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독재정권이 벌인 산업화와 민주주의 억압에 맞서 현장에서 노동권과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실천해 왔던 미국인 목사 부부를 기리는 자리가 인천의 한 교회에서 열렸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선교국이 주최하고 (사)인천도시산업선교회·인천기독교교회협의회·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등이 공동주관한 ‘조지 오글 목사 5주기 추모 및 도로시 오글 여사 별세 추모 기도회’가 15일(토) 오전 11시 인천 동구에 있는 ‘미문의일꾼교회’에서 개최된 것이다.
감리회 및 지역 교계 소속 60여 명의 참석자들은 인천지역 산업선교의 문을 열어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 및 민주노조 조직화에 기여하고 인혁당 사건 등 박정희 정권의 군사독재 폭압을 고발하는 등 민주화에 기여했던 조지 목사와, 지난달 30일 소천한 배우자 도로시 오글 선교사를 기렸다.
인천산선의 이사인 나지현 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등 참석자 60여 명은 한반도의 분단 현실과 교회의 역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실천에 앞장섰던 오글 부부의 삶을 추모하며, 오늘날 열악한 노동환경과 여성 노동자의 차별·이주노동자 및 비정규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개신교회와 산업선교회의 소명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이날 신약성경 로마서 12:9-13을 본문으로 설교에 나선 송병구 색동교회 담임목사는 “조지 목사의 한국 노동운동과 민주주의, 평화통일에 기여한 삶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실천이 일치돼야 함을 배웠다”고 고백하며 “오늘날 교회들이 조지 목사를 따라 이 땅의 노동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의 아픔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글 부부의 삶을 회고한 김정택 인천산선 이사장과 이민우 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등도 “자신의 권위를 내려놓고 노동자들을 평등하게 대했을 뿐만 아니라 인혁당 사건 당시 피해자들을 억합한 군사독재정권의 현실을 증언한 조지 목사의 삶은 오늘날 자본과 권력에 아첨하며 수구화가 된 한국교회에 깊은 경종을 울린다”, “지역 노동현장에 목회자를 파견해 노동-종교 간 연대 정신을 실천했던 산업선교의 역사를 회복하고 오늘날 비정규직 등 불안정 고용 노동자들의 불평등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구체적인 현장 참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등 제언을 했다.
인천산선 측은 “이번 기도회를 통해 우리가 다시 민주주의의 변곡점 앞에 선 이 때에 시민의 자유와 인권이 권력 남용·권위주의·극우주의 확산으로 위협받고 있는 현실 속에서 조지 목사의 삶·신앙과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을 기억하며 그 뜻을 새롭게 이어가고자 한다”고 취지를 전했다.
한편, 도로시 선교사의 장례식은 미국 산악지역시간 기준 15일 오후 2시에 열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추후 장례식 현장상황 중계·녹화 링크가 인천산선 측으로 전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