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 새로운 순례의 여정.
2011년 9월부터 2012년 6월까지 10개월 여 동안 미국 펜들힐 공동체에 다녀왔습니다. 가지고 있던 것들을 거의 다 처분하고, 가족들과 함께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자 선택이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엄청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고, 돌아와서 새롭게 삶의 기반을 닦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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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펜들힐 공동체 입구 전경 | ||
또한 그동안 살아 왔던 사회와는 전혀 다른 사회와 문화를 경험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서 우리 사회, 문화를 낯설게 바라보고, 새로운 통찰을 얻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습니다. 특별히 우리와는 다른 전통속에서 역사와 경험을 축척했을 미국의 사회운동, 특별히 비폭력 평화운동에 대해서 배우고 싶었습니다.
이런 동기들이 있었지만 막상 떠나가기를 감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과감한 떠나감을 주춤거리게 하는 사건과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의 깊은 곳을 다시 들여다보기 위해서 침묵피정을 들어갔습니다. 침묵 피정 마지막 날에 고요히 침묵 기도를 드리는데, 내면에서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것은 아브라함에게 들려진 하나님의 음성이었습니다.
“ 너는, 네가 살고 있는 땅과 네가 난 곳과, 너의 아버지의 집을 떠나서, 내가 보여주는 땅으로 가거라.”(창 12:1). 물론 이 말씀은 이미 알고 있던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게 분별이 필요했던 순간, 그것은 분명 제가 의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저 떠오른 음성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말씀이 그 순간 기억난 것이 저에게는 떠남을 허락하고 축복하는 하나님의 은총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떠남의 장소로 미국 필라델피아 근처에 있는 펜들힐을 선택한 몇 가지 이유 중 하나가 파커 파머라는 분의 책을 접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 분 또한 저와 비슷한 고민 속에서 펜들힐에 들어 갔다가, 11년 동안이나 그 곳에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삶의 근본적 전환을 경험하고, 미국사회에 새로운 방식으로 기여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분이 전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내면의 음성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태어 날 때부터 외부세계에 귀기울이고, 적응하도록 요청받고, 위협받으며 살아 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하게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영혼의 독특성을 발견해야하며, 그 길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출발하여 외부의 세상으로 연결되어지는 삶이 건강하고 온전한 삶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 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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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펜들힐 중앙에 있는 세 그루의 메타세콰이어. 케냐에서 온 친구가 이를 'Pendle Trinity Tree' 라고 이름을 지었다 | ||
돌아와서의 삶은 그 소명을 발견하고,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과 출발의 여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삶이 각자의 영혼의 독특함을 발견하고, 그 깊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서로가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축복하고 격려하며, 살아가는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이 될 수 있기를 마음 모읍니다.
* 파커 파머의 책은 거의 다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습니다. 그 중에 ‘삶이 내게 말을 걸어 올 때’,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 ‘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등을 강추합니다.
이진권 목사 ljkbar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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