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은 오래된 불의와 탐욕, 그리고 무관심의 딱딱한 토양으로 굳어 있습니다. 교회 안팎에는 어둠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고, 신음하는 이웃들의 탄식과 하나님의 공의가 무너진 현실이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이때야말로 주님의 선지자적 사명을 받은 우리가 다시금 영적으로 무장해야 할 때입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상임의장 박정인 목사, 아래 목정평)가 2025년도 활동들을 돌아보며 국내 정세 분석 및 향후 대응을 논하는 휴식의 자리를 마련했다.
10일(월) 오후 3시부터 충청북도 제천시 청풍유스호스텔에서 ‘묵은 땅을 갈아엎자’는 제목으로 2025년도 목정평 제41회기 수련회가 1박 2일 일정으로 열린 것이다.
개회예배로 수련회 첫날 문을 연 참석자들은 구약성경 호세아 10:12와 미가 6:8을 본문으로 정의와 평화의 새로운 시대 새 질서를 향한 신앙과 실천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 것인가 등을 발표·토론했다.
홍덕진 목정평 정책실장은 민주주의 후퇴와 양당 체제의 고착화, 정치적 권위주의 강화, 혐오와 배제 담론의 확산 등 사회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교회가 기후 위기 대응, 사회적 약자 연대, 청년 주거 지원, 포용적 언어 사용, 인권 교육 등 다양한 실천 사례로 사회개혁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 실장은 교회 내 권위주의적 구조, 성차별, 성소수자 배제, 성장주의 신앙, 재정 중심의 영성 약화 등 교회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여성 지도력 확대와 포용적 언어 사용, 성소수자 환대, 생태교회 등 교계 내 변화의 흐름도 함께 소개했다.
또한 국제관계 세션에서는 한반도 군비 증강과 전쟁 위기, 팔레스타인·우크라이나 등 국제 분쟁, 난민·이주민 배제 등 국제적 문제를 언급하며, “교회가 국제 구호, 난민 쉼터 제공 등 역할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홍 실장은 이태원 참사와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재난에 대한 감수성과 촛불집회 등 사회운동 참여 경험을 공유하며, 사회개혁·교회개혁·국제연대 세 가지 주제에 대해 선언문을 정리할 것을 제안했다.
이날 개회 설교에 나선 박정인 상임의장은 목회 현장에서 겪는 좌절과 공허함, 그리고 사회와 교회 현실에서 느끼는 아픔을 나누며 하나님께서 미래의 성공이 아닌 현재의 동행을 명령하심을 강조했다.
이어 박 의장은 “묵은 땅을 갈아엎는 사역이 고독하고 힘든 길”이라면서도 “하나님과의 동행과 동지들과의 연대야말로 이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임을 강조하며 “이번 수련회가 각자의 부족함과 한계를 넘어, 함께 손을 맞잡고 정의와 평화의 길을 걸어가는 동행의 의미를 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