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 성심당 이사는 경제의 교회적 기원을 강조하며 성심당이 추구하는 있는 시민경제의 면모를 설명했다. ⓒ성공회대 신학연구소 제공
▲ 임성 성심당 이사는 경제의 교회적 기원을 강조하며 성심당이 추구하는 있는 시민경제의 면모를 설명했다. ⓒ성공회대 신학연구소 제공

“경제는 본래 관계의 언어이며, 인간 공동체의 도덕 감정이 그 토대를 이룬다는 점에서, 그리스의 오이코노미아에서 오늘날 시민경제에 이르기까지 서구 경제윤리는 신학의 역사와 함께 형성되어 왔습니다.”

강영선 박사(모두를위한경제EoC연구소장)는 11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에서 열린 ‘2025 국내학술대회’ 발표에서 이렇게 설명하며, 현대 경제의 인간학적 회복을 위한 신학적 사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콜라레 운동’과 ‘모두를 위한 경제(Eoc)’

강 박사는 먼저 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포콜라레(Focolare)운동을 소개했다. 하루에도 몇 차례 포탄이 떨어지고 방공호로 피신해야 했던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는 이상이며 사랑인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내 곁의 이웃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돕는 이들의 활동이 전쟁 후에도 이어져 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현재는 5대륙 182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포콜라레 운동은 이후 학술과정으로 이어져, ‘일치와 문화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썸머스쿨을 운영하고, 2008년부터는 경제, 경영, 사회와 정치, 인문학 분야의 석사, 박사 학위과정으로도 발전하였다. 기독교내 다양한 종파간의 대화, 타종교와의 대화, 무신론자들과의 대화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그 중 경제적 실천 운동으로 ‘모두를 위한 경제EoC(Economy of Communion)’ 활동을 소개하며, 기업주와 노동자, 경영자, 연구자, 소비자와 시민 등 다양한 차원의 이해관계자들이 경제활동에서 친교와 무상성, 그리고 호혜성의 문화를 실천함으로써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 대안과 가능성을 피력했다. 

그는 이러한 흐름이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경제 윤리에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사도행전에 묘사된 ‘모든 것을 함께 쓰는 코이노니아(koinonia)’의 공동체는 소유와 나눔을 신적 은총의 참여로 이해했다. 경제 행위를 신앙과 구원의 실천으로 인식했고, 이때의 경제는 ‘거래’가 아니라 ‘섬김(diakonia)’이었다. 가난한 자를 돌보는 일이 공동체의 중심이었으며, 이를 통해 경제는 곧 신앙의 표현이 되었다.

성심당 레인보우 프로젝트와 포콜라레 운동의 의미

이어 대전을 기반으로 성심당을 운영하고 있는 임선 이사(성심당 외식사업부)가 모두를위한경제EoC 실천 사례로 성심당의 운영원칙과 가치에 대해 소개했다. 임 이사는 서두에 성심당의 사회경제적 의미를 소개하며, “시민경제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관계와 선물성의 실천으로서 기업 경영의 새로운 윤리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EoC(Economy of Communion, 모두를 위한 경제)에 대해 설명했다. EoC는 자본 중심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인간과 생명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자 경제운동으로 제시되었다. 즉 기업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과 연대해 공동선을 추구하며, 지구의 모든 생명이 번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 성공회대 신학연구소가 개최한 이번 2025 국내학술대회는 탈종교시대에 신학과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성공회대 신학연구소 제공
▲ 성공회대 신학연구소가 개최한 이번 2025 국내학술대회는 탈종교시대에 신학과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성공회대 신학연구소 제공

이어 2007년부터 시작된 성심인과 함께 실천하는 EoC인 ‘무지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레드는 재화를 통해 올바른 경제활동을, 오렌지는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가치 있는 기업 되기를, 옐로우는 나라의 법규와 회사의 규정 준수를, 그린은 정직한 재료 사용과 환경 보호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를, 블루는 조화롭고 아름다운 환경 만들기를, 네이비는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 되기를, 마지막으로 바이올렛은 한 가족으로 생각의 일치와 공유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임 이사는 “무지개 프로젝트는 기업의 모든 활동을 관계와 덕, 환경, 사회적 책임의 언어로 다시 쓰는 실천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 임 이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급여나 복리후생에 차이가 없으며, 근로자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여 ‘서로에게 여유롭고, 신입직원이 실수해도 너그러운 기업문화’를 만들고, 그런 분위기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창발하고 그 아이디어들을 임원들은 키워주고 서포트하는 선순환을 정착시키기 위해 애쓴다고 말한다.

또한 매장 인근 가게들과의 상생과 시너지를 점포 개설 시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심당 매장이 들어설 때, 지역 상권과 기존 상점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검토하고, 상생 가능한 방향으로 조정한다”며, 성심당이 지역에서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비결을 설명했다.

시민경제의 현대적 의의

또한 강 박사는 “EoC는 단순한 자선 모델이 아니라 ‘관계의 경제’를 복원하는 신학적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그는 포콜라레 창립자 키아라 루빅(Chiara Lubich)의 사상을 인용해 “경제는 사랑의 언어를 통해 새로운 사회적 질서를 창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운동의 핵심은 ‘나눔’이 아니라 ‘공동체적 존재 방식의 회복’에 있다”며, “EoC는 신학과 경제가 다시 만나는 실험장”이라고 덧붙였다.

임선 이사 역시 이러한 역사적 계보가 오늘날의 시민경제 운동과 EoC(모두를 위한 경제)로 이어진다고 정리했다.

“EoC는 관계와 선물성, 공동선을 현실 경제 속에서 구현하려는 실천적 운동입니다. 시장은 단순한 이익의 장이 아니라, 인간의 연대와 선물성이 실현되는 공간입니다.”

그는 시민경제의 핵심 개념으로 관계재(relational goods), 상호성(reciprocity), 공동선(common good), 덕(virtue)을 제시하며, “경제를 인간 존엄의 질서로 회복시키는 것이 신학이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신학의 시간으로 읽는 경제의 역사

임선 이사의 발표는 경제를 단순한 물질적 구조가 아니라 신학적 시간 속에서 읽어낸 사상사적 지도였다. 고대의 오이코노미아에서 시작해 아퀴나스의 정의론과 시민적 인문주의를 거쳐 제노베시의 시민경제학에 이르는 여정은, 경제가 언제나 ‘인간 이해’의 문제였음을 보여준다.

그의 발표는 단순한 역사 개관이 아니라, 경제를 신학적 언어로 다시 사유해야 한다는 요청이었다. 오늘의 시장과 불평등 구조를 성찰하기 위해, 그리스의 살림살이 언어가 다시 불려 나오는 이유다.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