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1일 일요일, 흐림
어제는 느닷없이 예보에도 없는 소나기가 쏟아지더니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가을비가 수은주를 잔뜩 끌고 내려가 오늘 아침 기온 7도!. 풀이 가득 돋은 땅이라 일단 풀을 쳐내고 갈아엎고 퇴비를 섞어야 들양귀비 씨앗을 뿌릴 텐데 비가 오락가락하니... 핑계도 그럴 듯 밭일은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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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봉성당으로 주일미사를 갔다, 이번 여름 이탈리아에서 좋은 분(요한바오로 1세 교황의 조카 피아 루치아니)을 만나게 소개해 준 이 라파엘 신부님도 만날 겸. 보스코가 꾸물거리는 바람에 10시 반 미사에 늦을세라 마음이 바빴다. 가을산행을 오는 버스도 유난히 많고 단풍이 들기 시작한 산구경을 하느라 승용차들도 세월아 네월아 하는 바람에 마음만 더욱 조급해졌다.
휴천에서는 아직 벼가 익어가는 중인데
농사가 한 달 빠른 인월 운봉은 벼를 다 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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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안은 밖보다 더 춥다. 미처 겨울옷을 차려입지 못한 할머니들이 엷은 여름옷차림으로 덜덜 떨고 사내애들은 아예 반팔이다. 유일한 성가대원인 본당회장님이 따님의 오르간 반주에 우렁찬 목소리로 성가를 불러대니까, 목청 좋은 본당신부님 소리까지 합쳐지니까 두 남자 노래로만도 조그만 성당이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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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학자인 신부님의 자상한 강론말씀에 추위가 좀 가신다. 착실하게 신앙생활을 해왔노라 자부하던 젊은이가 남 보는데서 예수님께 그냥 입가심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을 물었는데, 그 저의를 알아채시고 “그래, 참 잘 살았다. 훌륭했어.”정도로 해 두실 일이지.... “너 가진 것 싹 팔아서 남 주고나서 넌 나를 따라와.”라는 어처구니없는 요망사항에 저 젊은이 얼마나 황당했을까?
우리야 그 부자청년보다 훨~ 약아서 감히 예수님께 그런 어수룩한 질문을 안 드린다. 그냥 속으로 “이 정도면 천당 문간에야 들어가겠지 뭐.”라면서 적당히 지키고 적당히 기도하고 적당히 살지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는 않는다. 철저하게 요구하시고 해내기 힘든 일도 곧잘 시키시는 분이어서 된통 걸리면 고생이 보통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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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분 뜻대로 다 내놓고서, 정말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하느님 나라’를 손에 넣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내가 살아온 주변에서 의외로 많이 보인다는 사실에 내 고개가 갸웃 뚱해진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민족을 위해, 민주를 위해, 민중을 위해....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해 살아가는 우리 작은아들도 그런 축에 든다고 보겠는데....
요 며칠간 연락이 없어 궁금하다는 얘기를 저녁에 막 하던 차에 빵고가 보이스톡을 해왔다. 그곳은 점심시간. “공부 잘 하느냐? 열씨미 해라. 머리는 깎았느냐? 살 좀 빼고?” “엄마, 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런 말씀을?” “응? 무슨 말인가 해야겠는데 적당한 말이 없어서....” “참. 그런데 엄마 건강은요?” “내시경 결과 걱정할 일은 없고 헬리코박턴가 뭔가는 대한민국 국민 절반이 갖고 있다는데 내가 빠질 수도 없고... 아무튼 건강하다.” “전 공부 열씨미 하느라 늙어요.” “ㅋㅋ...” “왜 웃어요?” “세상에 공부만은 싫다는 네가 공부를 열씨미 한다니까.” “정말 열씨미 한다니까요.” "ㅋㅋㅋ..."
인심좋은 운봉성당 교우들에게 점심을 얻어먹고 신부님께는 커피를 얻어마시고
진이아빠가 블루베리 농장에 있는 오동나무에서 말벌 집을 그물로 고스란히 따왔다. 지름이 무려 50센티는 되겠다. 두어 방 쏘였다는데 끄떡도 없는 산사나이는 애벌레가 가득한 그 벌집으로 술을 담근단다. 토종벌이 사라진지 몇 해지만 말벌도 머지 않아 멸종위기를 맞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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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산속에서는 할 일이 있다. 여름난 옷들을 치우고 겨울옷을 꺼내 옷장에 정리해 넣었다. 여름옷 빨래를 잔뜩 해서 집안에 널었다. 정말 벌써 겨울이 오나보다.
운봉성당 성모님과
마천 한길가의 자연석 성모님(다른 쪽에서 보면 박수동의 '고인돌')
전순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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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징계 사건에 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