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신교계 8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긴급토론회에서 발표자들은 팔레스타인에서 자행되고 있는 학살이 침묵하는 개신교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임석규
▲ 개신교계 8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긴급토론회에서 발표자들은 팔레스타인에서 자행되고 있는 학살이 침묵하는 개신교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임석규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학살을 ‘집단학살(제노사이드)’로 규정하고, 이에 침묵한 국내 개신교회가 신학적 전환과 구체적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정개신교대책위원회와 개척자들,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느헤미야교회협의회, 메노나이트중앙위원회(아래 MCC), 성서한국, 청어람ARMC 등 8개 단체가 4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에 있는 엔피오피아홀에서 ‘잔해 속의 그리스도-가자의 인종학살과 한국교회의 맨얼굴’ 긴급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단체 소속 신학자·목회자·활동가들은 100년 넘게 이어져 온 팔레스타인 억압의 역사와 최근 가자지구 학살 사태를 조명하며, 친미·친이스라엘 시각을 비판 없이 수용해 온 국내 개신교회의 신학적·윤리적 책임을 되짚었다.

1부 발제를 맡은 권지성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수는 시온주의 신화의 신학적 해체를 주제로 “시온주의는 단순한 종교적 귀환 운동이 아니라, 19세기 유럽의 민족주의와 식민주의, 세속주의가 결합한 근대 정치 프로젝트”라고 규정했다.

권 교수는 “시온주의는 유대교의 오랜 신앙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럽 유대교 공동체 내에서도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던 정치적 산물”이라 지적하면서 “성서에서 말하는 ‘땅’은 특정 민족의 소유물이 아니라, 정의와 책임의 윤리가 실현되는 공간”이라 주장했다.

이어 권 교수는 “시온주의가 성서를 점유와 정복의 근거로 삼는 것은 본질적 왜곡”이라며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인종청소와 집단학살의 현실을 외면하는 개신교회의 신학적, 윤리적 문제를 직시하고, 약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연대하는 신학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팔레스타인 출신 뮨터 아이작 베들레헴루터교회 목사는 온라인을 통해 현지에서 목격한 가자지구의 참상을 증언했으며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국제법과 신학의 관점에서 제노사이드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폭력과 인종청소가 신학적으로 정당화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긴급토론회에 온라인으로 참여한 아이작 목사는 기독교 시온주의를 폐기하고 팔레스타인의 고통 받는 사람들 편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면 갈무리
▲ 긴급토론회에 온라인으로 참여한 아이작 목사는 기독교 시온주의를 폐기하고 팔레스타인의 고통 받는 사람들 편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면 갈무리

특히 아이작 목사는 “기독교 시온주의가 폭력과 배제, 인종차별을 신학적으로 합리화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신학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낳아야 하고, 교회와 신앙인은 고통받는 자와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작 목사는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외면하는 세계 개신교회와 한국 개신교회의 침묵을 비판하며 “정확히 규정(제노사이드)하고 책임을 묻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2부 패널토의에서는 박현철 청어람ARMC 대표의 진행으로 김성한 MCC 간사, 송강호 개척자들 제주팀장, 이시종 더불어숲평화교회 담임목사, 임영신 IMAGINE PEACE 대표 등이 참여해 개신교회의 팔레스타인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이스라엘 편향적 시각을 갖게 된 배경과 대안을 논의했다.

패널들은 복음주의와 반공주의, 미국과의 정치적 동맹, 성지순례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개신교회가 팔레스타인 현실에 침묵하거나 왜곡된 시각을 갖게 됐다고 진단하며, 교회와 시민사회가 팔레스타인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교회 내부의 신학적 성찰과 함께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김 간사는 “교회가 권력과 결탁하거나 강자의 논리를 따르기보다, 약자와 고통받는 이웃의 편에 서야 한다”고 꼬집으면서 평화신학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송 팀장도 “산상수훈과 예수의 가르침, 원수 사랑 등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목사는 “교회가 시민성을 회복하고 질문하는 공동체로 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임 대표는 “올리브 오일 공정무역, 팔레스타인 방문, 현지 교회와의 교류, 평화 기금 모금 등 구체적 연대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종생)는 지난달 24일 73-4차 실행위원회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를 위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공동체와 이스라엘의 평화를 위한 한국교회의 입장문”을 채택해 이스라엘에 맹종하는 국내 보수-극우 성향 개신교계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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