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에 참석했다가 검찰의 기소로 재판을 받고 벌금을 부과한 법원의 판결이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10일 오후3시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사법부이 '벌금폭탄'에 대한 대응 마련을 위해 토론회가 개최됐다. ⓒ에큐메니안

10일(화) 오후3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진행된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무분별한 벌금 집행,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박주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는 “평화적인 집회에도 불구하고 사법처리 후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위축효과를 불러일으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게 되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NCCK 인권센터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세월호 사태, 밀양 송전탑 등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부과된 벌금이 과도하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을 위해 토론회를 개최했다.

인권센터에 의하면 법원에서 부과된 높은 벌금은 대부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즉 집시법이 아닌 일반교통방해, 업무방해, 공무방해 등이 적용된 것으로 관찰됐다. 집시법 위반 사항의 경우 징역6개월 이하, 5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지만 일반교통방해의 경우 징역 10년 이하, 1천5백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다른 나라의 경우 도로에 나와 있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가난한 대학생이나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는 몇 백만원은 엄청난 돈”이라며, 경제력에 차이에 따라 위화력도 전혀 다르게 적용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집회가 금지된 국회에서 시위를 벌인 대학생들에게는 벌금이 부과됐지만 보수단체 회원들의 ‘세월호 특별법 반대’ 기습시위는 처벌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법처리도 불평등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법처리가 온당한 것인가? 이에 대한 질문에 박주민 변호사는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집회는 인간의 표현의 자유 중 하나로 기본권 중 매우 중요한 권리”라며 “우리나라 헌재도 표현의 자유는 생명권 다음으로 중요한 권리라는데 이견이 없다”고 전했다.

▲ 토론회에서는 시위에 참석해 벌금형을 받은 사례들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벌금형이 과도하게 집행되기도 하며, 불공정하게 적용된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에큐메니안

또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한 불가결한 근본 요소(헌법재판소 2003. 10. 30. 결정 2000헌바67)”라고 지적하며, “이를 지키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도 현재적 위험과 해악이 있는가, 위축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한할 것, 제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것 등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주민 변호사는 세계인권선언, 미주 인권협약, 유럽연합 기본권리헌장 등을 비교하며 ‘불법집회’ 처벌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그는 “국제인권기준을 보면 ‘합법적’이란 말을 집회의 권리에 포함하지 않는다. (적법성 여부를 통해 집회를 판단하는 것은) 기본권이 침해되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우리나라 경찰은 집회가 평화롭다 하더라도 법만 어기면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사법조치를 통해 법질서를 확립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사법기관에서 말하는 ‘평화적이고, 적법한 집회 및 시위’ 자체가 국제 인권기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시키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벌금폭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국제 인권기준에 맞춰 권리의 행사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 집행이 바꿀 것”을 주장했다. 또한 집회나 시위를 불법적인 행위가 아닌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이 가지는 당연한 권리, 표현의 자유로 인식을 전환하는 운동도 함께 주문했다.

이후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에서 최헌국 목사(예수살기 대외협력위원장)는 “벌금폭탄과 더불어 노동자 파업, 국책사업 반대활동에 대한 무기로 사용되는 손해배상요구는 또 다른 벌금 폭탄”이라고 지적하며, “기독교 차원의 벌금 마련 및 대응이 필요하고, 경찰과 검찰 그리고 사법부에 대한 기본권 보장과 벌금남발 중단을 요구하는 규탄과 저항의 입장을 밝힐 기독교대책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김진모 전도사(한신대 신학과)도 “벌금이라는 현재의 상황만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닌 벌금탄압의 주체인 정권에 대항하는 긴 투쟁의 중간점검으로 더 조직적이고, 강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을 정리하면서 참가자들은 ‘집회에 시위에 대한 무분별한 벌금집행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글을 낭독했다. 이들은 “(시위에 대한 벌금형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집시법의 기본 취지와도 크게 벗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평화적인 집회에 대한 탄압 중단’, ‘무분별한 벌금 즉각 중단’, ‘악용 소지가 있는 추상적인 현행 집시법의 불합리한 부분 개정’을 요구했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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