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나이테는 사람의 주름살과 같다.

나이 들었다고 흰 머리카락이 성성하고, 머리숱이 적어져 듬성듬성 해져 대머리가 되었다고 해서...

사람의 감정마저 나이 드는 건 결코 아니더라.

칠순을 한참 넘겨 살아 내신 듯 보이는 찻집에 오신 할머니 손님은 꽃분홍 자켓을 입으시곤, 웃을 때도 손으로 입을 가리곤 아주 조신하게 마치 열여섯 소녀마냥 웃으시더라.

늙으면 아기가 된다더니...

순수함과 선함을 잃고 살지 않는다면... 다시 그 옛날의 맑았고 고왔던 시절의 모습들이 다시 깨어나는 것 같더라.

사람의 얼굴과 눈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 왔고 살아가고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나게 마련이더라.

욕심 많고 이기적으로 살아오신 분들의 얼굴엔 미소가 없다.

눈꼬리는 위로 치켜 올라가 있고 입은 무신 불만이 그리 많은지 툭~ 튀어나와 있는 경우가 많더라.

말투도 성의 없이 툭툭 내뱉는 등... 공손함이 없고 경박스럽고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겐 첫 대면임에도 하대를 하시더라.

존중 받지 못하고 살아 온 사람들은... 남으로부터 존경받지 못하고 살아 낸 사람일수록 타인에 대한 존중은 물론이고, 존경심도 없더라.

반면에...

걸음걸이도 차분하시고 눈빛이 맑으시고 말투가 공손하신 분들은 대화의 내용은 잘 모르나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분조분 대화를 나누시더라.

아!

찻집에 들어 오셔선 아주 미안한 낯으로,

- 우리 같은 늙은이들도 이런 데 들어와도 되나...

허신다.

- 그럼요~ 들어오세요... 어르신!! 편한 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주문하신 차를 내어다 드린다. 물론 셀프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예외 적용!!

이런 저런 말씀을 나누시다 보면 한 두 시간은 훌쩍~ 드시던 차도 다 드셨을 무렵...

예쁜 다기잔에 곱게 우러난 따끈한 우엉차를 가져다 드린다.

다시 대화는 이어지고... 일어나 가시려고 주섬주섬 벗어두었던 외투를 걸치시고 가방을 챙기시면 바쁘지 않을 땐...

얼른 나가서 출입문을 열어 드린다.

잘 쉬다 간다고 또 오마고 고맙다하시며 인사를 잊지 않으신다.

- 건강하세요~ 어르신!! 또 봬요~....

또 뵐 수 있을까?
건강하게 지내시다 또 뵙게 되길 소망한다.

사시는 동안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하시다 하늘의 부름을 받으시게 되길...

맘속기도를 드린다.

쓰다 보니... 한 할머니가 생각났다. 자녀분과 꼭꼭 같이 오셨더랬는데...

커피도 맛있고 주인 맘씨가 곱다시며 자식들이 다른 집 가자해도 고집 세워 우리 찻집에만 오시던 그 할머니가 올해 한 번도 안 오셨구나...

ㅠ.ㅠ

할머니~ 그냥 거동이 좀 불편하신 정도였으면 해요... 다른 일 없이 지내고 계시길 바래요...

근데요... 할머니...

제가 할머니 생각만큼 맘씨가 고운 찻집주인은 못돼요. 할머니가 좋으신 분이라 잘 대해 드린 것 뿐이구요...

욕 허시고 목소리 크시고 남 배려 않는 그런 분들께는 절대 친절하지 않은...

손님 차별 하는 별난 찻집 주인일 뿐이어요...

^^;;

누구나 나이는 먹을 수밖에 없고, 누구나 늙어가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고 순리다.

천년, 만년... 젊은 것들은 지들이 젊어 있을 줄 알고 더러 노인을 무시하고 무조건 불편해들 하는데... 지들은 평생 늙지 않을 수 있나... 어디 두고 보세...

겉모습은 돈을 들여서 바꿀 순 있어도... 자기 내면은 돈 주고 살 수도, 누구랑 바꿀 수도 없는 노릇!!

그냥 자연스럽게 주름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흰 머리카락이 늘어 가면 또 그것대로 내버려 두려 한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의 평화와 안식이므로... 부지런히 내 마음을 돌아보고, 나를 용서하고, 나와 화해하여... 평정심을 찾고 살아낼 수 있어야!!

주변 사람들도 눈에 들어오고 살필 수 있는 거라 생각헌다.

내 마음이 늘 불안하고 지랄 맞고 미쳐 죽을 것 같은데... 남의 아픔이나 서러움이나 고통과 분노와 울분이... 내 일로, 내 것으로, 내 감정으로 과연 느껴질 수 있을까...

나는 없다고 본다.

내 이웃과 곁에 있는 사람과 마음이 지옥이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나는 이전보다 더 나를 사랑하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꼭꼭 사서 읽고 소장하며 주변에 널리 알리고, 가끔씩 헌 책방 에서 절판된 시집이나 예전에 읽어보려 했으나 미처 구입하지 못한 소설책이나 전집을 만나는 행운을 여전히 기대하며...

여태 그래 왔듯, 미용실이나 화장품 구입비를 아까워 벌벌 떨었던 거와 반대로 책값과 좋은 음반을 사고 좋은 이들과 자리해 드는 술값 지출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살아갈 것이다. ㅋ~

부지런히 좋은 음악을 들으러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음악성이 훌륭 허시고 열심으로 열정을 다해 노래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전력투구, 고전분투 허시는 노래하는 노동자 인디가수 분들의 공연장을 드나들 것이며,

생업인 찻집 일을 아예 손 놓고 등한시 할 순 없으니 자주는 그리 못해도 꼭 동참해야겠다 싶은 집회나 행사엔 기꺼이 찻집 문을 일찍 닫더라도 참여할 것이다.

물론, 하필 내가 찻집을 비운 날...

걸음하신 손님들껜 대단히 죄송하고 송구스런 일이나... 주변 다른 카페를 이용하시면 주변 커피 점엔 좋은 일이니, 그것 또한 나쁘지 않고, 좋은 일 하는 게 아닐까 애써 포장해 본다... ^^;;

쓰다 보니 무신 자기검열과 다짐을 한 후 선포하는 결의문처럼 되어버렸다는...

흐음...

-.,-

<필자 소개>     ▲ 필자 코뿔소. 찻집 여자!! 숱한 시집읽기와 김광석의 노래듣기로 태교!! 3개월 후면, 찻집 운영 4년차로 요샌 인디가수들의 음악에 매료, 심취하여 홍대 클럽까지 진출!!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의 ‘백자’님의 노래 에 폭 빠져 있음) 영화, 연극, 뮤지컬, 사진전, 서화전 등 시간이 허락하면 어디든 혼자 댕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무조건 사서 읽어야 직성이 풀리며, 베스트셀러보다 좋아하는 몇몇 작가들의 책을 주로 읽어내는 '책 편식'이 매우 심한 까칠, 까탈스런 아줌마!! ‘기록의 중요성’을 알기에 다이어리, 편지, 수필, 시 등 무엇이든 끄적끄적 써서 보관하며, 가끔씩 보물찾기 허는 심정으로 하나 둘씩 읽어보며 혼자 흐뭇, 뿌듯해 함!! 책 소장의 기쁨을 알기에 화장품, 미용실 비용을 줄여 책을 사서 읽는 반면, 사람을 좋아하여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라면 마다하지 않으며, 술값은 아끼지 않는 이상한 버릇이 있음!!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고 동참하려 애쓰며 더불어 함께 살아내는 삶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영혼!!

코뿔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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