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의 논문 표절, 설교 표절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를 비롯해 다수의 목회자가 저지른 논문 표절은 목회자가 지녀야할 최소한의 도덕성을 저버린 파렴치한 행태이지만 여기선 일단 접어두자.

더 일상적인 파렴치 행위는 목회자들의 설교 표절이다. 특히 온라인이 활성화되면서 이 같은 목회자들의 일탈 행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성실한 목회자의 경우 “설교준비는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작업”이라는 얘기를 종종 한다. 하기는 다른 일도 아닌 양을 먹이기 위한 ‘영양가 있는 꼴’을 준비하는 게 그리 쉬울 리 있겠는가! 따라서 대부분의 목회자는 자신의 책무 중에서 설교 준비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동시에 가장 어려워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온라인에 떠 있는, 혹은 명 설교를 하는 목회자의 주옥같은 설교를 그의 홈페이지에서 거의 그대로 표절하거나, 몇몇 목회자의 설교 내용을 ‘짜깁기’해서 마치 자신이 만든 양 떠벌이는 목회자가 적지 않은 현실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온라인의 활성화가 ‘표절 목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표절 목사의 설교 역시 온라인에 뜨게 마련이니 이를 검색하는 교인이나 외부 인사가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거다.

한 인터넷 교계 매체는 지난달 9일 서울 도봉구 소재 시온교회 이재훈 목사가 다른 사람의 설교를 상습적으로 표절해 왔다고 보도했다. 이재훈 목사는 기사가 나가자 교인들에게 사과했다. 시온교회 당회는 이 목사가 3개월 동안 설교·행정 등 모든 교회 일에 손을 떼고 근신할 것을 결정했다.

그런데 이 목사는 교인들에게 사과하는 자리에서도 여전히 “설교 표절이 아닌 인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변명했다. “교인들 앞에서 표절이라고 얘기하기가 뭣했다. 당회에서는 표절이라고 시인했다.” 참으로 군색한 변명 아닌가!

그건 그렇고 설교 표절도 표절이지만, 이른바 전거(典據)를 밝히지 않은 채,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나 체험인 것처럼 예화를 인용하는 게 어쩌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이는 특히 거개의 목회자가 아무런 가책 없이 저지르는 일탈이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저작권 보호 문제가 사회 전반에서 정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개신교계에선 이에 대해 오불관언이다. 목사가 설교 중에 예화를 인용할 때는 반드시 저자와 책 제목을, 또는 화자(話者)를 명백히 밝히는 게 도리다. 아니 당연한 책무다. 설교 시간이 바쁘다면, 최소한 “어느 책에서 봤는데” 또는 “한 교인으로부터 들은 얘긴데” 정도라도 밝혀야 한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고약한 건 잘못된 팩트를 아무렇지 않게 전달함으로서 순진한 성도들을 호도하는 것이다. 이건 대부분 목회자의 무식의 소치다. 즉 공부를 안 하고 생각나는 대로 지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상사다.

예를 들어 보겠다. 국내 최대 교회 중 하나인 어느 교회 목사가 예배 중 소개한 발언을 싣는다. 그 목사를 일단 X라고 하자.

그는 2007년 어느 날 주일 낮 설교에서 이라크 전쟁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라크 전쟁은 부시 대통령이 중동의 복음화를 위해 일으킨 전쟁이다.” 하늘도 웃고 땅도 배꼽을 잡을 일이다.

이라크 전쟁은, 러시아가 중동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데 대한 견제 차원에서, 즉 헤게모니 확보를 위해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다. 물론 이 지역의 원유가 탐나서였기도 하다. “이라크에 대량살상 무기가 있다. 사담 후세인이 알카에다 세력과 연구돼 있다” 등등의 허위사실을 날조해 2003년 3월 무작정 이라크를 쳐들어간 거다. 이 사실은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콜린 파월이 의회에서 증언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부시 만난 걸 시도 때도 없이 자랑하는 이 목사는 이처럼 말도 안되는 주장으로 성도를 호도했다. 그는 가끔 이런 말도 한다. “우리는 미국에 찰싹 붙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망한다.”

