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평생 동안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었지만, 그는 자신이 남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의 목적은 언제나 명확하게 상대방의 ‘자각’에 있었다. 그러므로 그의 사상에 교육의 이상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대변하는 것은 바로 산파술일 것이다. 그리스 어로 마이에우티케라고 하는 산파술은 소크라테스의 독자적인 방법으로서, 무지의 지를 산출하는 필수적인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그는 문답을 거듭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스스로 무지를 자각하게 하고, 또 그 자신을 알도록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자각과 앎이야말로 아레테(덕, 우수성)나 프로네시스(사려) 등을 추구할 수 있는 진정한 출발점이었다. 이러한 산파술의 결과로 나오는 것은 바로 자신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의지였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 평전>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산파술(産婆術)의 파(婆)는 ‘할머니 ‘파’로 조산원을 지칭하는데, 산파에는 “어떤 일을 실현하기 위해서 잘 주선하여 이루어지도록 힘쓰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뜻풀이도 있다. 얼마 전 손에 들었던 <지각의 현상학>이 눈에 아른거려 그 강해인 조광제의 <몸의 세계, 세계의 몸>을 끙끙거리며 보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몸의 변화에 주목하면서 글쓰기가 달라졌고, 그렇게 나는 “나는 내 몸이다”라는 명제를 얻어냈고, 그것을 나누기 위해 글쓰기 교실을 열었다. 하지만 막상 강의를 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꼭 그럴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만, 체험을 추상화시키는 논리가 미약했다. 어쩌면 구체적인 사고가 그다지 치열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다가 접한 메를리 퐁티와 조광제. 직접 대면한 적은 없지만, 이들은 내게 책속의 산파이다. 내 생각을 깊고 치밀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머리가 빠개질 듯 아프지만, 어렵게 생각하는 힘도 키워야겠다고. 현재의 내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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