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 사이 한국 개신교회를 보면 절대로 하나가 될 수 없는 집단이란 것이 확실하다. WCC 총회가 열리는데, 한쪽에서는 용공, 다원주의자들 물러가라고 난리를 쳤다. 가톨릭 교종의 방한에도 극렬하게 반대하며 추태를 부린 세력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찬송가는 하나의 연합찬송가를 써야 한단다. 분단된 나라를 위해 통일을 간구하며 하나되어 연합예배도 드리지 못하는 형편에 찬송가는 왜 통일시켜야 하는가?

한경직 목사 등에 의해 1989년 창립된 한기총은 한국교회의 핵폭탄이었다. NCC의 일방적인 독주를 막겠다는 의도는 정치적으로 악용되었다. 안기부의 종교담당 요원이 그 창립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은 과거사진실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오충일 목사나 박철언이 확인해 준다. 한기총의 위대한 업적(?)과 지도자들의 면면을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나는 한국교회가 하나로 연합된다는 꿈을 일찍 접었다. 이루지 못할 <연합> 때문에 찬송가가 퇴행을 거듭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한국 개신교회의 연합찬송가는 <찬숑가, 1909>, <합동찬송가, 1949>, <통일찬송가, 1983>, <새찬송가, 2007>로 당당히, 혹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 왔다.

최초의 연합찬송가인 <찬숑가> 태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 편집자들이 편향적인 신학으로 무장된 미국의 근본주의 선교사라는 점과, 그들이 찬송이나 우리말에 대하여 넓은 안목과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조숙자 교수에 따르면, <찬숑가>에 수록된 총 266편의 작사자를 통해본 선곡의 내용은, 영국 114편(17C 4편, 18C 56편, 19C 54편), 미국 88편(19C 86편, 20C 2편), 독일 3편(16C 1편, 18C 2편)으로 18, 19세기 영·미 찬송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한글로 창작된 한국인 작품 9편과 선교사 작품 32편이 더해져 있다. 곡조를 보면(전체 266편을 초과하는 연구 내용은 이상하지만), 미국 202곡(18C 1곡, 19C 199곡, 20C 2곡), 영국 87곡(17C 1곡, 18 56곡, 19C 30곡), 독일 3곡(16C 1곡, 18C 2곡), 프랑스 1곡(16C), 한국 1곡(19C 추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은 미국의 부흥성가나 복음송가가 절대적 우위를 점한 편집임을 보여준다. <찬송가>가 <찬송가답지 못한> 구체적 내용은 차치하고, 이러한 사실이 태생적 한계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찬숑가>의 266편의 찬송 중, <합동찬송가>에 228편, <통일찬송가>에 178편이 수록되었듯 <21세기 새찬송가>까지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그 편집 전통이 올곧게 이어져왔다. <합동찬송가>에는 (물론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은 찬송가지만) 미국 부흥성가가 더욱 증가하여 310곡을 차지하게 됨으로써,  한국교인들의 찬송가관을 아주 낮은 수준으로 고착화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다.

▲ 한국 개신교회의 연합찬송가는 <찬숑가, 1909>, <합동찬송가, 1949>, <통일찬송가, 1983>, <새찬송가, 2007>로 당당히, 혹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 왔다.

<음악은 하나님의 선물>임을 굳게 확신했던 마르틴 루터는, 그 시대 다른 종교개혁자들에 대하여 “생각은 좀 하면서도 음악을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로 여기지 않는 사람은 참으로 촌놈이다. 그리고 인간이라고 불릴 자격도 없다. 그는 나귀들의 울음소리나 돼지들의 소리를 듣도록 해야 한다.”라며 회중찬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 결과 첫 번째 회중찬송인 코랄(Choral)이 탄생한다.

세인트 폴 컨콜디아 칼리지의 게바우어(V. E. Gebauer) 교수는 다음과 같이 루터의 음악관을 정리했다.
첫째, 음악이 하나님의 선물로서 하나님의 창조의 일부라면 그것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음악은 보편적이며 세상을 창조하시는 신의 선하심을 끊임없이 기억하게 하므로 부단히 가르쳐야 하고 사용하여야 한다.

둘째, 인본주의적 입장에서 음악을 이용함으로써 하나님의 선하심이 위협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복음 안에서 자유인이 된 우리들은 음악 자체를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셋째, 음악은 복음 선포를 위한 합당한 음성으로써 말씀의 ‘여종’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예배에서 음악의 충만한 가능성은 성도의 만인사제직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루터의 음악관을 바탕으로, 간단히 <새찬송가> 내용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1. 선곡에 대한 편집관 문제
한국 작가의 곡 선정에 대해선 이미 이야기 했으므로 생략한다.
<통일찬송가>에서 <새찬송가>로 오며 제외된 77곡에 대한 해명이 참 어설프다. 20개 교회를 선택하여 1년 동안 5번도 안 불린 노래들은 제외하였다 하니, 노래방 랭킹에 따라 가요집을 만들 듯 철저한 상업주의의 산물인가 싶다. 권해야 할 찬송을 과감히 넣을만한 편집관이 없었다는 해명이 참 초라하다.