참고로 덧붙인다. 미군을 우리를 위해서 주둔하는 게 아니라 자국의 헤게모니를 위해서 주둔하고 있다. 1950년 대한해협에 ‘애치슨라인’을 남한을 자국 방위 우산에서 제외함으로써(그때는 남한의 가치를 과소평가했음) 김일성으로 하여금 남침의 오판을 하게 한 장본인도 미국이다.

더욱 웃지 못할 망발은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과 관련된 예화다. X는 “등소평은 중국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공헌한 영웅”이라고 상찬했다. 그런데 이건 명백한 오류다. 덩이 개혁․개방을 통해 사실상의 자본주의를 도입해 중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 맞다. 하지만 그는 민주화하고는 상관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그의 집권 시절인 1989년 6월 4일 학생과 시민이 ‘천안문사태’를 일으키자, 이를 무자비하게 탄압했던 독재자다.

이밖에도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을 인용하면서 스탠드앤드푸어스, 무디스, 피치라고 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를 모른 소치다. 그는 가끔씩 되지도 않는 영어를 쓰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일례로 미 달러화와 미 의회에 새겨진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를 “인 갓 위 털스트”라고 발음한다. trust를 turst로 잘못 알고 하는 소린데, 20여 년째 계속 그러는 걸 보면 ‘영어 잘하는 아들 있어도 소용없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한편 X는 심심하면 유대교 랍비처럼 이스라엘의 경쟁력을 자주 인용하는데, 이 또한 그의 무식을 드러내는 극명한 사례다. 예컨대,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잘 믿어 경제선진국이 됐다고 주장하곤 한다. 무식한 얘기다. 이스라엘은 우리보다 훨씬 전인 1980년대에 IMF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다. 게다가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한 불량국가(rogue state)다. 그런가 하면 리먼 브러더스 등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악덕 금융기관 대부분이 유태인 자본이다.

그밖에도 무식의 소치로 내뱉는 거짓말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그 교회엔 쟁쟁한 학력으로 무장한 50여 명의 부목사가 포진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같은 오류를 아는지 모르는지 침묵하고 있다. 필자가 하도 답답해 1부 예배를 드린 후 오류에 대해 담임목사 비서실에 수정을 해주곤 했다.

왜냐하면 그 교회는 교회가 보유한 케이블 채널과 수다한 다른 채널에 주일 낮 3부 예배를 중계하게 때문에 만약 오류가 그대로 나갈 경우 그야말로 망신살이 뻗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오류는 시정되지 않았다. 감히 ‘당회장 목사님’ 설교에 오류가 있다는 진언(盡言)을 하기가 어려워서였을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오류는 널려 있다. 그 중에서도 정말 어처구니없었던 건 서울 망우동의 금란교회 원로목사 김홍도다. 그는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주일예배 때 “심장부와 같은 서울에 사탄·마귀에 속한 사람이 시장이 되면 어떻게 하나”라며 “건전한 사상, 올바른 국가관을 가진 사람이 시장이 되도록 기도하자. 이번 시장 선거가 잘못되면 나라의 운명이 기울어진다”고 망발했다. 그러면서 성도들에게 나경원을 찍으라고 강권했다.

목사가 정치에 노골적으로 관여한 것도 문제지만, 박원순을 빨갱이로 몰다니. 그런 마타도어에도 불구하고 박원순은 당선됐다. 김홍도 논리라면 서울은 빨갱이 수중에 들어갔어야 한다. 하지만 박원순은 지금 역대 서울시장 중 가장 업적을 많이 이룬 시장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그를 가끔 만날 때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건 참 성실하고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거다. 둘째 못난이는 이번 6․4동시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지 않을 지 궁금하다.

그는 2004년 말 동남아를 휩쓴 쓰나미로 대형 참사가 났을 때 “주일날 예배 안드리고 신혼여행 갔으니 벌 받는 거”라는 망발로 희생당한 신혼부부들을 두 번 죽이기도 했다.

순진한 성도들은 목사들의 이런 망발을 진리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자신도 그렇게 하다가는 큰 벌을 받을 거라는 두려움에 떨게 된다. 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가증스런 죄악인가!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표절과 오류, 거짓말, 정말 문제 많다. 

윤재석 <CBS국제담당 해설위원>

윤재석 (CBS국제담당 해설위원)  blest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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