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신학 탄생 50주년을 맞아 ‘민중’이라는 개념이 지난 반세기 동안 담아온 의미와 앞으로 담아갈 의미를 성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아래 연구소)와 한국민중신학회(아래 신학회)가 14일(금) 오후 7시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건물 지하 공간이제에서 ‘민중신학 50주년 심포지엄 - 민중이란 말이 담아온 의미, 담아갈 의미’를 공동으로 개최한 것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황용연 연구소 연구실장과 최순양 신학회장이 각각 민중 개념의 역사적 의미와 미래 지향성을 주제로 발제했으며, 정용택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와 김홍중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각각 신학적·인문학적 관점에서 논평했다.
‘민중이란 말이 50년간 담아온 의미’를 주제로 발표한 황 연구실장은 “민중은 사회 하층부 대중을 지시하는 의미와 사회 변혁의 주체 역할을 암시하는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며 “고통받는 대중이 반드시 변혁의 주체가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비판의 실마리가 된다”고 밝혔다.
황 연구실장은 “1960년대 후반 민족·시민 등 기존 주체 호명의 한계 속에서 민중이 새로운 주체로 호명됐는데, 전태일 사건 등이 신학자들의 시선 전환을 강제했고 민주화 이후에는 시민운동 부상으로 민중론의 위상이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 민중신학은 사회적 배제의 자리에서 민중 개념을 재해석하고, 취약성과 연대의 개념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포스트휴먼적 (여성) 민중’이란 주제로 “젠더 이분법과 서구 백인 남성 중심의 주체 개념을 비판하고 차이와 교차성의 페미니즘 관점에서 민중의 개념을 다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여성 민중을 다양한 차이를 연결하는 유목적 주체로 제안하고, 동물·기계 등 비인간 존재도 착취받는 신체로서 민중 개념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2000년대 이후 촛불집회와 미투운동에서 여성들이 수평적 연대를 실천한 것을 거울삼아, 민중을 취약성·박탈·불평등·다양성의 수평적 연대 개념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발제자의 발표 뒤 이어진 토론에서 정 교수는 신학적 관점에서 민중신학의 비판이론적·해방신학적 전통 유지를 역설했으며, 김 교수는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민중신학의 현대적 확장과 학제 간 대화를 모색하며 현대 사회이론과의 접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는 1991년 창립 이후 배제와 차별 없는 세계를 추구하며 비판적·해방적 신학을 현장화하고 대중화하는 데 힘써왔다. 민중신학은 1975년 안병무 선생의 “민족, 민중, 교회”와 서남동 선생의 “예수, 교회사, 한국교회” 및 “민중의 신학에 대하여”가 발표된 이래 50년간 한반도와 아시아 민중의 고통과 해방을 중심으로 한 급진적 신학 담론을 발전시켜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