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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 노부부의 로맨스가 다시 시작되기를 바라면서<박명철의 인생 삼모작 10>
박명철(전 연세대교수) | 승인 2014.12.11 14:05

나를 아는 분들이 묻는다. “어떻게 알고 고흥 집을 구입하게 됐느냐?”고. 고흥 집을 방문한 분들에게는 더욱 호기심을 갖고 던지는 질문이다. 서울에서 살고 있던 내가 이곳 촌구석까지 어떻게 알고 찾아들어 온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거기다 집에 들어서면서 눈앞에 전개되는 남해의 푸른 바다와 병풍처럼 펼쳐진 섬들의 전경에 놀란다. 어떻게 이런 집을 알게 됐는지, 평수는 얼마나 되는지, 얼마 주고 샀는지 등등 질문이 많아진다. 내가 10년만 살고 서울로 간다고 하니, 인수인계하라고 이미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고흥 집을 알게 된 경위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정년퇴임 2, 3년을 앞두고 시골집을 알아보고 있는 중, 우리 집사람이 좋은 정보를 가져왔다. 자기 고등학교 동창생 가운데 고흥 출신이 있는데, 그 남편이 교직에서 정년퇴임하고 고흥에 컨테이너 집을 짓고 여가를 보낸다는 소식이다. 한 번 가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다. 그래서 찾은 곳이 고흥군 과역면 백일도라는 곳이다. 온 김에 주변의 집을 알아보니 2곳이 나와 있었는데 성사가 되지 못했다. 이 사실을 내가 근무하는 연세의료원 원목실 직원들에게 알리니, 직원 가운데 ‘부흥/간증집회’로 전국적으로 이름이 나 있는 김 아무개 전도사가 나선다. “고흥지방이라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목사님들을 동원하면 됩니다.” 라고 하는 것이다. 그의 소개로 알게 된 고흥지방의 어느 목사님의 수고로 오늘의 고흥 집을 구입하게 되었다.
 
일단 고흥 집을 소개받았지만 구입하기 까지는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집을 팔려고 내놓은 사연이 가슴 아프다. 너무 황당한 일은 계약할 때부터 시작된다. 집 계약을 하기 위해 날자와 시간을 정하여 찾아 갔더니, 집 주인 되신 어르신이 하는 말, ‘나는 아는 바가 없소. 집을 팔 의사도 없소. 다시 서울로 올라가시오.’ 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집을 팔겠다는 부인이 남편과 의논 없이 집을 내 놓은 것이다. 부부 관계가 보통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부인이 남편 몰래  파는 사연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어떤 연루로 부부 사이에 균열이 생겼는지는 한 마디로 얘기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집을 보러 갔을 때 이분들은 현재 우리가 구매한 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기이한 것은 이분들은 아랫집(본체) 큰 집이 있는데도 거기는 비워놓고, 윗집인 우리 집에서 옹색하게 살고 있었다. 본체의 건물은 큼직큼직한 바윗돌로 기초를 놓고 벽돌을 쌓아 올린 집으로 방은 거실을 포함해 3개, 정원을 곁들인 그럴싸한 집이다. 우리는 고흥 집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여름철에 아랫집에서 묵은 적이 있다. 집 내부는 온통 먼지투성이에다 응달진 벽에서는 곰팡이가 피어 있고, 곳곳에서 풍겨 나오는 쾌쾌한 냄새로 며칠간을 환기시키고 청소해서야 편하게 잘 수 있었다. 이 집에서 사람 살지 않은 게 꽤 된 것이다. 부부관계가 나쁘면 윗집, 아랫집 떨어져 사는 것이 현실적일 텐데, 왜 이들은 넓고 편한 집을 포기하고 좁고 불편한 윗집에서 함께 기거하고 있는 것일까? 그 사연을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 우리집에서 내려다 본 아랫집의 옆 모습이다. 우리집 주차장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 아랫집 전경이다. 마당에는 김장을 하느라고 쌓아논 배추 저린 대형 통이 보인다. 그 옆에는 아주머니의 자가용, '딸딸이'이가 서 있다.
아주머니는 몇 년 전 남편과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다고 생각하여 이 집(우리가 구매한 집)을 새롭게 개조하여 홀로 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아랫집에 살던 남편이 반강제적으로 윗집으로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이다. 내 쫒는다고 나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기가 아랫집에 다시 내려가 살고 싶은 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함께 지내게 된 것이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집을 내놓고 그것을 판돈으로 시내(고흥 읍내)로 나가 살려고 결심한 것이라 한다. 이 때 매입자로 나타난 것이 내가 된 것이다.
 
사연이 기구한 것은 매수자인 나는 매매계약을 집 주인과 할 수 밖에 없는데, 집 등기이전하면서 거래 대금(집값)을 전부 집주인에게 지불했다. 그런데 부인에게 그 돈은 한품도 넘어가지 않은 것이다. 결국 부인은 자기가 리모델링해서 살고 있는 집은 팔리고, 거리로 내몰릴 판이다. 또한 집주인은 부인의 숨은 의도 때문에 집 거래할 때에야 집을 팔려고 내놓은 사실을 알게 되고, 그의 의사와 관계없이 집 흥정을 해야 하는 형편이 된 것이다. 동시에 매입자인 나는 집을 구입하는 것이 고리가 되어 남의 집 부부싸움의 한복판에 끼어들게 된 셈이다.
 
   
▲ 아랫집의 개 한쌍. 내가 찾아가니 기뻐하며 맞이하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주머니는 집이 팔린 이후 아랫집으로 내려가 살 수 밖에 없었고, 두 부부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함께 지내야 하는 현실에 놓였다. 링 위에 올라온 권투선수처럼 두 부부는 한 지붕 밑에서 한판 승부의 대결을 하든가 아니면 개과천선하는 마음으로 재결합을 시도하든가 해야 할 판이다. 내가 시골로 내려가 산지 거의 3년이 다 되어 가고 있는데 두 부부는 여전히 함께 지내고 있다. 한두 번 아랫집에서 높은 언성이 나온 적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지내는 것 같다. 집은 깔끔하게 정돈되었고, 정원과 주변 환경도 아름답게 재정비되었다. 금년 봄에는 아랫집의 창문과 창틀, 내부 수리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보았다. 부부간에 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게 된다. 또 얼마 전에는 부인이 입원했었는데, 며칠 간 남편이 병원에 있으면서 간병했다고 한다. 들으면서 마음이 흐뭇하다.
 
내가 고흥에 집을 사서 입주한 것이 깨어진 부부 관계를 다시 재결합시키는 데 기여한 것은 아닌가 미소 지어 본다.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부부애는 한 지붕에 살고 있다고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별거하며 독거하던 분들이 다시 한 공간에서 기거한다는 것은 진일보한 것이 아닐까?  나는 고흥 집에 만족하고 있고, 아랫집 어르신들은 다시 과거의 좋았던 시절로 되돌아가는 계기가 되고 있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 아닌가. 아랫집 노부부의 로맨스가 다시 시작되기를 바라면서 ...

   
▲ 아랫집 정원에서 내려다 본 해변의 전경
   
 

박명철(전 연세대교수)  mcpar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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