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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 끝내 다 말하지 못했다NCCK 인권센터, 김조광수 감독 초청 이야기마당...통성기도로 중단
김령은 | 승인 2016.04.29 17:40
김조광수 감독 ⓒ에큐메니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이하 NCCK) 인권센터(소장 정진우 목사)에서 성소수자기독인인 김조광수 감독을 초청해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마당’(이하 이야기마당)을 열었다. 당초 성소수자에 대한 건전한 토론을 취지로 열었던 이야기 마당이었으나 28일(목)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진행된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알려지자 주최 측인 NCCK인권센터는 빗발치는 항의전화로 사전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이에 NCCK 인권센터는 사전에 참가를 요청한 일부 인원에게 입장권을 배부한 뒤 입장을 허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회 연합’임을 자처하는 NCCK에서 동성애자를 초청한다는 것에 거세게 반발하는 예장통합 동성애 비상대책 (대책위원장 김정한 목사)및 약 37개 단체는 행사가 시작되기 두 시간 전 기독교 회관 앞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색색깔의 피켓을 든 시위자들은 사전 집회 신청을 한 기독교회관 건너편 공터에 모여 찬송을 부르며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에큐메니안
ⓒ에큐메니안

또한 행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 ‘탈동성애 목회자’로 알려진 이요나 목사를 포함한 6명의 목사들이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NCCK와 김영주 총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토론을 하려면 동성애자, 탈 동성애자, 반동성애자 다 불러야 토론이 된다는 기본이 되어있지 않다”고 NCCK를 비판하면서 ▲NCCK는 동성애를 옹호한 것을 인정하고 정상적인 기독교 기관으로 거듭날 것 ▲NCCK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김영주 총무는 총무직을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이요나 목사 ⓒ에큐메니안

기자회견에서 이요나 목사는 “반 동성애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탈 동성애자들이 증인으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협의회라는 명칭을 가진 NCCK에서 동성애의 죄악과 악함을 이야기해도 모자란 마당에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 하려는 김조광수를 초청해서 무슨 얘기를 듣겠다는 것이냐”며 분개했다. 

한편, 행사장 내에는 행사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 일찍 자리를 잡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있었다. 입장권을 받아야 들어올 수 있는 행사는 입장권 없이 입장한 몇 사람들 때문에 지연됐고 진행팀은 입장을 통제했다. 행사장에 들어오기 위한 100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결국 강사의 신변 안전을 염려한 주최측은 따로 마련된 장소에서 사전에 협의된 소수인원과 함께 이야기 마당을 진행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중요한 공간에 불러주신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오늘을 기점으로 한국사회가 보다 더 평등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교회가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하며 담담히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전했다.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시면 제가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공감되기도 하고, 궁금한 점이 생기기도 하실 거에요. 어렸을 적 동성애에 대한 저의 첫 번째 기억은 ‘혐오’와 관련돼 있어요.” 

김조 감독에게 ‘동성애자’에 대한 첫 인상은 ‘내쫓김’이었다. 당시 동네 아이들에게 과외를 해주던 인상 좋은 두 명의 형. 그들은 동성애자인 것이 알려지자 동네에서 쫓겨났다. 어른들은 그 형들에 대해 ‘호모’라며 수군거렸다. 

“호모라는게 뭔지 몰라서 어른들에게 물어봤더니 잘 알려주지 않았어요. 몇 번을 물어본 끝에 어른들은 호모는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병이고, 더러운 것이고 옮을 수도, 옮길 수도 있는 병이라고 하셨어요. 중3때 같은 반 남자애를 좋아하게 됐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병을 옮길 수도 있다는 사실에 너무 괴로웠어요.”

첫 사랑을 시작한 ‘어린 광수’는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사랑의 전화’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고칠 수 있는 방법은 교회에 가는 것이라며 상담사가 소개해준 교회는 망우리의 K교회.

김조광수 감독 ⓒ에큐메니안

“병을 고치기 위해 교회를 열심히 다녔어요. 주일 예배는 기본이고 철야예배도 갔어요. 통성기도를 하면서 주님께 열심히 매달렸어요. 그런데 그만 성가대 형을 좋아하게 됐어요. 주님이 나를 고쳐주시지 않으니, 나를 버리신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 교회도 나가지 않게 됐어요. 그래도 매달릴 곳은 주님 밖에 없었어요.”

그 후로 그는 남자인 친구가 좋아지는 마음이 들 때마다 종교적인 처벌을 스스로 내렸다. ‘너는 죄를 지은거야. 주기도문 천 번을 외우고 자야해. 마태복음을 끝까지 읽고 자야해.’ 그렇게 광수에게 종교는 병을 고치는 수단이자 죄를 처벌하는 행위였다. 종교는 무서운 것이 되었고 결국 멀어지게 됐다. 

대학을 입학한 이후로 동성애적 성향은 없어진 듯했다. 어머니의 권유로 나간 성당과 대학에서 운동권 친구들을 사귀게 되면서 열심히 혁명을 위해 분투했다. 그러나 군대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육체적 관계도 가지게 됐다. 고민이 더 깊어졌다. 군대에서 가던 성당도 더이상 갈수 없었다. 고해성사를 하지 못해서 영성체를 하지 못했다.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또다시 성당과도 멀어지게 됐다. 

“그러다 제대 후, 당시 유명했던 P극장에서 한 형을 만나게 됐어요. 그 형을 통해 스웨덴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거기서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호모라고 하지 않고 즐겁게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게이’라고 부르면서 인권운동을 한다는 거에요. 그동안 운동권에서 동성애는 ‘썩은 미제문화가 잘못 유입된 산물’이라고 들어왔는데 운동과 동성애가 같이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어요. 그리고 스웨덴처럼 한국도 게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변화시키고 싶었어요.”