예장 합신측은 2007년 3월, 수록곡 공정성의 문제로 <새찬송가> 사용 보류를 결정하면서, J. S. Bach가 편곡한 <통찬345장 – 주 하나님 늘 믿는 자> 같은 격조 높은 찬송이 제외된 것을 예로 들었다. 루터교인인 바흐의 곡이 빠지건 말건, 한국기독교루터회는 34차 총회(2004)에서 <새찬송가>가 나오기도 전에 교단적 사용을 결의했다. 교단끼리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데, 무조건이 교회연합의 대의인가? 맹목적 추종을 할 거면, 아예 교회 간판을 바꾸어 다는 것이 낫겠다 싶어 창피했다. 

<통찬18-내 영혼아 곧 깨어>, <통찬69-나 가진 모든 것>, <통찬103-참 목자 우리 주>, <통찬129-오 젊고 용감하신>, <통찬250-아름다운 시온성아>, <통찬445-오 나의 하나님>, <통찬522-주님이 가신 섬김의 길은> 등, 내가 늘 은혜 받으며 애창하던 찬송가다운 찬송가들이 뭉텅이로 제외됐다.

부흥성가는 억제하고, 회중찬송의 원류인 코랄 등 예배 찬송에 대한 깊은 배려가 있어야 하는데, 장로교, 감리교가 메이저인 한국 상황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인가 보다.

눈가림용인지 세계 여러 나라의 찬송들을 끼워 넣어 다양성을 보이려는 의도는 살짝 보이나 그 곡들의 적절성은 결코 충분치 않다.

2. 복음적 가사에 대한 과민 반응
한 예로, 앞에서 거론한 <통찬129-오 젊고 용감하신>은 그 가사가 직설적으로 <복음>을 표현했기 때문에 제외된 것으로 여겨지거니와, 다시 실린 찬송 중에도, 번역되었던 본래 가사를 마음대로 손본 것이 수두룩하며, 그것은 대부분 개악이었다.

<새찬198-주 예수 해변서>의 3절(원래는 2절)은 <개편191-생명의 떡> “사슬에 얽매인 날 풀으사 자유와 평화를 누리도록”이었던 것을 “사슬에 얽매인 날 푸시사 내 맘에 평화를 누리도록”으로 바꾸었다. 사슬을 풀면 자유가 오는 것이 합당한 일인데, 무지한 교인들이 <자유>를 누리는 것이 그렇게 불온하고 못마땅한 일인가?

<새찬484-내 맘의 주여 소망되소서>의 3절도 <개편448-주여 희망되소서>에서는 “부귀와 영화 눈 앞에 없다 언제나 주님은 나의 유업”을 “세상의 영광 나 안 보여도 언제나 주님은 나의 기업”으로 바꾸었다. <축복> 등 값싼 은혜를 가르쳐온 교회에게 <가난해지고 낮아지라>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3. 가사의 어법과 내용을 개선했어야 할 예들
- 오식에 대하여는 거론하지 않는다. 가사의 신학적 접근도 내가 하기에는 무리이기 때문에 여기서 시도하지 않는다. 문학성에 대한 것은 충분히 다룰 수 있지만, 생략한다.

- 다행히 극존칭을 쓴다며 <합소서>, <줍소서> 했던 것을 마찬가지의 극존칭인 <하소서>, <주소서>로 바꾸어 Diction 문제를 배려한 것은 개선의 좋은 예이다.

- <왔도다>, <끌리도다> 등, <~도다>는 옛말을 떠나, 용례에 따라 지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되었어야 한다.
-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아침 해가 돋을 때 ~ 나도 세상 지낼 때>, <주 예수여 은혜를 내려주사 ~ 그 사랑이 내 맘에 충만하여 날 기쁘게 하옵소서>는 <내 주를 가까이 하려 함은>, <아침 해가 돋을 때 ~ 나도 세상 지날 때>, <주 예수여 은혜를 내려주사 ~ 그 사랑이 내 맘에 충만하여 참 기쁨을 주옵소서>으로 바꾸는 것이 마땅하다.
- <값비싼 향유를 주께 드린 막달라 마리아 본 받아서>는 <값비싼 향유는 나 없어도 마리아 본 받아 정성으로> 등으로 성서의 내용이 아닌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 <어둔 밤 마음에 잠겨 역사의 어둠 짙었을 때에 ~ 줄기 가지 솟을 때>는 원래의 바른 가사인 <어둔 밤 마음에 잠겨 역사의 어둠이 짙었을 때 ~ 줄기가 치솟을 때>로 바꾸어야 하고, 3절은 문익환 목사 작사인 것을 밝혔어야 한다.
- 전영택 목사의 <주여 어린 사슴이>의 가사를 멋대로 손봤는데, 함부로 그 분의 문학성을 침해할 수 있는 사람이 관계자들 중에는 없다고 본다. 특히 <슬픈 마음 행여나>는 <행여 슬픈 마음을>로 필히 되돌려야 한다.

