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5월 1일 노동절이다. 나에게 ‘노동절’은 ‘투쟁, 민노총, 총파업, 비정규직 분쇄’ 등의 구호와 남성적 이미지들 속에 덮여있다. ‘노동자’의 이미지는 건장한 아저씨이거나 중년의 비정규직 아줌마, 조금 더 쳐주면 청소년들과 청년들로 이루어진 알바노동자, 거기에는 빨래하는 여성은 없다. 동년배의 친구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여성주의에 관심이 많다보니 세상을 삐딱하게 보려고 노력하고 있고 노동에 관련해서도 이를 자주 적용하려고 한다. “인간의 재생산은 모든 경제 및 정치 시스템의 기초이며, 여성들이 집에서 하고 있는 막대한 양의 유급가사노동과 부불가사노동이 이 세상을 돌아가게 만든다.”¹⁾는 이탈리아의 맑스주의 페미니스트 실비아 페데리치의 말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나의 노동절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이다. 
   
‘교회 내 노동’은 ‘교회 밖 노동’을 전제한다. 교회 내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은 교회 밖 노동과 다르지 않다. 나의 노동절 이미지에 부재한 ‘가사노동’은 마찬가지로 교회 내 노동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가사노동이 없이는 사회와 교회가 돌아가지 않지만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를 실비아 페데리치는 “가사노동은 부불노동이라는 운명 때문에 노동으로 인식되기보다는 타고난 자질에서 비롯된 행위로 탈바꿈하게 되었고 자본은 우리에게 가사노동이 자연스럽고 피할 수 없으며 심지어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이라는 확실을 심어줌으로써 우리가 무임금노동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야 했다”고 말한다. “결국 부불 가사노동이라는 조건은 가사노동은 노동이 아니라는 보편적인 가정을 강화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것이다.    

“흡사 시시포스의 형벌과도 같다. 끝이 없는 반복이다. 깨끗이 치우면 더러워지고, 더러워지면 치우는 일이 날이면 날마다 계속된다. 가정주부는 제자리걸음만 하면서 서서히 닮아 없어진다. 주부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다만 현재를 무한히 반복할 뿐이다.” 
                              - 시몬 드 보부아르, 제 2의 성, 1949년

시몬 드 보부아르

명문은 시대를 막론한다. 1949년도의 보봐르의 문장은 가사노동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공감하게 한다. 필자도 서대문구 인근에서 친구들과 자취를 시작했다. 자취를 시작하니 가사노동은 생활의 필수가 되었다. 내가 그동안 가사노동을 하지 않았던 것은 다른 누군가―보통 가정주부―가 이를 담당했기 때문이었다. 한국교회라고 총칭하기에는 범주가 많지만 대부분의 교회에서 여전히 여성은 가사노동을 담당한다. 식사 당번, 꽃꽂이, 교회 청소, 안내, 교사 등은 정기적으로 하는 일이고 바자회, 부흥회 등의 교회 행사를 준비하는 일들까지 포함한다.  

한국개신교를 하나로 묶기엔 교단마다의 성향이 다르고(대부분 비슷하지만) 교회마다의 편차가 극단을 달린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교회 내 노동, 특히 가사노동을 담당한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다. 여전히 차별은 만연해 있지만 그래도 여성이 인간으로 대접받기 시작한 이 때, 심지어 역차별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 2016년이다. 최근 교회 안에서 여성들을 주방에서 해방시키자는 논의가 계속 되고 있지만 아직 한국교회 안의 성별 분업 관행, 다시 말해 여성은 가사노동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교회들이 더 많다. 한국교회는 여성의 자리는 부엌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에 비하면 조금씩 변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꽤 오래전부터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여성만 교회 내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끼기 시작했고 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성들만 교회 주방을 담당하는 것은 차별적인 관행이다. 다시 말해 성차별이다. 이를 알고서도 묵인하고 유지하면 성차별을 동조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자신이 성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필자는 성차별적 관행을 유지하는 목회자들은 구원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논외로 한다. 개혁적 성향의 목회자들은 성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 교회 내 가사노동을 분담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교회에서 실행한다. “우리 교회는 여성이 밥을 하면 남성이 설거지를 해요. 번갈아가면서 일을 하죠.(우리 교회는 성차별적 교회가 아니에요)”

2016년 5월 2일 서울연구원에서 조사한 자료이다. 서울 부부가구의 가사노동 분담 정도를 조사한 이 자료가 짚어주는 것은 여전히 서울에 사는 기혼 남성들은 대부분 가사노동이 여성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고 이는 성차별적 인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많은 목회자들은 자신이 성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성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 교회 내 가사노동 분담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서울연구원의 자료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교회가 아닌 가정에서는 어떠한 지 스스로 묻길 바란다. 삼시세끼를 책임지는 것만이 가사노동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런 분들에게 나는 삼시세끼 외식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예수는 훌륭한 말을 남겼다.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2)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 – 개역개정 마태복음 7:5

이은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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