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퀴어축제를 기점으로 성소수자 문제는 한국교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한편에서는 동성애 이슈를 선점하여 무너져 가는 교세와 교권을 재건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년 전부터 동성애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성소수자 운동을 전개해왔던 기독교사회운동 진영은 교회와 성소수자 사이에서 그 역할과 위치를 고민하고 있다.
이에 기독교사회운동포럼 주최로 21일(월) 기사연빌딩 이제홀에서 ‘성소수자 그리고 기독교 사회운동, 불편한동거’ 포럼이 열렸다. 한채윤 상임이사(비온뒤 무지개 재단)와 고상균 목사(향린교회)가 발제를 맡아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 운동이 걸어온 역사를 살피고 ‘불편한 동거’를 해온 기독교사회운동 진영과 성소수자 운동의 관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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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월) 기사연빌딩 이제홀에서 ‘성소수자 그리고 기독교 사회운동, 불편한동거’ 포럼이 열렸다.ⓒ에큐메니안 | ||
한 이사는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어떻게 발전 되었고, 어떤 경위로 반대세력과의 갈등에 당면하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노동자, 여성등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운동이 활발해 지면서 90년대 초반 본격적으로 동성애자 인권운동이 시작됐다. 1993년 탄생한 ‘초동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동성애 인권 운동 단체로 남성, 여성 동성애자가 함께 만든 단체였다. 그러나 게이와 레즈비언 운동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초동회는 ‘친구사이’와‘끼리끼리’로 나뉘게 됐다.
90년대 중반 시작된 PC통신은 성소수자들의 소통의 장을 넓혀주는 본격적인 계기가 됐다.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에 수많은 동성애자 모임이 만들어 지자 지역, 연령을 초월한 활발한 정보 나눔이 가능해 졌다. 이때 이들이 나누었던 정보는 주로 동성애자의 인권에 대한 문제와 기독교와 빚는 갈등에 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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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채윤 이사(비온뒤 무지개 재단)는 “당시 PC 통신 동성애자 모임에 기독교인들이 정기적으로 와서 ‘습격'했다"고 전했다.ⓒ에큐메니안 | ||
본격적으로 동성애문제가 사회 문제로 인식된 계기는 2003년 ‘청소년 매체물 심의기준에 근친상간, 수간, 동성애 등 미풍양속을 해치는 성행위를 묘사하는 것은 청소년 유해매체물이다’라는 청소년 보호법 내 시행령이 제정된 사건이었다. 동성 성폭력도 아닌 동성애를 수간, 근친상간과 함께 나열함으로 동성애 문제에 ‘차별’이라는 불이 붙은 것이다.
한 이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당시에도 기독교와의 마찰을 빚지는 않았다”며 “기독교와의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 계기는 황우석 사태였다”고 설명했다. 황 박사의 난자 불법채취, 거짓 복제가 탄로 나고 생명 윤리에 대한 이슈가 급증하면서 길원평 교수(부산대 물리학과)가 창조질서, 창조과학을 필두로 배아복제를 반대하는 과학자 모임을 만든 것이다. 그 후 ‘창조질서’의 화살이 성소수자에게 겨냥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 이사는 “그렇게 전면적이 시작된 이후 성소수자 운동권도 법적으로 전문가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큰 단체들 이외에 여러 가지 연대 모임들이 생겨 성소수자운동의 영역들이 넓어졌다”고 전했다. 또 “그 이후 무리 없이 진행하던 퀴어축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더불어 엄청난 반대 단체와 함께 하게 되었다”며 “바른성문화를위한 국민연합, 제향 군인회, 어버이 연합 등 반대단체의 종류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한 이사는 “한국 성소수자 운동의 발전과 함께 반대세력도 덩치를 키우게 되었다”며 “이는 성소수자 운동 단체가 국면한 시대적 과제”라고 평가했다.
이어 고상균 목사가 개신교사회운동과 성소수자운동의 ‘불편한 동거’에 대해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보수적인 사람들과는 다르긴 한데(혹은 다르고 싶긴 한데), 사실 나도 별로...’정도의 위치가 개신교 운동 조직 혹은 구성원들 다수의 입장일 것이라고 주장하며 “불편하고 어색한 것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고 목사에 의하면 ‘불편한 동거’는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 사건으로부터 시작됐다.
차별금지법은 개신교세력에 의해 정치 조직적 차원의 반대 활동에 부딪혀 법무부는 금지대상 차별의 범위에서 성적지향을 포함해 7개를 삭제한 법안을 법제처에 제출, 끝내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개신교 반대세력에 대해 연대 대응 단위를 구성했던 ‘한국 교회의날 조직위원회’,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등 12월 4일 ‘범 기독교 토론회’ 개최를 시작으로 개신교사회운동단위들의 참여를 공식요청하게 됐다.
그러나 NCCK,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는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반대하나, 동성애 이슈 자체에 대해서는 가맹교단 및 회원 단체의 이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불참을 통보, 기독여민회는 실행위원회에서 활동중지를 결의했다. 또 정의평화기독인연대, 여신학자협의회 등 에큐메니칼을 자임하는 단체 또한 특별한 설명 없이 회의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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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아는 척, 무척 진보인 척, 다 이해하는 척’을 깨자!, 고상균 목사(향린교회) ⓒ에큐메니안 | ||
이후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 ‘섬돌향린교회’, ‘길 찾는 교회’ 등 새로운 시각과 활동성을 가진 기독교사회운동단체, 교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고 목사는 “이 세 단체(교회)는 에큐메니칼과 복음주의라는 허구적 설정단위로 규정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지난 6월 섬돌향린교회와 길찾는교회의 구성원들이 주도했던 ‘퀴어퍼레이드 인간띠 잇기’운동을 언급했다.
고 목사는 이에 대해“의제와 행동력에 있어 지난 수 십년간 단체들에 의해 주도되던 개신교사회운동의 중심축이 이제는 교회로 이동되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교회중심의 운동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개신교 운동의 주제에 대한 답을 제시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독교사회운동 단체의 ‘다 아는 척, 무척 진보인 척, 다 이해하는 척’을 깨는 솔직함을 통해 그간 불편한 동거가 깨소금 쏟아지는 관계로 변화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기독교사회운동포럼은 10월 포럼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주제를 연속으로 다룬다. 다음 포럼에서는 교회와 교단 그리고 기독교사회운동을 하는 단체가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하고 성소수자 운동과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 해법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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