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조망이 쳐진 대추리, 도두리 일대. ⓒ 임순혜

법학자들의 연구 모임인 민주주의법학연구회(이하 법학연구회)가 정부의 평택 대추리 토지 강제접수는 위헌적이며 반인권적이라며 항의하고 나섰다.

법학연구회 소속 법학자 59명은 6월 22일 '대한민국 군대가 행한 위헌적·반인권적 평택 대추리 토지 강제접수에 항의하는 법률가 선언’이란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선언문을 통해 “평택 사태가 법학적으로 중요한 논점을 제공하고 있어, 법학자들의 견해를 밝혀야 할 임무를 느껴 지난 5월 25일 ‘미군기지와 인권’ 토론회를 갖고 평택 대추리, 도두리 일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한 문제, 그리고 이 배경이 되는 전략적 유연성 합의와 미군기지이전협정 등의 문제에 대해 법학적으로 다루고, 법률가 선언을 발표하게 되었다“고 선언문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대추리의 농지 및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한 것이 과연 적법한지, 강제 접수한 농지 및 토지를 수비하기 위해 대추리 일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대추리에서 투쟁하는 시민들을 향해 '군형법 적용 및 군사재판회부 운운하면서' 위협하는 일이 민주주의적 법치국가에서 일어나도 되는 것인지 묻고자 한다"고 정부를 성토했다.

▲ 폐허가 된 농가에 세워진 깃발 '강제 수용 결사 반대' ⓒ 임순혜

법학연구회는 한미간의 미군기지 이전 협상과 이에 연계되어 있는 전략적 유연성 합의의 위헌성을 지적하였다.

법학연구회는 "헌법 제60조에서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제1항), '외국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둔'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제2항)을 부여하는 등 외교·안보에 관한 국회의 통제를 명문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4년 12월 당시 국회가 용산기지 이전협정 비준동의안과 LPP 개정협정 비준동의안을 비준할 당시, 국회는 왜곡된 정보를 받았거나 혹은 전혀 정보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이번 평택 대추리 사태의 발단이 된 동의안들을 처리한 것으로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004년 당시에 정부가 전략적 유연성 합의 부분을 국회에 설명하였다고 하더라도, 국회가 그러한 합의 자체에 대해 사후적으로 승인해주는 것 또한 위헌임을 면치 못한다"며 "미군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국제법상 자동적으로 전쟁당사국이 되고 만다. 이러한 결과는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고 있는 헌법 제5조 제1항은 물론이고 국군에게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 하도록 위임한 헌법 제5조 제1항에도 위반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법학연구회는 이와 함께 "대추리 농지 및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한 것은 그 어떤 법률에 의해서도 뒷받침되지 않으며, 헌법적으로도 정당화될 수도 없다"며 "강제 접수한 농지 및 토지를 계속해서 점령하기 위해 대추리 일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대추리에서 투쟁하는 시민들에게 군형법으로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동일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2006년 5월 4일 이후 평택 대추리는 '사실상의 비상사태', '계엄 선언 없는 계엄' 상황하에 있다. 이러한 상황은 헌법 제5조 제2항 외에 헌법 제77조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군사점령과 관련한 국제인권법의 원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법학연구회는 “이러한 위헌적·반인권적 상황은 즉각 종식되어야 하고, 노무현 정부는 평택 대추리에 주둔 중인 군 병력을 즉각 철수시키고 강제접수한 대추리 일대 토지를 원주민들에게 즉각 반환해야 하며,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군 병력에 의한 위법·위헌적인 토지 강제점령으로 인한 주민과 시민이 입은 정신적·물질적 손해에 대해 배상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 미군부대를 바라보고 평화공원에 세워진 평화 지킴이 '파랑새' ⓒ 임순혜

다음은 법학연구회가 선언문을 통해 정부에 요구한 주장 및 선언문 참가자 명단이다.

1. 노무현 정부는 평택 대추리에 주둔 중인 군대와 경찰 병력을 즉각 철수시키고 강제접수한 대추리 일대 토지를 원주민들에게 즉각 반환하라.

2. 군 통수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잘못된 한미 간 군사협정,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제반 군사적·행정적 조치들이 모두 자신의 책임임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

3. 노무현 정부는 미군기지이전과 관련한 이제까지의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미국 정부를 상대로 새로운 기지이전협상에 나서야 한다.

4. 국회는 위헌적인 군사기지 및 군사작용 관련 법률들을 즉각 폐지하거나 이를 개정해야하고 아울러 이미 비준된 용산기지 이전안과 연합토지관리계획을 폐지하고 한반도 민중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새로운 비준동의안을 정부에 요구하여야 한다.

2006년 6월 22일

강경선(방송대), 고영남(인제대), 김 욱(서남대), 김광수(명지대), 김기덕(변호사), 김도균(서울대), 김도현(동국대), 김명연(상지대), 김민배(인하대), 김승환(전북대), 김엘림(방송대), 김인재(상지대), 김재완(고려대), 김종서(배재대), 김홍영(충남대), 문준영(부산대), 박병도(건국대), 박병섭(상지대), 박승룡(방송대), 박홍규(영남대), 백좌흠(경상대), 서경석(인하대), 석인선(이화여대), 선정원(명지대), 송강직(경북대), 송기춘(전북대), 송문호(전북대), 송석윤(서울대), 엄순영(경상대), 오동석(아주대), 오병두(영산대), 윤영철(한남대), 이경주(인하대), 이계수(건국대), 이동승(상지대), 이상수(한남대), 이원희(아주대), 이은희(충북대), 이재승(국민대), 이준형(중앙대), 이창호(경! 遮), 이호중(한국외대), 임재홍(영남대), 장덕조(서강대), 정경수(전남대), 정병덕(영산대), 정태욱(아주대), 조 국(서울대), 조경배(순천향대), 조상균(전남대), 조승현(방송대), 조시현(건국대), 조용만(건국대), 조우영(경상대), 조임영(배재대), 최정학(울산대), 최철영(대구대), 최홍엽(조선대), 한상희(건국대) 이상 59명.

▲ 미군부대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 의경들 ⓒ 임순혜

임순혜 위원  soonhea@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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