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생활 에세이 연재
국수나무를 보며<이수호의 일흔 즈음>
이수호 | 승인 2016.06.07 12:03

나는 국수를 무척 좋아한다
맛도 담백하지만 먹기도 편하다
그리고 값이 싸다
국수나무가 좁은 등산로를 덮치고 있었다
좁쌀 같은 하얀 꽃들도 지고
멀쩡한 황토길 옆 여기저기 줄 서듯
팔 뻗어 주먹 내두르듯
그렇게 기세 좋게 뻗쳐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거의 매일 저녁 들풀처럼
국수를 먹던 때가 있었다
일하던 엄마는 어린 나에게
상호도 없이 국수틀 하나 놓고 국수 만들어 파는
허름한 국수집으로 심부름을 보냈는데
돈 액수만큼 손대중으로 적당히 주었는데
엄마는 늘 양이 적다고 불만이었고
나는 그게 싫어 국수심부름도 싫었다
엄마는 아무리 잘 삶아도
많은 식구를 다 만족시키지 못해
그것이 힘들어 짜증을 내곤 했다
그래도 배가 고팠음으로 국수 맛은 좋았다
그리고 저녁 먹고는 뛰어놀지 못하게 했는데
배가 빨리 꺼진다는 게 이유였다
잔치국수는 가난한 집 애경사에서
손님을 그냥 돌려보낼 수 없는
주최 측의 눈물겨운 배려였다
후루룩 한두 젓가락이지만
아 맛있게 잘 먹었다 헛 인사에는
언제나 염려와 정이 담뿍 했다
오늘 저녁에는 남은 가족 둘이라도 모여
애호박 송송 썰어 맘이 담근 간장으로 지단 만들어
따끈한 칼국수 끓여 먹어야겠다
그도 힘들면 홍대 부근 어디쯤
국수 맛집이라도 찾아봐야겠다

이수호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19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