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영성수련모임에서 한 여성분을 만났다. 자기는 농사일을 하면서 새벽에 기도문을 만들고 곡을 붙여, 하루 종일 읊조리며 일한다고 하였다. 그러면 같은 농사일이라도 신나서 한다고 했다.

어느 목사님 글에서 보았는데, 한문으로 농사 ‘농’이 별자리 진과 노래 곡의 합성어라고 한다. 이렇게 농사짓는 삶이 하느님 뜻대로 사는 삶인데, 인간은 성을 쌓고 도시를 건설하며, 폭력을 일삼고 인간을 노예로 삼으며 자연을 수탈하며, 퇴폐적인 향연문화를 탐닉하며 하느님의 뜻으로부터 멀어져 갔다는 것이다.

나는 산골 밤하늘에 가득한 별자리들을 보면, 밤하늘에 별들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한없이 새벽 밤하늘에 빠져 들어간 경험이 많다.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이라는 생각과 삶은 있었으나 농사일이 노래요 축제라는 생각은 못했다. 보수적이라 느껴져 터부시했던 감사도 깊이 느꼈고 깨달았다. 그러나 노래와 춤은 없었다. 그렇게 흥이 절로 생기지도 않았다. 물론 혼자 사는 삶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하늘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지고 일치하며, 하나가 되는 삶에서 결정적인 무엇이 부족한 것이다.

우리 농사노동에서 노동과 제천의식,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풍물굿이 나오고 소리가 나왔다. 흑인영가나 블루스의 기원도 비슷하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농촌도 도시화, 기계화, 상품화되어 다 사라지고, 마을 체육대회와 노래방 식의 노래경연으로 남았다. 내가 사는 임실농촌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풍물굿인 필봉굿의 고장이자 들소리의 고장인데도 말이다.

나의 산골 삶에도 노래와 춤과 축제가 기도와 더불어 풍성해지길 바란다. 우리 농촌도 풍물굿과 소리가 문화재로써 삶과 노동으로부터 유리된 것이 아닌 일체되는 그날이 언젠가 다시 오길 바란다.

태초부터 오늘까지 어김없이 한결 같이 새벽 밤하늘에서 축제를 벌이는 별들에게 기원해본다. 샬롬!

안태용  azaz0106@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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