4. 찬송가는 성가대용이 아니라 회중용이다.
루터의 만인사제론은 회중찬송 태동의 결정적 근거였다. 그러나 반주와 4성부 합창을 위해 천편일률적으로 편곡된 것들로 찬송가를 편집했다. 다양한 형태의 곡들이 실려야 다양한 찬양을 주님께 드릴 수 있다.

또한 회중들이 쉬 부를 수 있도록 조(key)를 낮추어야 한다. 1916년 <찬숑가 2판>에서 A. A. Pieters 선교사의 부인은 이 일을 시도한 바 있다.

회중용으로 배려한 구석이 있기는 있다. 가독성을 높이려 콩나물대가리와 가사를 기형적으로 크게 사보한 것이 그것이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도 아름다운 악보를 보면 누구나 가슴이 푸근해지는데, (적어도 안재홍 선생의 사보 때처럼) 아름답고 정확한 악보를 되찾아야 한다.
  
5. <아멘> 사용이 과연 바람직한가?
목사의 말이 복음적이든 아니든 무조건 <아멘>을 외치는 한국 개신교 분위기가 목사들의 설교를 타락시켰다. 찬송가에 <아멘>을 붙이는 것은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어 영·미에서만 사용되었다. 아마도 Gloria Patri(성부 성자 성령께 영광을 돌리세 태초로 지금까지 또 영세무궁토록 영광 영광 아멘)를 고유문과 통상문의 찬트 마지막에 붙이던 전통을 대신하여 간단히 <아멘>을 사용했던 것 같은데, 영국은 19세기 초에 사라졌고, 미국에서조차 20세기 후반부터의 찬송가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뜻깊은 전승이 아닌데 우리가 꼭 사용을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6. 경배와 찬양
<새찬송가>에는 큰 분류 <예배>에 <경배>, <찬양>이 있음에도 별도의 큰 항목 <경배와 찬양>이 있다. 그 첫 곡은 조용기·김성혜 부부의 노래이다. 왜 그리했을까? 이 <경배>와 저 <경배>가 다르고, 이 <찬양>과 저 <찬양>이 다르다는 것인데, 그러면 조금 짐작이 간다. 찬송(Hymn)의 <경배·찬양>과 부흥성가(≑Gospel Song)의 <경배·찬양>을 의미하는 모양이다.

나도 25세 때인 1980년에, 적어도 10만 권 이상 팔린 <베델의 노래>라는 비교적 고상한(?) <복음송가집>을 편집하였고, 평생을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두루 찬송 인도를 해왔다. 그러다 온누리교회를 필두로 <경배와 찬양>이 한국교회 전체를 삼키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진지한 교회음악은, 감각적인 노래들로 인해 질식사 일보직전이 되었다. 성가대에서 젊은이가 사라지고, 그들은 폼나는 무대로 마구 올라갔다. <빈야드>와 <예수전도단>을 거치면서 다분히 <신사도운동>적인 노래들이 가장 인기있는 교회 노래로 자리 잡았다. 이 <경배와 찬양>이 찬송가에 들어가야 하는가?

우리는 내용면에서 질 높고, 전승과 현장의 삶이 품격있게 조화되어, 천진난만하게 찬송하는 가운데 우리의 믿음을 고양시키며 복음을 위해 고백과 다짐을 할 수 있는 <찬송가다운 찬송가>를 원한다.

그것이 교회 문화가 발전하는 기초가 됨은 물론이다.
우리 교회 역사에서 가장 모범에 근접했던 찬송가가 있었다. <개편찬송가, 1967>에 실렸던 이동훈 선생 곡의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은 우리 찬송가의 부침(浮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한국인 창작찬송이 대폭 수록되었고, 문학·음악적 완성도도 높고, 예배에서의 효율성을 두루 갖춘 유럽 찬송도 꽤 많이 포함되었으며, 가사 번역도 전통과 현실을 잘 살펴 충실했으므로, 찬송을 좀 아는 사람들은 <개편찬송가>를 무척 그리워한다.

이제는 한국의 개신교인 모두가 적어도 <개편찬송가>보다 더 훌륭한 <찬송가다운 찬송가>를 품에 품을 권리가 있다. 맹신을 벗자.

주대범 장로 (중앙루터교회 성가대 지휘자)  bawee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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