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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언어와 통찰언어 그리고 건강 회복<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김서정 | 승인 2016.09.07 12:15

어떤 종류의 말들은 이야기의 의미를 말해 주는 표지가 된다. 예를 들어, ‘원인, 결과, 효과, 이유, 원리, 왜냐하면’ 등의 말처럼 원인을 나타내는 ‘인과언어’들은 글쓴이가 무엇이 원인이 되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전달하고 있음을 뜻한다. 인과론적 추론은 사건을 이해하고자 하는 한 방법이다.

내가 만일 그 사건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있다면 나는 미래의 어느 날 같은 일이 일어날지(아니면 일어나지 않을지)에 대해 훨씬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통찰언어(이해하다. 깨닫다, 알다 등)라 불리는 또 다른 언어군은 글쓴이가 고통스러운 사건이나 심리적 외상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 한발 뒤로 물러서 있음을 말해 준다.

몇 가지 연구실험의 결과, 인과언어와 통찰언어 같은 이야기 표지의사용이 증가할수록 글쓰기에 참여한 참여자가 감정표현 글쓰기 이후 현저한 육체적 건강의 회복을 보였음을 발견하였다.

-<글쓰기 치료>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위의 글을 보면서 나의 삶을 잠시 되돌아본다. 나는 감정표현 글쓰기를 제대로 했는가? 그렇게 했다면 과연 현저한 육체적 건강의 회복을 가져왔는가? 40대에 이르러 다시 글쓰기를 했는데, 그 시작점은 산행기였다. 산에 다니는 게 좋았고 그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워 글로 표현했는데, 그 표현 방식이 산에 대한 세밀한 묘사보다는 주로 내 감정을 거기에 이입시켜 느낀 그대로 썼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소설을 썼을 때 알아챈 것인데, 나는 묘사 글쓰기를 잘 해내지 못했다. 나무에 대한 묘사를 한다고 했을 때, 톡톡 튀면서 인식의 재발견을 깊게 표현해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웠다. 그래서 산행기에서 풍광에 대한 묘사는 잘 하지 않고, 주로 내 삶(처지 혹은 꼬라지)을 지탄하는 데 많은 부분을 쏟아 부었다.

‘넌 도대체 왜 그 모양이냐?’ 그런 질문이 지속되면서 어느 순간 인간과 자연, 그 모든 것에 대한 근본 문제로 천착해 들어가는 내 모습을 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은 위의 글대로 인과론적 추론을 한 것 같았고, 그러면서 제대로 알았다고 할 수 없지만 나름 통찰의 기쁨을 느꼈던 것 같았다. 그러한 것들이 시일이 지나면서 일관성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져갔고, 그것들이 역시 내세울 것 없는 내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들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것 같다.

자뻑 하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자기 삶에 대해 항상 질문하는 사람은 위와 같은 인식의 과정을 밟아나가지 않을까? 그 질문과 답을 걷기에서도 찾지만, 독서와 글쓰기를 자기 삶에 들여놓으면 더 괜찮은 삶이 되지 않을까? 두 번째 자뻑이지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선택했으면 한다.

내 삶을 잘 이해하고, 그래서 건강까지 지킨다면 얼마나 좋은가. 다음에 옮겨놓은 저자의 글을 잘 음미해보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야기는 우리 존재의 본질적인 부분이다. 이는 우리가 단순하거나 혹은 난해한 경험들을 이해하는 길을 열어준다. 우리의 생각이나 사건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위해 이야기가 필요하듯이 우리에게 일어난 사건을 자신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도 이야기가 필요하다. 감정표현 글쓰기를 연구하는 학계에서는 참여자의 건강 개선을 알리는 주된 예보 중 하나를 심리적 외상의 경험에 대해 일관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볼 수 있다는 설도 있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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