서 출발했다”고 소개하며 “현재는 대규모 언어모델에서 멀티모달 AI, 에이전트 AI, 피지컬 AI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의 작업과 사고의 기본 인터페이스로 확장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AI는 인간이 학습시킨 대로만 동작하는 계산 기계”라 짚으며 “AI의 자율성도 결국 인간이 가르친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고, 창의성이나 자의식을 갖는 존재가 아니라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를 내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또한 ‘AI 시대 인간 존엄성의 신학적 근거’를 주제로 발표한 김 교수는 “AI의 IQ가 인간 평균을 초과하고 전문 자격시험도 통과하는 등 인간의 전통적 우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런 변화 속에서 인간 존엄성의 신학적 근거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통적인 하나님의 형상론인 실체론(영혼·이성 중심), 관계론(관계성 중심), 기능론(다스림의 권한)이 AI 시대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하며 “실체론은 AI가 지능을 능가할 때 약화되고, 관계론은 AI의 관계성 모방에 취약하고, 기능론은 AI가 더 효율적으로 다스릴 때 근거가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그에 대해 교수는 “하나님이 인간으로 오셨다는 사실 자체가 인간 종 전체에 대한 특별한 사랑과 선택을 의미한다”고 설명하며 “이는 인간의 능력이나 성취와 무관하게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 존엄성을 부여하며, 인간의 유한성과 취약성도 긍정한다”고 ‘성육신 사건’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발제 후 이어진 대담에서 두 교수는 AI의 윤리적 경계를 명확히 설정한 상태에서의 도구적 활용에 동의했다.
김 교수는 “AI가 감정 표현을 하더라도 이는 시뮬레이션일 뿐 실제 감정이 아니므로 인격체로 대우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으며 박 교수 역시 “인간의 의식, 메타인지, 감각질 등은 AI로 구현이 불가능하다”며 “AI는 수학적 함수 관계를 찾는 게임에 불과하다”고 의견을 냈다.
한편, 과신대는 무신론의 도전에 응답하고 균형 있는 창조신앙을 추구하는 비영리단체로, 2016년부터 연 2회 과학자와 신학자가 함께 현대 과학기술과 신학의 접점을 논의하는 포럼을 진행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