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2015년도의 시급은 5,580원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1,166,220원이다. 2016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보도되는 노동계와 경영자 측 대표들이 하는 주장은 과거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노동계는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이고 경영자 측은 과도한 인상은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에 부담을 줄 것이란 주장이 그것이다.

시급은 아니지만 일당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들은 ‘아무도 우리에게 일을 시키지 않아서 이러고 있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당신들도 내 포도원으로 가서 일하시오.’ 하고 말하였다. 날이 저물자 포도원 주인은 자기 관리인에게 ‘일꾼들을 불러 맨 나중에 온 사람들부터 시작하여 맨 먼저 온 사람들에게까지 차례로 품삯을 치르시오.’ 하고 일었다. 오후 다섯 시쯤부터 일한 일꾼들이 한 데나리온씩을 받았다.”(마태 20:7-9 공동번역성서)

아침부터 일한 사람과 오후 5시부터 일한 사람이 같은 일당을 받는다는 것은 우리 상식에도 어긋나는 부당한 처사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그것을 시급에 준하는 최저임금의 시각에서 본다면 부당한 처사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노동시장에 사람이 넘쳐나, 실업자가 많았고, 한 데나리온이 한 가족이 하루를 살기에 필요한 최저임금이었다면, 내일 하루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면서 일거리가 없어 오후 내내 초조하게 장터를 서성거리던 사람에게 먼저 일당을 지급한 것도 정당한 것이다. 오후까지 일거리를 얻지 못한 사람들은 몸이 허약해 보이거나 아니면 한쪽 다리나 팔을 제대로 못 쓰는 장애인이었을 수도 있다.

최저임금제도의 역사적 연원을 따져보지 않아도, 그것이 단순한 급여의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사회보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최소한 생계에 필요한 금액이라면, 일부 사람들의 “일의 성격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최저생계비는 일의 성격에 따라 변하지 않고, 먹고사는 데 최소한 필요한 문자 그대로 최저생계비일 뿐이기 때문이다. 노동력이 덜 들어가는 쉬운 일을 하는 사람도 최저생계비는 벌어야만 하루를 먹고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중소기업이 직원을 해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출처 - 청년유니온

이것은 최저임금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소득격차 내지 소득불균형의 문제라 할 것이다. 최저임금이란 것이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것이라면, 그 이상을 받는 사람들과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소득격차의 원인을 조사해 보아야 할 것이다. 2015년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혜택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는 268만 8천 명으로 추산했다. 통계청이 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월 현재 경제활동인구는 25,106천명이고 실업률이 3.8%라 한다. 경제활동인구의 10.7%가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은 2012년 현재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를 차지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소득불균형이 가장 심한 미국(소득 상위 10%가 48.16% 점유)에 육박하는 수치이며 일본(40.50%), 프랑스(32.69%)보다 훨씬 높은 수치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상위소득층 10%가 80% 가까이 세금을 내는 상황이다. 다시 말하자면 상위소득층 10% 이외 나머지 90%가 내는 세금은 전체의 20%를 차지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다.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사람도 많고, 내더라도 세금을 적게 내는 사람이 많으니, 세금을 많이 내는 상위소득층 10%에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현실을 거꾸로 보는 정도를 넘어 미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소득격차의 심화 정도가 심각한 상황이 되어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가 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부정적인 표징일 뿐이다. 

실업률이 3.3%라니 240만 명 정도는 세금을 낼 수가 없다. 통계작성 방식의 제약으로 일정기간 일자리를 찾다가 포기한 사람은 실업자로 보지 않아 3.3%에도 끼지 않으니, 이들 또한 세금을 낼 수 없다.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으로 추정된 저임금 근로자 268만 8천명도 또한 세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이 모든 것을 고려한다면 소득 상위 계층 10%가 부담하는 세금이 80%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즉 상위 계층 10%가 세금을 많이 낸다는 것은 사실이니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세금을 낼 수 없는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 자랑할 수 없고, 소득격차의 심각성을 알고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상위 10%에 포함된 사람들 스스로 우리 사회경제의 지도자로 자부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전문 CXO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등기임원 1인 평균 보수가 높은 기업은 삼성전자 65억8,900만원이었고, SK(50억2,150만원), 현대백화점(33억7,433만원), 메리츠화재(27억9,555만원), 오리온(23억9,100만원), SKC(23억8,133만원) 순으로 높았다. 1,500대 기업 중 매출 1조원이 넘는 대기업 등기임원의 1인 평균 보수는 8억2,276만원, 직원 1인 평균 보수는 6,121만원으로 격차는 7억6,155만원으로 등기임원이 직원보다 약 13.3배 많이 받았으며, 매출 1,000억원 미만 중소기업에서 등기임원과 직원의 보수 격차는 4.8배였다고 한다. 2013년 당시 최저임금 시급 486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01만 5천740원(월 209시간 사업장 기준)이 되고, 일 년 12달 연봉기준으로 환산하면 1,219만원이 된다. 대기업 임원 보수와 대기업 직원 1인 평균보수 6,121만원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다국적 기업「릴정밀기계: Rell Precision Manufacturing」의 첫 번째 목표는 “종업원이 전문가로서 자기개발을 추구하고, 그 가족을 일보다 더 앞세우는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데일 메릭, 리 존스, 봅 웹스테드 3사람의 창업자는 영성적 원리를 경영정책에 통합하고, 기도와 명상을 통한 식별로 공감대를 형성하여 의사결정을 한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신입사원의 보수보다 8배 이상을 받을 수 없고, 경력사원의 보수보다 7배 이상을 받을 수 없다. 2004년 경영위기 때는 한 사람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고, 최고경영진들이 스스로 보수를 삭감하여 위기를 극복했다.

근로자 대다수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대기업이 고용에 기여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또한 중소기업 대다수가 대기업의 협력업체 또는 하청업체인 것을 고려한다면, 대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보수가 높아지면 협력업체나 하도급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급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최근 “나눔의 경제”란 말이 유해하는 것은 이런 현상을 개선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최저임금은 경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다. 위르겐 몰트만은 「하나님의 이름은 정이다」란 저서에서 “인간의 질서는 가난한 자에 대한 불법으로 말미암아 파괴되고, 우주의 질서는 악인의 편에서는 신들로 말미암아 파괴된다.”고 했다. “악인의 편에서는 신들”이 바로 물신숭배이고,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 낙성대연구소가가 발표한 대로 OECD회원국 중에 한국이 소득불균형이 가장 심각한 5개국 중 하나가 된 것이 아닐까?

<필자 소개> 박상조 *약력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University of Washington(Seattle) 국제경영학 중앙대학교 대학원 행정학(정책학 전공) 박사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2007년-2010년  금융위,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2010년-2014년  (사)기업책임시민센터 이사장 2010년- 현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이사 *저서 인간중심발전론적 시각으로 본 대기업정책의 평가(한국학술정보/2007) 기업의 사회적 책임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사람인가 돈인가- (이담북스/2011) 박상조 경제시평 -무너지는 바벨탑 수리하기(이담북스, 2014) * 내일신문 경제시평 기고(2011.11-2014.1)

박상조  pxzsim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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