그 후로 김조 감독은 동성애자 인권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스스로를 긍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스스로 자신을 긍정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긍정해주길 바라는 것이 모순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내가 동성애자인 것이 괴로운 이유를 생각해 보니까 ‘잘 사는 동성애자’를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더라구요. 동성애자는 쫓겨나거나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 극장에서 만나서 아무하고나 섹스 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있었기 때문에 내가 동성애자인 것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긍정하는 것이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동성애자) 후배들을 생각하면서 꼭 커밍아웃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제가 자신을 긍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까지 15년이 걸렸는데 그들은 저보다는 더 짧았으면 하는 바램때문이었어요.”

그렇게 결심을 하고도 커밍아웃하기까지는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커밍아웃을 하고도 마음에 끝까지 남는 것은 종교에 관한 것이었다. 교회에서 말하는 ‘죄’를 넘기가 어려웠다. 고민이 많던 차에 성공회 교회는 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성공회 교회에 나가게 됐다. 차마 할 수 없었던 영성체도 하게 됐다. 마음속에 있던 ‘죄’에 대한 고민이 조금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졌다. 

“여기 계신 교회에 다니는 분들에게 꼭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저같은 동성애 신자들이 교회에 있을 거에요. 그들은 자신의 신앙을 위해 교회에 나가지만 교회 안에서 혐오에 노출되요. 신앙은 괴로움에 끝에서 붙잡는 마지막 희망인데 그 마지막 순간에 그들을 밀쳐내면 그들은 갈데가 없어져요. 여기 계신 분들이 동성애자 기독교인 신자들의 고통이나 아픔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김조 감독은 힘주어 강조했다. “동성애자들은 태어날 때 스스로 동성애자인지 몰라요. 부모도 몰라요. 그런데 본인조차도 혐오에 노출되어 있어요. 동성애자들 대부분이 혐오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서 스스로 동성애자를 혐오했던 경험들이 있어요.”  

김조 감독의 호소가 채 끝나기도 전, 이야기 마당이 진행되고 있는 장소를 알고 온 무리들이 “왜 몰래 숨어서 하고 있냐”며 들이 닥쳤다. 이야기를 계속하려던 김조 감독의 목소리는 “기도합시다!”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 통성, 방언 기도에 묻혀 이야기 마당은 그것으로 마무리 됐다. 

통성기도 중이다 ⓒ에큐메니안
퇴장하는 김조광수 감독 ⓒ에큐메니안
행사가 끝난 뒤에도 항의하는 사람들 ⓒ에큐메니안

김조 감독이 퇴장하고도 반 동성애를 주장하는 단체들의 항의는 계속됐다. “강사의 신변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따로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는 NCCK 인권센터 박정범 목사의 설명에도 본래 예정된 장소에서 행사시작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우리는 강사의 신변 안전보다 하나님의 영광이 더 중요하다”며 언성을 높였다. 흥분한 몇몇 반 동성애 단체 회원들은 결국 행사장 관리인이 문단속을 하고 소등을 한 뒤에야 기독교회관을 빠져나갔다. 

한편, NCCK 인권센터는 29일(금) 이야기마당에서 일어난 폭력적 방해에 대한 입장을 성명서를 통해 발표했다. NCCK 인권센터는 “우리 사회와 교회의 쟁점이 되고 있는 동성애 인권 문제에 대한 복음적 응답의 길을 찾기 위해 내부 간담회로 계획된 것”이라며 “평화적 대화의 마당을 폭력으로 얼룩지게 한 이들과 이런 폭력을 사주하고 교사하는  세력에 대해 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할 것이며 다시는  자신의 주장을 위해서는 폭력의 행사조차 서슴치 않는 이런 만행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도덕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서 전문은 다음과 같다.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마당에 대한 폭력적 방해에 대한 우리의 입장

하나님이 인간에게 부여하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도의 행진을 이어 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는 지난 28일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마당'에서 발생된 폭력적 방해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번 행사는 본 센터가 누누이 밝혔듯이 우리 사회와 교회의 쟁점이 되고 있는 동성애 인권 문제에 대한 복음적 응답의 길을 찾기 위해 내부 간담회로 계획되었습니다. 

그러나 악의적 왜곡에 기초한 일부 반대자들은 본 센터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 대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근거도 없고 사리에도 맞지 않는 비방을 일삼고 심지어는 이야기 마당이 진행되기로 예정된 실내를 물리력으로 점거하며 행사를 방해하였습니다. 또한 그것도 모자라 최소한의 신변안전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려고 마련된 임시 장소까지 난입하여 평화적 행사를 물리력으로 방해하였습니다. 이는 신앙적으로 참으로 야비하고 부끄러운 일일뿐 아니라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우리는 평화적 대화의 마당을 폭력으로 얼룩지게 한 이들과 이런 폭력을 사주하고 교사하는  세력에 대해 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할 것이며 다시는  자신의 주장을 위해서는 폭력의 행사조차 서슴치 않는 이런 만행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도덕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아울러 이야기 손님의 신변안전을 위해 부득불 장소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순수한 목적에서 먼 길을 찾아와 주신 참가자들과 언론에게 충분한 설명을 드릴 수 없어 의도치 않는 불편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서 심심한 유감을 표합니다. 

우리 센터는 앞으로도 동성애 문제를 둘러싼 소모적인 대결과 갈등을 치유하고 혐오를 넘어 평화의 길을 찾기 위한 기도의 행진에 더욱 매진할 것이며 이를 위해 동성애에 관한 여러 다른 목소리를 함께 듣고 이 예민한 문제에 대한 복음적 응답의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할 것입니다. 

2016. 4. 29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정진우 목사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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