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헌절이다. 좋은 법을 만들었는데 그 동안 우리 사회는 편법과 탈법이 횡행하였다. 민주주의는 늘 위협 당했고, 저울의 추는 항상 기득권자 쪽으로 기울었고, 편법과 탈법에 능한 사람들은 유능하단 소리를 들으며 출세하였다. 요즈음 정부 최고위직 인사 청문회를 보아도,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이 자리까지 왔나 싶어 볼썽사나움을 지나 분노에까지 이른다.
한국 개신교인들이 ‘분노’하여도 되는지, ‘분노’할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는 쉬 분노하는 성격 탓에 교회나 교단 안에서 따돌림을 꽤 경험하며 살았다.
1917년 생 독일 유대인인 스테판 에쎌(Stephane Hessel)은 1939년 프랑스로 귀화하여 레지스탕스에 가담했으며, 그 후 외교관이 되었고 UN 인권위원회 프랑스 대표를 지낸 분인데, 그는 2011년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분노하라>고 촉구했다. 자본의 폭력, 사회 양극화, 정치적 무관심과 체념에 대항하여 더 나은 세상을 꿈꾸라는 그의 얇디얇은 책자는 프랑스를 넘어 온 세계를 강타했다.
예수쟁이로 오늘을 사는 나는, 편법과 탈법으로 번영을 추구하는 모든 집단, 정치가들, 바리새인과 같은 목사, 장로들에게 매일 분노하며 살고 있다. 세월호 때문에, 4대 강 때문에 분노하고,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때문에 분노하며, 민족의 분단 때문에 매일 분노한다.
마르틴 루터 선생도 그의 ‘분노’를 참지 않는 성격 때문에 나처럼 우울증을 앓았을 것이라 유추하면서 자위(自慰)하며, 한편 자조(自嘲)한다. 아마도 선생에게 ‘찬송’이 없었더라면 그 삶을 지탱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도 내 삶에 ‘찬송’이 없다는 것은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일이라 감히 고백한다. 교회음악을 공부하면서, 종교개혁과 더불어 만들어져 불린 ‘코랄(Choral : 회중찬송 혹은 합창)’이 우리 믿는 이들에게 무한한 위로가 되고, 나아가 힘과 용기로 승화(昇華)됨이 얼마나 큰 주님의 은총인가를 늘 체험하였다. 찬송은 말씀과 함께 나에게 늘 ‘거룩한 분노’를 일깨우기 때문이다.
나는 천상병(1930~1993) 시인을 천재라고 믿는다. 평생 무력감에 빠져 지냈을 것 같은데, 그는 수시로 “하느님의 은총”을 노래했다. 그의 <꽃은 훈장>은 나의 애송시이다.
| 꽃은 훈장이다. / 하느님이 인류에게 내리신 훈장이다 / 산야에 피어 있는 꽃의 아름다움. // 사람은 때로 꽃을 따서 가슴에 단다 / 훈장이니까 할 수 없는 일이다 / 얼마나 의젓한 일인가. // 인류에게 이런 은상을 내린 하느님은 / 두고두고 축복되어 마땅한 일이다 / 전진을 거듭하는 인류의 슬기여. |
십자가와 꽃을 섞은 문양의 방패를 들고 전장으로 향하던 십자군 생각에 잠시 의식이 다단(多端)해질 수도 있지만, 다시 정신을 차려 이 시를 읽어 보면, 시인의 천진무구(天眞無垢)와 피조물 간의 흐드러짐이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이 시의 ‘꽃’이라는 시어를 ‘노래’로 바꾸어도 충만한 감동이 있다. 인류에게 노래를 주신 주님의 은총은 말로 표현할 수 없거니와, 전진을 거듭하는 음악의 아름다움도 참으로 경이롭다.
그제(2014.7.15) 한교연이 주최하는 <2차 한국교회 찬송가 토론회>가 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열렸단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한국교회의 찬송가가 ‘전진’은커녕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것에 대한 찬송가공회 측 발제자들의 주장은 그야말로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재단법인으로 전환했던 이유로, 재정 및 운영상의 투명성 확보, 안정적 재산 운용, 위상 제고, 절세, 교단에 더 많은 선교금 배분, 교단의 장악력 확보 등을 열거했는데, 현실과 합치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새 찬송가가 나왔다고, 이전의 통일찬송가는 발행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내가 보기에는 이권을 향한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이런 상황을 보고 분노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개신교인이 아니다. 이제는 모든 기독교인들이 이 일에 ‘거룩한 분노’를 품고, 성서적 방법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2008년 4월 30일, 찬송가공회의 26차 정기총회는 기자들과 회원교단 새 대표들의 출입을 봉쇄하고 열렸다. 입수된 회기년도 총 수입금은 29억 2천만 원, 잔액은 11억 원, 즉 18억 원이 지출되었다. 탈루했던 세금 8억, 연줄에 의해 지출된 3억 원의 기관 선교금, 각 교단 배당금 2억 원 등이 주요 지출이었단다. 비교적 내용이 소상히 알려진 2006 회기 때는 회의비 9,500만 원, 행사비 9,200만 원, 접대비 1,000만 원, 교통비 5,200만 원, 홍보비 9,400만 원, 연구개발비 1억 2000만 원, 작업비 1억 4000만 원, 총무 2인 급여 7,600만 원 등이 지출되었다. 우리 교단 목사 한 사람도 이사(혹은 임원)에 포함되어 있는데, 임원 6명이 1년 동안 회의비로 1인당 770만 원을 썼단다. 2008년 회기에는 해외 찬송가 저작권료만 4억 8천만 원을 지불했으며, 서울신문(2014.5.9)에 의하면 한국 작가들에게도 매년 8억 원의 인세가 지불되어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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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정말 잘 나가던 반세기 전, 이맘때면 교회마다 여름성경학교를 한다고 분주했고, 큰 성황을 이루었다. 재미있는 새 노래도 배우지만, 이 계절에 불려지는 성경학교 교가 “흰 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는 우리들의 기분을 한층 북돋우어 주었다. 내가 작곡을 사사한 박재훈 선생이 작곡하신 노래인데, “우리 선생님은 머나먼 캐나다 땅에서, 그 고령에 왜 21세기 새찬송가의 감수위원으로 끼셨을까?”, 후학으로서 안타까울 뿐이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당시 루터교 총회장으로부터 시험판을 받아 면밀히 들여다 보았다. 200명의 전문가가 400회의 회의와 토론 끝에, 10년 동안 100억 가까운 돈이 투자해 만들었다는데, 2007년 3월 27일 발행된 21세기 새찬송가의 담겨진 내용은 허술하고, 너무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참담한 이야기의 연속이지만 이에 대한 것은 다음 산책길에서 나누자.
주대범 장로 (중앙루터교회 성가대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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